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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의 공학이야기

미생물 식품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최근 나는 제자들과 미생물 식품의 가능성에 대한 상상력을 풍부히 발휘한 논문을 게재하였는데 이를 요약하여 다뤄보고자 한다.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세계 인구가 2050년에는 100억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식량위기가 큰 걱정거리다. 식량 공급을 늘리기 위한 산림 등의 경작지화는 기후위기를 심화시켜 역으로 식량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아이러니를 만들고 있다. 특히 육류 수요 증가에 따른 축산업의 확대는 가축에 의한 곡물 소비와 이산화탄소 및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의 배출을 늘림으로써 식량 및 기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하면서도 영양이 풍부한 대체 식품의 확보가 필요하다.

 

미생물은 지속 가능한 미래 식량 자원의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키워서 먹는 데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식물이나 동물과 달리 미생물은 가축보다 물과 땅을 적게 사용하면서 매우 빠르게 생장한다. 빠르게는 20~30분마다 두 배씩 증식하며, 심지어 이산화탄소를 먹이로 자라는 미생물도 있다. 건조무게 기준 40~65%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각종 비타민, 항산화 물질 및 생리활성 물질도 풍부해 육류와 비교해도 영양학적으로 손색이 없다. 더군다나 배양, 획득, 소비 과정에서 윤리적 문제도 없다.

 

미생물 식품은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청국장, 김치, 막걸리, 빵, 요구르트, 치즈 등 각종 발효 식품은 우리가 오랜 기간 즐겨온 미생물 식품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미생물 식량을 확보하기 위하여 우리가 먹지 못하는 바이오매스와 같이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은 탄소원 혹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미생물에 먹이로 주고 발효를 하면 영양가가 풍부한 미생물과 그 미생물이 만들어낸 각종 생리활성 물질을 획득할 수 있다. 미생물로부터 단백질을 추출해 식량 자원으로 활용하는 단세포 단백질의 개념은 이미 수십년 전 연구된 바 있으나 식량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었기에 주목받지 못하였다. 현재는 미국의 키버디사, 핀란드의 솔라푸드사 등의 기업에서 단세포 단백질의 제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선 가장 유망한 미생물 식품의 형태는 미생물의 바이오매스나 배양액 그 자체를 섭취하는 것인데, 이는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현재 우리가 섭취하는 클로렐라, 스피룰리나, 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 등이 미생물의 바이오매스를 섭취하는 사례이고, 요구르트나 막걸리는 미생물 배양액 전체를 섭취하는 좋은 예이다. 다만 미래의 미생물 식품은 지금처럼 배양한 미생물을 그대로 섭취하기보다는 식자재로서 다양한 요리법을 통한 조리를 거친 뒤 보통 음식처럼 섭취하게 될 것이다. 미생물로부터 각종 영양소를 정제해 사용할 경우 최종 산물로부터 원치 않는 물질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미생물 식품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미생물과 미생물의 먹이에 대한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정제공정으로 인해 생산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

 

유산균, 고초균, 효모, 누룩곰팡이처럼 오랜 세월 식품 발효에 활용해온 안전하고 영양가 높은 미생물들은 훌륭한 식량 미생물 후보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배양 시 미생물 성장을 위해 특정 영양소의 첨가가 요구되기 때문에 생산 단가가 높아질 수 있다. 또한 특유의 좋지 못한 맛이나 냄새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대사공학과 발효공학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사 회로의 개량을 통해 영양 요구성을 제거하고, 식량 미생물이 건초나 폐목재처럼 저렴하고 재생 가능한 탄소원을 소비하며 빠르게 성장하게 할 수 있다. 대사공학으로 이산화탄소나 이산화탄소로부터 만들어진 개미산을 탄소원으로 사용하여 자라게 할 수도 있다. 또한 불쾌한 맛이나 냄새에 관여하는 대사경로를 차단하거나 바닐라, 포도향, 사프란 등의 풍미를 내는 화합물의 생합성 유전자를 도입하여 식량 미생물의 풍미를 향상시킬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미생물 내 단백질이나 유익한 기능성 물질의 함량을 높이거나 소비자의 건강 상태나 필요에 따라 영양 성분을 개인 맞춤형으로 디자인한 맞춤 식량 미생물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러한 ‘맞춤 미생물 식품’은 어린이, 청소년, 중장년별 맞춤 식품뿐 아니라 당뇨병, 암 등의 환자별 맞춤식품, 다이어트식품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급격한 인구증가와 기후위기로 인해 미생물 식품이 지속 가능한 식품 시스템의 한 축을 담당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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