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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오디세이

GMO의 국내 생태계 유출

우리 땅에서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이 자라고 있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 현재까지 GMO 재배국이 아니다. 그런데도 자라는 이유가 무엇일까. 수입해 운송하는 과정에서 유출됐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2009년부터 매년 전국의 GMO 유출 실태를 조사해 왔다. 주로 가공식품과 사료를 만드는 공장 주변, 축산농가 주변, 축제지, 운송로 등이 조사 대상 지역이다.

보고서들에 따르면 매년 GMO의 발견 지역과 종류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정부는 실태조사에 그치지 않고 유출된 GMO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대책을 마련하고 제시해야 한다. 해당 지역의 농업 생산자는 물론 전국의 일반 소비자에게 GMO 유출은 큰 우려감을 일으키는 사안이다.

유출된 GMO의 종류는 국내에서 심사를 거쳐 수입이 승인된 콩, 옥수수, 면화, 유채(캐놀라) 등이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발견 지역은 경기권(21곳), 충청권(9곳), 전라권(8곳), 강원권(7곳), 경상권(4곳) 등이었다. 지난해에는 29개 지역에서 발견됐다. 이들 가운데 10개 지역은 과거에 발견된 지역과 겹친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거된 GMO는 동결, 고온, 고압 등의 조건에서 소멸 처리된다. 그런데도 이미 제거된 지역에서 GMO가 다시 자라고 있는 이유는 알 수 없다. 운송 과정에서 우연히 같은 장소에 떨어졌을 수도 있고, 조사 지역이 넓다보니 발견 자체가 어려워 놓쳤을 수도 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과거와는 달리 면화의 발견 건수와 지역이 증가했다. 그 원인에 대해 보고서에서 제시된 여러 가지 추측은 향후 유출의 전개 양상을 상징적으로 알려준다. 우선 사료로 사용되는 유전자변형 면화를 수입하는 양이 해마다 늘고 있다. 면화는 기존에 주로 젖소에게 공급됐지만 최근에는 일반 육우까지 그 범위가 확대됐다고 한다. 상식적인 얘기겠지만 국내에 수입되는 전체 GMO의 양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앞으로 전국에서 GMO가 발견되는 건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또 하나의 원인으로 면화의 ‘관상 가치’가 지목됐다. 누군가가 GMO인지 모르고 자신의 사유지나 주변 지역에 예쁜 면화를 길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 역시 겉모습만으로 보통의 면화와 유전자변형 면화를 한눈에 구별할 방법은 없다. 어떤 개체가 엉뚱한 장소에서 자랄 때, 그리고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 않을 때 GMO인지 여부를 의심할 수 있다. 그나마 GMO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에 한해서다.



연도별 유전자변형식품(GM0)수입량, 수입 곡물 중 GMO 비중, GMO가 주재료인 가공식품 생산량_경향DB



전문가들이 매년 면밀히 조사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GMO가 자라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일단 육안으로 의심스러운 개체를 발견한 후 과학적인 유전자 검사를 거쳐야 최종적으로 GMO임이 판명된다. 그러려면 국내에 수입이 승인된 GMO 각각에 대해 고유의 검사법이 확립돼야 한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새롭게 승인되고 있는 GMO의 수를 검사법이 따라가기에 벅차다. 예를 들어 2014년 10월 기준으로 수입이 승인된 GMO는 식용 119개, 사료용 104개이다. 이들 중 중복된 품목을 제외하면 모두 123개의 GMO가 국내에 유통될 수 있다. 그런데 당시까지 국내에서 확립된 GMO 검출기법은 총 32개였다. 지난해 환경부의 보고서 역시 이 32개의 기법을 활용해 검사를 수행한 결과물이었다. 검출기법이 확립되지 않은 GMO에 대해서는 당장 확인할 방법이 없다.

유출된 GMO가 주변 농가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조사도 아직 충분치 않다. 보고서에 따르면 어떤 개체가 GMO로 판정되면 발견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100m 범위 내에서 동일하거나 가까운 종을 함께 채집해 별도로 분석한다. GMO에 삽입된 외래 유전자가 혹시라도 다른 야생종에 이동했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그런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까지의 조사는 배추, 무, 냉이, 갓 등 유전자변형 유채의 외래 유전자가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 십자화과 식물에 한정돼 있다.

2010년 환경부의 첫 보고서가 공개됐을 때 국내 여론은 상당히 떠들썩했다. 유출 지역의 인근 농가는 마치 GMO가 자신의 논밭에서 자라는 것처럼 오인될 수 있어 우려했고, 시민단체들은 향후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지적되긴 했지만 언론의 반응은 잠잠하다. GMO의 유출을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어 체념한 것은 아닐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정부가 관련 정보를 좀 더 적극 공개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일이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



김훈기 |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