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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시스템을 설계할 때 동기식과 비동기식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선택된 방식에 따라서 초기 투자비용과 이후의 확장성 문제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동기식은 각 개체들이 정해진 공통의 시각 일정에 맞춰서 움직이는 방식을 말한다. 군대는 동기식 문화의 전형적인 예이다. 6시에 취사병은 식사를 준비하고 병사들은 그 시간에 와서 식사를 한다. 취사병이 병사들의 기상 여부를 체크한다거나, 또는 병사들이 식당에 밥이 나왔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없다. 동기식은 이렇게 정해진 시간에 각자 자기 일을 하면 된다.

이와 반대로 비동기식의 과정은 좀 복잡하다.

어린아이들이 있는 집의 아침식사는 전형적인 비동기식 진행이다. 식사는 꿈틀대며 자고 있는 아이들의 상황을 수시로 보면서 준비되어야 한다. 밥투정, 반찬투정으로 아이들의 식사시간이 길어지면 그 시간만큼 설거지는 미뤄지게 된다. 비동기식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봐가면서 일을 도모하는 방식이다. 비동기식 통신의 시작과 끝은 시각으로 알아낼 수 없기 때문에 항상 그 시작과 끝을 알리는 추가 정보가 내용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비동기식은 보내는 쪽에서나 받는 쪽에서 해야 할 일이 늘어나 속도는 동기식에 비해서 다소 떨어진다.

군대 식사와 같이 동기식은 매우 효율적이다. 시간별로 해야 할 일이 이미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맞춰 자기 일만 열심히 하면 시스템은 잘 돌아간다. 그런데 만일 이 과정이 원활하지 못하면 동기식에는 큰 문제가 발생한다. 각자가 가진 시계가 다르게 움직인다든지, 도중에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기면 동기식 시스템은 걷잡을 수 없이 꼬이기 시작한다.

요즘의 디지털 오디오는 외부 장치에서 음원을 받아서 재생하는 식이다. 그 전송을 동기식으로 할 때 오류가 생기면 음악을 멈추고 재전송을 요구할 수는 없어 해당 오류는 대충 메꿔서 처리된다. 비동기식은 데이터 전송이라는 본질적인 일 외에 보낸 자료가 문제 없이 전달되었는지를 재차 확인하는 부가적인 일을 해야 하므로 계산은 늘어나지만, 전송 오류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의 안정성은 더 뛰어나다. 이 때문에 요즘의 외장 디지털 오디오는 전송오류와 잡음을 내부에서 검증하여 필요한 경우 재전송을 요구하는 비동기식을 채택하고 있다.

음악회나 극장은 동기화 문화의 대표적인 현장이다. 우리가 화장실에 다녀올 동안 연주나 상영을 멈추어달라고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파일로 다운로드받아 듣고 볼 경우에는 언제든지 중간에 멈출 수 있고, 또 나중에 그 부분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비동기적으로 언제든지 원하는 시간에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동기식 음성전화 역시 두 사람이 같은 시간대에 준비되어야 한다. 소리와 얼굴까지 서로 맞춰야 하는 화상통화는 동기화 통신의 절정이다. 화상전화는 바로 이 번잡스러운 동기화 비용 때문에 활용도가 낮은 것이다.


음성전화에 비해서 팩스, 문자, 인터넷 메시지 등은 상대방의 상황과 상관없이 보낼 수 있어 매우 편리한 비동기 방식으로 선호된다. 특히 직접 말하기 힘든 거절과 같은 부정적 의도를 표시할 때 비동기 통신은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무려 7년 동안 일본과 한국을 넘나들며 편지로 바둑을 둔 사례는 비동기식 소통의 한 극단적 사례라고 할 것이다.

전화보다 비동기식인 문자나 메신저가 선호되는 현상은 현대적 삶의 한 특징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 각각 서로 다른 시간축의 삶이 가능해진 요즘, 일사불란이 강조되는 동기식 방법론은 그 높은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모두가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나라가 발전한다고 믿는 동기식 발전론은 현실과 동떨어진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다소 시끄럽고 번잡하지만 오류에 대한 적응성이 뛰어난 비동기식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가 위정자들에게 필요한 시절이다.

필자의 친구 중에는 비동기식 문화의 실천가가 있다. 그는 비록 시간은 잘 맞추지 못했지만, 날짜(?)만은 꼭 지켰다. 물론 그의 출현을 상시 확인해야 했던 수신 측 사람들은 좀 피곤했었지만.


조환규 | 부산대 교수·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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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