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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조금 수그러드니 가을 냄새가 난다고들 한다. 그런데 나는 문득 봄이 아스라이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여름철 밤하늘에는 가을이 깃들어 있다. 봄도 아직 남아 있고 겨울도 슬그머니 찾아와 있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면서 매일매일 위치가 조금씩 변한다. 지구에서 바라보는 별들의 위치도 조금씩 달라진다. 계절마다 다른 별자리가 보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런데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면서 동시에 하루에 한 바퀴씩 자전을 한다. 하룻밤 사이에도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별들이 계속 바뀐다는 이야기다. 여름에도 초저녁 서쪽 하늘에는 봄철 별자리가, 동쪽에는 가을철 별자리가 보인다. 새벽이 되면 겨울철 별자리가 동쪽 하늘에 떠오르는 것도 볼 수 있다.


 



가을이 슬그머니 다가오고 있는 여름의 끝자락이야말로 봄과 이별하기에 딱 맞는 계절이다. 낮에 해가 보이는 방향을 기억해 두었다가 충분히 어두워진 초저녁이 되면 그 방향을 바라보고 서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보자. 머리를 상하좌우로 움직이면서 살펴보다 보면 밝은 별이 한두 개 보일 것이다. 오렌지색으로 밝게 빛나는 별이 목동자리의 아크투루스, 그보다 낮은 곳에 보이는 하얀 별이 처녀자리의 스피카다. 모두 1등성이어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개를 더 위로 더 오른쪽으로 돌리면 북두칠성을 만날 수 있다. 국자모양 손잡이 부분으로부터 시작해서 아크투루스를 지나서 스피카로 연결되는 가상의 곡선을 그려볼 수 있는데 봄철의 대곡선이라고 부른다. 초저녁 서쪽 하늘을 한참 보고 있으면 스피카가 지고 아크투루스가 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여름밤 속 봄과 이별하는 시간이다.



남원에서는 아크투루스를 이도령별이라고 부른다. 스피카는? 당연히 춘향별이다. 목동자리 아크투루스와 처녀자리 스피카에게 꼭 어울리는 이름이다. 서쪽 하늘로 넘어가는 춘향별과 이도령별을 보고 있으면 봄철 내내 밤하늘에서 사랑의 유희를 만끽하고 죽어서도 서로를 잊지 못하는 연인들의 후일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천 길 땅 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에요?” ‘춘향의 말’이라는 부제가 딸린 서정주의 시 <춘향 유문(春香遺文)> 세 번째 이야기 중 몇 구절이다. 죽어서 별이 된 춘향의 마음이 이러했을 것이다. 마침 토성이 향단이처럼 춘향별 옆에 머물러 있다. 마치 춘향과 이도령의 사랑의 옛이야기를 증언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영화 '춘향뎐'





이명현 | 과학저술가·천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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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