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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은 국제 올림피아드의 시즌으로 지난주 수학 3위, 물리 2위 등 낭보가 속속 날아들었다. 전 세계 영재들의 각축장에서 우리 학생들이 일궈낸 성과는 올림픽 메달 못지않은 뿌듯함을 안겨준다. 그런 측면에서 가히 ‘영재 전성시대’다. 그러나 이와 대비되는 어두운 뉴스도 있었다. 얼마 전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동시 입학 거짓말로 화제가 된 한인 학생 소식을 접하면서 엉뚱하게도 1970년대를 풍미한 소설 <영자의 전성시대>를 떠올렸다. 이 소설은 화려한 제목과 달리 국가권력과 가부장제의 폭력에 의해 전락하는 영자의 비극적인 인생을 담고 있다. ‘천재 소녀’로 불린 한인 학생의 거짓말은 영재와 명문대에 대한 사회적 숭배가 배태한 비극이기에, 소설 제목을 패러디하여 ‘영재의 전성시대’라 부르고 싶다.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영재라 불리는 아이가 왜 그리 많은지, 보통 아이를 둔 부모는 기죽기 십상이다. 조기교육으로 능력이 일찍 발현된 때문인지 부모 세대 기준으로 볼 때 영재가 많다. 여러 명의 자녀를 키우던 시절, 이런저런 아이가 있다는 식으로 넘어간 것과 달리 요즘에는 한두 명의 자녀에게 관심이 집중되다보니 아이의 사소한 언행이 침소봉대되어 영재성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한 명의 영재가 수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영재가 소중한 인적 자원임에 틀림없다. 신동 소리를 듣는 드러난 영재뿐 아니라 잠재적 영재까지 발굴하기 위해서는 영재교육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저인망을 넓게 치는 것과 유사하다. 2000년 영재교육진흥법이 공포된 이후 영재교육 대상자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영재고, 과학고, 대학 부설과 시·도교육청의 영재교육원, 영재학급을 통해 영재교육 수혜자는 2014년 약 11만8000명으로, 2003년 대비 6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이러한 영재교육의 양적 확대가 질적 수준을 담보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한국의 영재교육 현황_경향DB




탈무드의 가르침에 따르면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고 하는

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방법은 ‘바다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것이다. 바다를 그리워하면 자연히 바다에 가게 되고 물고기를 잡고 싶은 생각이 들면서 그 방법도 모색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바람이 투사되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영재교육에 내몰리는 아이는 바다를 그리워할 것 같지 않다. 자녀가 수학과 과학에 스스로 몰입하는 ‘자연산’이 아닌데도 사교육을 통해 영재로 ‘양식’하려는 부모의 과욕은 버려야 한다.

부모들의 로망인 영재고와 과학고가 진정 수학과 과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을 유인해서 바다를 그리워하도록 만들어주는지, 아니면 일류대학으로 가는 지름길로 작동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영재고와 과학고 학생들의 의대 진학도 재고해야 한다. 영재고와 과학고는 졸업 후 기초과학이나 공학 전문가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 때문에 국민 세금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한다.

그러나 2010~2014학년도 5년 동안 영재고 졸업생의 7.7%가 의약학 계열을 선택했고, 최고 수재들이 모이는 서울과학고의 의약학 계열 진학 비율은 17.6%에 달해, 세금 먹튀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올림피아드 국가대표 학생 중에는 올림피아드를 의대 진학의 스펙으로 삼는 경우도 있고, 일부 사립대 의대는 올림피아드 출신을 입도선매하기도 한다.

전공 선택의 자유는 기본권에 해당하지만 여전히 국민정서법에는 걸린다. 경찰대학 졸업 후 경찰에 복무하지 않으면 지원금을 물어내는 것처럼 이 경우도 교육비를 환수하는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 물론 의대를 백안시하는 것은 아니다. 의대에는 기초연구를 하는 의과학자도 있고 의료 한류를 이끌며 국가적 부를 창출하는 인재도 있지만, 의대 지망생은 세금으로 지원을 받는 영재고와 과학고에 진학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영재교육과 관련해서는 수월성과 형평성의 가치가 부딪치게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보수교육감, 진보교육감 지역이 과학고의 개수부터 차이가 나고,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과학고에 대한 지원이 달라지기도 한다. 영재교육은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미래의 성장 동력을 제공할 영재를 키우는 책무성에만 충실해야 한다. 또한 자녀를 무리하게 영재 대열에 세워 명문대 진학의 티켓으로 삼으려는 부모의 미망도 접어야 아이들이 행복해진다.



박경미 | 홍익대 교수·수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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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