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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오디세이

어느 유전자 변형 양의 수난

유전자 변형 기술을 이용해 형광동물을 만들어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특정 조명 아래에서 녹색이나 붉은색을 띠는 원숭이, 개, 고양이, 양 등이 국내에도 언론을 통해 많이 소개돼왔다. 반딧불이나 해파리처럼 스스로 형광단백질을 만드는 개체로부터 해당 유전자를 추출해 삽입한 결과물이다. 대부분 난치병의 발생 원인이나 치료 방법을 찾는 데 쓰이는 실험동물이다. 이들은 모두 관련 연구가 끝나면 안락사를 거쳐 소각된다.

그런데 최근 프랑스에서 뜻하지 않은 사건이 공개됐다. 연

구용으로 개발된 어린 양 한 마리가 소각 처리되지 않고 일반 도축장에 유입된 일이 밝혀진 것이다. 프랑스인의 식탁에 올랐다는 의미다. 단지 한 마리일 뿐이지만 프랑스의 충격은 컸다. 이 양을 먹어도 괜찮은지에 대한 불안감도 있겠지만, 유전자 변형 실험동물의 처리에 대한 규제가 아무리 엄격하다 해도 이 같은 사건이 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프랑스의 일간지 ‘르파리지앵’은 국립농학연구소(INRA)가 유전자 변형 양의 식품망 유입경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의 이름은 루비. 보석 루비처럼 귀하다는 의미에서 연구진이 붙인 이름이다. 루비는 2009년부터 INRA가 추진해온 ‘녹색 양 프로젝트’의 산물이었다. 해파리의 녹색 형광유전자를 갖추고 피부가 투명해 보이는 양을 개발한 후 이 양에게 심장질환 치료에 사용될 줄기세포를 이식하는 등의 실험이 진행됐다. 줄기세포가 심장에 제대로 안착해 무사히 자라는지 좀 더 쉽게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성공적으로 개발된 양 가운데 역시 보석의 이름을 딴 에메랄드가 있었다. 바로 지난해 봄 루비를 낳은 어미였다. 그러나 루비는 에메랄드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았지만 기대와 달리 형광단백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연구에 쓸모가 없다고 판정된 루비는 곧 안락사에 처할 운명이었다.

문제는 연구소의 규정과 달리 지난해 10월쯤 루비가 일반 도축장으로 보내졌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씁쓸하다. INRA에 따르면 연구소의 한 직원이 동료와 갈등을 빚고, 복수심 때문에 이 같은 일을 고의적으로 벌였다고 한다.

12월쯤 뒤늦게 이 사실을 접한 INRA는 모든 연구를 중단시키고 강도 높게 내부감사를 실시했다. 현행 프랑스 법률에 따르면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은 감옥에 가는 한편 9500여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엄격한 규율이 있어도 마음만 먹으면 이 같은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프랑스 정부가 받은 충격은 컸다. 농업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INRA의 명성에도 흠이 생겼다.

당연히 국민도 충격에 빠졌다. 프랑스는 유전자변형생명체(GMO)의 수입과 재배에 엄격한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강하게 GMO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해왔다. 1998년 프랑스 정부가 몬산토에서 개발한 살충성 옥수수(MON810)의 재배를 허용한 이후 최근까지 GMO의 재배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활발한 문제제기로 금지와 허용 결정이 계속 뒤바뀌어 왔다. 특히 GMO의 위해성을 주장해온 과학자 집단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대표 사례가 2012년 GMO가 실험쥐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요지의 논문을 미국 학술지에 발표한 칸대학의 세라리니 교수 연구진이다. 이 논문이 결국 석연치 않은 이유로 철회되고 이후 다른 학술지에 그대로 실린, 과학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지만 논문의 여파는 현재까지 미치고 있다.

INRA는 루비의 고기를 인간이 섭취해도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루비는 인간에게 해가 전혀 없거나 거의 무시할 만한 수준인 1등급 GMO로 분류돼 있다. 더욱이 루비는 실패작인 만큼 해파리 단백질을 갖고 있지 않다. 설령 해파리 단백질을 인간이 섭취한다고 해서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해파리는 오래전부터 요리 재료로 사용돼온 만큼 해파리 단백질이 일부 들어 있는 양고기를 먹는 것이 그리 큰 문제이겠는가.

그렇다고 이번 사건을 두고 프랑스인들이 양 한 마리에 호들갑을 떤다며 웃어넘길 수는 없다. 외래 유전자를 삽입한 첫 실험동물은 1981년 미국에서 개발된 생쥐였다. 이후 최근까지 전 세계에서 개발된 실험동물용 GMO는 7000여종에 달한다. 모두 몇 마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1996년 돌리가 태어난 후 복제기술 발전에 힘입어 그 생산 속도는 점점 상승하고 있다. 개발에만 몰두하다보면 인간의 관리능력이 얼마나 되는지조차 알 수 없어지지 않을까.


김훈기 |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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