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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의 첫 구절이다. 봄과 여름 그리고 겨울철 밤하늘에는 돋보이게 빛나는 별이 여럿 있다. 도시 불빛 속에서도 어렵지 않게 스피카나 아크투르스, 직녀성, 견우성, 시리우스, 카펠라 같은 1등성 별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가을의 밤하늘은 정말이지 쓸쓸하다. 1등성이 없을 뿐 아니라 별들의 밝기가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다. 곁에 없는 사람이 마냥 그리워지는 때가 가을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왠지 외로워지는 것도 가을이다. 가을철 별자리는 쓸쓸함과 외로움과 그리움의 무늬를 아스라이 새기고 어둠 속에 침잠해 있다. 야속하게도 가을의 언어를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북극성을 가운데 두고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 자리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봄철이 북두칠성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카시오페이아의 놀이터다. 이맘때 저녁 8시나 9시쯤 북쪽 하늘을 바라보면 ‘3’자 모양을 한 채 높이 솟아오르기 시작하는 카시오페이아 자리의 별들을 볼 수 있다. 북두칠성은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는 중이다. 시간이 더 흐르면 카시오페이아는 더 높이 떠올라서 ‘M’자 모양이 된다. 시간이 더 흐르면 그 모양이 ‘∑’가 될 것이고 지평선 근처로 내려오면 ‘W’ 모양이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이미 날이 환하게 밝아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쪽지시험이었는지 중간시험이었는지 모르겠다. 카시오페이아 자리는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가를 묻는 문제가 나왔다. 나는 자신 있게 ‘3’ 또는 ‘M’ 모양이라고 답을 썼다. 선생님이 제시한 정답은 ‘W’ 모양이었다. 아마 교과서에 그렇게 서술되어 있었을 것이다. 나는 억울한 마음에 시간에 따라 카시오페이아 자리의 모양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그림으로 그려서 선생님에게 보여드렸다. 선생님은 교과서에 그렇게 나와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셨다. 밤하늘에 ‘3’자, ‘M’자로 보인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선생님에게는 결코 질문하지 않는 아이가 되었다.


(출처 :경향DB)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누구의 입에서라도 이런 구절이 마구 튀어나올 것 같은 시절이 가을이다. 카시오페이아 자리를 바라보며 별 하나에 ‘3’과 별 하나에 ‘M’과 별 하나에 ‘선생님’을 새기는 가을밤이다.



이명헌 | 과학저술가·천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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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