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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의 공학이야기

재활용과 새활용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전 세계가 환경 문제와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버려지던 제품이나 물질을 다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에게 재활용(recycling)은 분리수거 등의 활동을 통해 익숙하다. 약 20년 전 제시된 개념인 업사이클링(upcycling)은 지난 수년간 매우 빠르게 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제품에 새로운 가치와 용도를 부여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업사이클링의 우리말 표기로 ‘새활용’을 제시했다.

 

그러면 재활용과 새활용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우선 둘 다 이미 사용되고 버려지는 것을 원료로 쓴다는 점은 같다. 버려지는 페트병을 예로 들어보자. 재활용의 경우에는 페트병이 수거되어 미세하게 쪼개져서 여러 단계를 거쳐 다시 플라스틱을 가공할 수 있는 원료인 칩으로 바뀌어서 또 다른 형태의 플라스틱 용기 등으로 탄생된다. 새활용의 경우에는 페트병을 조각 내는 대신, 원하는 형태로 예쁘게 잘라서 꽃꽂이 병, 장난감, 어항 등을 만드는 등 분해하지 않고 직접 새로운 용도로 활용한다. 즉 재활용은 버려지는 제품을 분해해 원료물질로 먼저 바꿔야 하고, 이 때문에 다른 물질들과의 분리는 필수적이며 그후 에너지를 투입해 새로운 물질과 제품을 만든다. 반면 새활용은 버려지는 제품을 분해하지 않고 가공 및 변형을 통해 새 제품을 만들므로 새로운 사용을 위한 강도와 물성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생산-소비-회수-재활용 및 새활용으로 이어지는 순환경제로의 전환은 우리가 후손들로부터 빌려 쓰고 있는 지구 환경의 보호를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이와 연계해 소위 3R이 중요한데 그 중요한 순서대로 보면 줄이고(reduce), 재사용하고(reuse), 재활용해야(recycle) 한다. 즉 환경 보호에 가장 중요한 것은 꼭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고 소비하는 검소한 생산·소비 활동이다. 새활용은 재활용에 비해 분해 및 재합성의 과정이 필요 없어 에너지 투입이 더 적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최대한 많이 새활용을 하는 것이 환경보호에 유리하다.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해 버려지는 것들은 회수, 분해, 재가공해 재활용하면 된다.

 

새활용을 통해 만드는 새로운 제품들 중에는 공장형으로 대량생산하는 것도 있고 독특한 하나만의 제품으로 만드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독일 회사인 브레이스넷은 버려지는 어망을 이용해 다양한 팔찌를 만들어 판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어망은 약 64만t에 이른다. 이렇게 버려진 어망을 회수해 다양한 색상의 팔찌를 만드는 것이다. 팔찌 하나를 약 2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하나를 팔 때마다 6500원 정도를 해양보호기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또한 명품을 만드는 회사들은 버려진 가방이나 옷들을 이용해 새로운 옷이나 신발 등을 만들고 있다. 각 디자인별로 하나씩만 만드는데 이러한 제품들은 개당 수백만원의 가격에 팔리고 있다. 고가의 명품을 구입할 때도 환경을 중시하는 소비행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새활용, 재활용된 제품들을 살 때 높은 가치의 소비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으며,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않는 기업들은 점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이는 모든 기업활동의 필수적인 고려사항이 된 ESG의 E(환경)와 S(사회)에 기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중고 상거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 버리게 된 옷이나 제품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부하거나 중고장터를 통해 저가로 판매해 사용하게 하고, 그 이후 더 사용할 사람이 없을 경우 분리수거를 통해 회수하여 재활용을 하는 것이 미덕으로 자리 잡고 궁극적으로는 당연시될 것이다. 더 이상 새활용마저도 불가능할 경우 회수해 분해해서 재활용을 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 환경을 보호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공학은 이러한 생산과 소비 최적화, 새활용을 위한 물류, 그리고 재활용을 위한 신기술 개발 등 전체 시스템 구축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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