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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5167달러 대 1074달러’, 남북한 1인당 국민소득을 나타내는 숫자다. 남북한을 비교하는 그 어떤 설명보다도 25167과 1074라는 숫자가 말해주는 힘은 강력하다. ‘2억번의 조회’ 또는 ‘빌보드 차트 5위’, 싸이의 ‘젠틀맨’에 대한 이 숫자도 음악에 담겨 있는 비트의 강도만큼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이렇듯 어떤 상황이나 현상을 묘사하는 데 숫자는 그 어떤 것보다 매우 간결하면서도 매우 강력한 정보를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의 사건에 대한 가치를 제시하는 데도 숫자는 한몫을 하고 있다. 소위 ‘기댓값’이라는 개념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만원을 받고 뒷면이 나오면 5000원을 잃게 되는 게임이 있다고 할 때, 그 기댓값은 다음 식에 의해 결정된다. 10000×(1/2)+(-5000)×(1/2)=2500



따라서 우리는 2500원 이상의 돈을 내고 이런 게임을 하겠다는 결정을 현명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어떤 결정이 합리적인 것인지를 기댓값이라는 개념을 적용하여 판단할 수가 있다. 아마도 보험은 기댓값 개념을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그렇다면 수학을 적용한 결정이 항상 합리적인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해보자. 먼 친척 중의 한 사람이 내게 10억원의 돈을 유산으로 남겨놓았다. 그런데 그 유산을 집행하는 변호사는 유산 상속에 대한 다른 제안을 한다. 그의 제안이란 다름 아니라 10억원의 유산은 물론이고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25억원의 유산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단,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뒷면이 나오면 원래 받기로 되어 있던 10억원은 고사하고 단 한 푼도 받지 못한다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내용의 단순한 내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라 할 수 있을까? 기댓값 개념을 적용하면 각각 10억원과 12억5000만원의 값을 얻을 수 있으니 내기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히 유리한 결정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10명 중 8명이라는 압도적인 비율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10억원만 받고 더 이상 내기를 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내린다고 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불확실한 미래의 이득보다는 당장 손에 넣을 수 있는 확실한 이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경향DB)



그런데 상황이 달라지면 선택도 다르게 나타난다. 어느 날 10억원의 빚을 갚아야만 하는 기막힌 신세가 된 사람이 있다고 치자. 누군가의 보증을 섰는데 그는 종적을 감추었고, 어쩔 수 없이 그의 빚은 고스란히 그의 채무가 되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전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 통지문을 들고 변호사가 건넨 서류에는 분명 자신의 자필 서명이 들어 있으니 꼼짝 못하게 되었다. 어안이 벙벙한 그를 보고 변호사는 마치 선심을 쓰듯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당신의 재산을 조사했지만 모아놓은 재산이 별로 없군요. 그래서 우리는 10억원이라는 빚을 1억원으로 줄여주기로 결론을 내렸어요. 그것만이라도 확실하게 갚으시오.” 온몸에 힘이 빠져 있던 나는 그의 제안을 덥석 받으려 하는데, 변호사는 이어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는 것이었다. “참, 어쩌면 빚을 한 푼도 갚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있소.” “그래요? 어떻게 하면 됩니까?”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빚이 없는 것으로 해주겠지만, 그 대신에 뒷면이 나오면 빚은 1억원이 아니라 2억5000만원으로 불어나는 것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자,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일까? 이 상황에서도 기댓값 개념을 적용하면 각각 1억원과 1억2500만원의 결과를 얻으니, 이번에는 그냥 1억원의 빚을 갚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실제로 사람들은 그렇게 결정하지 않는데, 일반적으로 10명 중의 7명 정도는 더 많은 빚을 감당하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그냥 내기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이득을 취할 때에는 불확실한 이득보다는 확실한 이득을 선호하는 이른바 ‘위험 회피’ 성향을 보이는데, 앞의 예가 이를 말해준다. 하지만 손실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확실한 손실보다는 불확실한 손실을 더 선호하는 이른바 ‘위험 추구’ 성향을 보이는데, 이에 따라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이 후자의 예이다.



위의 두 사례는 노벨상을 수상한 카네만과 츠베르스키가 발표한 것으로, 사람들의 실제 판단과 행동이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비합리적임을 보여주며 합리성을 전제로 한 기존의 경제학 이론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즉 그동안 수학의 기댓값 개념을 받아들여 기댓값이 높은 쪽을 선호하는 합리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효용 이론에 의문을 가지도록 하는 이론을 전개한 것이다. 분명 수학은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지만, 실제 현상은 반드시 수학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수학의 효용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겠지만.




박영훈 | 수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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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