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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원 서울시립대 교수·철학 jwlee@uos.ac.kr

2007년 국내의 모 채용정보회사가 국내 주요 기업의 인사담당자 1300여명을 대상으로 ‘21세기 디지털시대에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주요 기업이 디지털시대에 가장 선호하는 인재로 창의성과 도전정신 그리고 전문성을 지닌 사람이 뽑혔다. 이는 국외의 글로벌 기업들에서도 마찬가지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전 세계 스마트 정보기술(IT)을 선도하고 있는 애플의 경우 스마트, 창의력, 도전정신 그리고 열정을 가진 인재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최근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는 구글의 경우에도 프로그래밍 기술의 전문성과 함께 주변과 소통하며 미래의 기술 트렌드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적응력을 강조하고 있다. IBM이나 소니를 보더라도 호기심과 유연한 사고를 갖고 창의적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람을 중시하고 있다. 모두 다 한결같이 특정 분야의 전공 지식만을 갖춘 전공형 전문가가 아니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창의성, 유연성, 소통 능력을 골고루 갖춘 인재, 한마디로 어떤 다양하고 급변하는 환경에도 잘 적응하며 대처할 수 있는 융합형 전문가를 선호하고 있다. 

21세기는 융합시대다. 전 세계적으로 정보통신기술,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 최첨단 기술들이 서로 융합하면서 개개 기술 분야에서의 혁신은 물론 새로운 기술 분야 곧 융합기술 분야를 창조하면서 인간 생활양식의 일대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비근한 예로 전화기, MP3, PMP, 카메라, 인터넷, 내비게이션 등이 통합된 갤럭시 탭이나 아이패드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 융합제품을 생각해 보라. 이러한 융합기술로 우리의 삶과 문화가 어떻게 바뀌고 있고 경제·사회의 구조는 또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라. 융합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융합은 비단 과학기술 분야 내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첨단 과학기술과 인문학, 문화, 예술, 디자인 등의 융합도 가속화되고 있다. 아이팟 디자이너들의 전자공학에 대한 이해가 없었더라면 버튼 없는 아이팟 기술은 개발이 어려웠을 것이다. 3D 영화나 게임과 같은 문화 콘텐츠의 개발이 없었더라면, 3D 영상기술의 발전은 지금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앞으로 등장이 예상되는 감성에 기초하는 로봇기술은 이러한 융합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융합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곳곳에서 발 빠르게 융합의 길로 전환하고 있지만, 문제는 인적 인프라, 즉 융합시대를 주도할 융합인재 양성 교육 인프라가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선진 추격형 경제성장 모델을 주축으로 특정의 목표 달성에 필요한 전문 기술 인재만을 선호해 온 사회 환경과, 이에 부응하여 중등교육 과정에서부터 문과와 이과로 나뉘고 고등교육 과정인 대학에서조차 단편적인 전공 분야에만 몰입하도록 한 교육 문화가 그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여러 분야들이 서로 소통하고 통합하여 학제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의 양성 없이, 글로벌 시대를 주도할 선도형 경제개발 단계로의 진입은 어려울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고등교육 인프라가 현재 매우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설문 조사가 보여주듯이 국내 주요 기업들에서는 융합형 인재를 매우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실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당장이라도 21세기가 요구하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대학 교육을 어떻게 바꾸어 갈 것인가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대학에서의 융합 교육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첫번째는 다양한 학문 분야들 간의 접촉과 융합을 가능케 하는 다학제적 협동 프로그램의 운영이다. 가령 산업 디자인 전공과 자동차 공학이 융합된 자동차디자인 프로그램이라든가, 의학과 기계공학이 융합된 의료기기 개발 의공학 프로그램 등이 그 좋은 예다. 

두번째는 교육 현장과 산업 현장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산학연계 프로그램의 운영이다. 가령 이공계 전공자들에게 기업의 마케팅 전략, 제품개발 그리고 조직 운영 등 현장에서의 실무를 익히도록 하는 기술경영 프로젝트가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대학과 기업 간의 인적·물적 교류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많은 대학들이 이러한 융합 교육 프로그램들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대학에서부터 융합시대를 선도해 갈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야 할 것이다. 대학에서의 융합 교육에 대한 우리 모두의 관심과 더불어 정부의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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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