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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인간이 등장하는 외국 드라마들이 적지 않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0명의 복제인간이 나오는 미국의 한 드라마는 2013년 첫 방영된 이후 세계적 인기를 끌어오다 최근 네 번째 시즌의 막을 올렸다. 일본에서는 장기기증을 목적으로 불행하게 태어난 복제인간들의 운명을 그린 드라마가 화제다. 사실 극장가에서 <블레이드 러너> <아일랜드> <6번째 날> 등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가 꽤 있었다. 그런데 최근의 드라마는 이들 영화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현란한 액션과 특수촬영 장비를 동원해 관객을 사로잡는데 치중하지 않는다. 먼 미래가 아닌 현재를 배경으로 복제인간의 ‘인간적인’ 고뇌와 슬픔을 실감 나게 담아낸다는 점이 특징이다.

새삼 복제인간이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존재로 다가온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20년 전 포유동물로는 처음 복제된 돌리가 세상에 공개됐을 때 세간의 논란은 복제인간의 출현에 맞춰졌다. 양 한 마리가 태어났을 뿐인데 세계 각국은 서둘러 복제인간의 출생을 금지하는 강력한 규제책을 마련했다. 이론적으로 인간의 복제가 가능하다는 사실, 정자와 난자의 수정을 거치지 않고 태어나는 생명체에 대한 거부감 등의 이유에서다. 그래서인지 복제인간은 그저 할리우드 영화에나 등장하는 공상과학 영역의 소재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과학기술계는 좀 더 완성도 높은 복제기법을 끊임없이 개발해 왔고, 사회적 합의만 이뤄진다면 인간복제를 시도할 수 있다고 공공연히 밝히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의 보야라이프 그룹이 세계 최대 규모의 동물복제공장을 짓겠다고 밝힌 일이 화제를 모았다. ‘공장’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복제 소를 1년에 100만마리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루에 2740마리를 복제하는 셈인데, 그 생산시스템 규모가 얼마나 거대할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식용으로 사용할 소 외에 경주마나 마약탐지견 등 부가가치가 높은 다양한 용도의 복제동물도 생산한다.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 '아일랜드'_경향DB


보야라이프 그룹의 계획은 최근까지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요 발단의 하나는 그룹 대표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인간복제의 실현 가능성을 언급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복제인간을 프랑켄슈타인에 비유하며 자신의 회사는 인간을 복제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은 제대로 통제되지 않으면 인류에게 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활용돼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다른 내용의 인터뷰도 이뤄졌다. 만일 생식에 대한 사회의 가치관이 변한다면 다른 생명공학 회사에 의해 복제인간이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래에는 생식 과정에서 복제기술에 힘입어 세 가지 선택의 기회가 생긴다. 현재처럼 당신과 배우자가 자식에게 유전자를 절반씩 물려주는 경우, 그리고 복제를 통해 당신이나 배우자 각자가 별도로 100%씩 물려주는 경우가 그것이다. 돌리가 태어난 과정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간다. 돌리는 엄마만 세 마리였다. 가슴 부위에서 세포 하나를 제공해 돌리에게 유전자를 거의 100% 물려준 엄마, 핵이 제거된 난자를 인큐베이터용으로 제공한 엄마, 그리고 배 속에서 키워준 대리모이다. 어떤 동물이든 난자와 대리모만 확보되면 엄마나 아빠 한 쪽의 세포로 생명체가 태어난다. 물론 정자가 아예 필요하지 않으므로 돌리처럼 아빠가 없어도 된다. 이 상황을 인간에게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돌리는 276번의 실험에 실패한 끝에 태어났다. 당시까지 복제 성공률은 그렇게 낮았다. 부작용도 많았다. 대리모의 배 속에서 거대한 몸집으로 자라는 탓에 어미와 새끼 모두 죽는 사례, 새끼의 장기기능에 치명적인 이상이 생기는 사례 등이 학계에 계속 보고돼 왔다. 돌리의 경우 276번의 실험 과정에서 사라진 존재를 생명체라고 불러야 하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다만 인간의 경우 성공에 이르기까지 사라지는 존재에 대한 느낌은 확실히 동물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지난 20년간 복제기법의 진전으로 성공률은 상당히 높아졌을 것이다. 언젠가 성공률이 100%에 이르고 부작용이 없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제 우리가 복제인간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갖추기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돌리는 사회적 합의와 무관하게 태어난 복제동물이다. 인간은 그럴 수 없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는 인간복제라는 용어 자체를 잊고 있거나, 알고 있다 해도 아예 무관심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최근 국내외 가정의 안방에서 인기를 차지하고 있는 드라마들이 어쩐지 곧 실현될 인류사회의 모습을 예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김훈기 | 홍익대 교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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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