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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이란 사람의 일을 기계에 엄청난 속도로 시키는 산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마이크로칩과 개인용 컴퓨터 그리고 인공위성은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기계가 대신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철역의 개찰원은 기계로 바뀐 지 오래다. 무선 칩을 이용한 출입통제, 바코드를 이용한 물품계산, 선거 개표작업은 기계가 사람을 밀어낸 좋은 예다. 그런데 이렇게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다보니 어떤 경우에는 진짜 사람임을 확인할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회원 가입의 경우, 진짜 사람임을 확인하지 않으면 프로그램을 통해 엄청난 수의 유령회원을 가입시켜 사이트를 광고로 도배한다.



국외 사이트의 경우, 휴대폰 인증도 어렵기 때문에 사람인지 소프트웨어 로봇인지 구별하는 일은 쉽지 않다. 또한 인간 증명과정이 너무 까탈스러우면 고객이 떠나기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캡차(CAPTCHA)’ 기법이다. 영어 약자인 캡차의 뜻은 사람과 컴퓨터를 구분하는 자동식별법 정도가 될 것이다. 일반적인 캡차는 회원 가입이나 댓글 작성 시 뒤틀린 글씨 이미지를 해독하게 하여 그 답을 맞히면 사람임을 인정해주는 방식이다. 20여년 전만 해도 뒤틀린 글씨를 컴퓨터가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놀라운 정도로 잘 분석한다. 최근에는 컴퓨터를 따돌리기 위해서 점점 더 복잡한 글씨가 문제로 나와서 이제는 사람에게도 어려워 짜증스럽기조차 하다.

 


(경향DB)



사람은 풀 수 있고 컴퓨터는 풀 수 없는 논리적인 문제가 과연 있을까. 이것은 대단히 근원적인 질문이며 그 역사가 깊다. 이 질문은 결국 컴퓨터의 계산능력이 사람과 동등한가를 묻는 것이다. 여기에 별의별 문제가 동원되고 있다. 재미있는 하나는 개와 고양이 사진 중에서 개 또는 고양이만 골라내는 문제도 있다. 다섯 살 아이도 풀 수 있는 이 문제를 컴퓨터는 결코 풀지 못할 것이라 믿었지만 놀라운 정확도로 개와 고양이를 구별해내는 프로그램이 소개됐다. 그림으로 사람과 컴퓨터를 구분해내는 것에서 나아가 소리를 들려주고 그 안에서 들리는 어떤 단어를 요구하는 캡차 문제도 있다. 사람은 기계와 달리 복잡한 잡음에서도 특정한 의미의 소리를 잘 파악하는 기막힌 재주가 있다. 이 능력 덕에 우리는 시끄러운 맥줏집에서도 친구와 떠들 수 있다.

   


그러나 소리를 이용한 캡차 문제도 차츰 풀리고 있다. 한국 사람만 선택적으로 골라내는 캡차 문제도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겹살과 가장 잘 어울리는 술을 소주, 샴페인, 압생트, 백포도주 중에서 고르라고 한다면 한국인 성인이라면 소주를 고를 것이다. 그런데 한글을 전혀 모르는 핀란드 사람도 이 문제를 풀 수 있다. ‘삼겹살’과 ‘소주’를 검색어로 넣어서 이 두 단어를 가진 문서의 개수를 조사하면 된다. 그 수는 ‘삼겹살’과 ‘압생트’가 쓰인 문서의 수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두 단어의 연관성은 바로 파악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든 검색엔진이 이제 기계가 인간을 공격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인간이 무엇인가 하는 관념적인 논쟁보다 사람과 기계를 구별하는 문제가 과연 있을까를 따져보는 것이 더 실용적이다. 요즘 문제가 되는 피싱, 파밍, 스팸광고의 본질은 기계가 인간을 공격하는 것이다. 인간의 탈을 쓴 기계가 인간행세를 하고 우리는 그것에 속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을 컴퓨터와 구별해 내는 일은 갈수록 중요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상용의 캡차 문제를 풀려면 고급 소프트웨어가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도 꽤 든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이용해 캡차를 공짜로 푸는 얍삽한 방법도 등장했다. 풀어야 할 캡차 문제를 자신이 운용하는 포르노사이트에 다시 게재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그것을 풀게 하는 것이다.



컴퓨터가 풀기 어려운 문제를 작정하고 만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우리 집 쌍둥이의 별명인 용칠이, 용팔이는 고모나 이모 정도의 친인척이 아니면 알 수 없다. 이런 문제는 필자의 친인척 구별에만 유용하여 일반적으로 활용될 수 없다. 개와 고양이를 교묘한 각도에서 찍어 컴퓨터가 아주 헷갈리도록 만들 수 있지만, 그러한 문제를 하루에 10만개씩 만들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SF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인조인간, 기계보다 더 비인간적인 사람이 나온다.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란 말이 있듯이 인간은 인간다운 일을 할 때 인간이 되는 것이다. 30만개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4대강 살리기가 훈민정음 창제 이후 최고의 국가사업이라는 주장을 문제로 이용하면 이성적인 한국인을 판별하는 데도 도움이 될 듯하다. 언젠가는 재판도 기계가 대신할 날이 올 것이다. 재판이 논리적 과정이라면 컴퓨터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인간미가 없는 재판이라고 비난할지 모르겠지만 기계에는 선후배가 없기 때문에 전관예우 같은 것은 사라질 것이다. 또한 그래야 하고.




조환규 | 부산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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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