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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의 공학이야기

대사공학과 합성생물학의 미래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빨간 장미, 노란 장미, 분홍 장미, 흰 장미 등 장미는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세시대부터 수많은 육종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란색의 장미는 만들 수가 없었기에 파란 장미의 꽃말은 ‘불가능’이었다. 염색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 파란 장미들만 있던 상황에서, 1990년대 일본의 산토리사와 호주의 플로리젠사가 파란 장미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피튜니아에서 파란색을 낼 수 있는 유전자를 장미에 도입하고 색에 영향을 미치는 액포의 pH 등을 조정하는 조작을 통해 2004년 드디어 세계 최초로 파란 장미를 만들었다. 파란 장미의 꽃말이 ‘기적’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생명체의 대사회로를 설계하고 만들고 바꾸어 원하는 뚜렷한 목적을 달성하는 공학을 대사공학이라고 한다. 199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대사공학은 지난 30년간 눈부신 발전을 했다. 특히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고 안전과 보안조치가 용이한 미생물의 대사공학으로 바이오연료, 용매와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물질, 의약품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들이 개발되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접하는 식품과 동물사료에 사용되는 아미노산과 핵산, 항생제, 말라리아 치료제 등의 의약품, 플라스틱의 원료로 사용되는 다양한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미생물들이 대사공학으로 개발되어 산업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반면 2000년대 초반 대장균에서 유전자 조절을 원하는 대로 온-오프(on-off)시키는 회로를 구축한 논문이 발표되면서 합성생물학이 태동했다. 사실 합성생물학이라는 개념은 대사공학과 많은 공통점이 있어 초기에는 그저 또 새로운 말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DNA 합성기술, 편집기술 등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대사공학처럼 기존 세포의 재설계뿐 아니라 이 세상에 없는 생명체와 생명체의 일부를 만들 수 있는, 즉 새로운 생명체의 합성이 가능해짐에 따라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특히 대사공학은 생물체의 대사회로에 공학을 접목해 무언가 유용한 물질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합성생물학은 그러한 목적이 없는 경우도 포함한다. 합성생물학의 발전과정에서 생물학자·화학공학자뿐 아니라 전기 및 전자공학 전공자들도 참여한 것이 눈에 띈다. 대사공학을 화학공학자들이 주도한 것과 비교하면 흥미로운 점이다. 합성생물학에서는 생물체를 마치 전자회로의 집합체처럼 다뤄서 논리회로를 설계하고 합성해 구동한다.

 

DNA 조각과 같은 부품, 어떤 특정 기능을 하게 설계된 DNA 모듈, 그렇게 설계된 모듈 등을 장착시킬 세포인 섀시, 모든 것이 통합되어 최종 제작된 세포인 시스템으로 이루어진다. 그 과정 또한 공학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서 설계(Design)-제작(Build)-시험(Test)-학습(Learn)이라는 DBTL 사이클을 통해 제작되며, 이를 분석이 강화된 상태에서 자동화하는 것이 바이오파운드리다. 새로운 생명체와 그 일부를 설계 및 제작하다 보니 윤리적·안보적 측면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전자 합성 서열의 모니터링과 통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 세계가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렇게 세포공장과 생명체의 일부를 제작해 화학, 환경, 의약, 농업, 식품, 전자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활용하게 하는 대사공학과 합성생물학은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 식량과 에너지 부족 문제, 고령화시대 건강 문제 등의 해결에 필수적이다. 브랜드에센스의 예측에 의하면 합성생물학의 시장 규모는 2026년 약 39조원에 이르며 연평균 22%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어디까지를 시장 범위에 넣느냐의 차이인데, 석유화학산업의 30%만 바이오화학산업으로 바뀌어도 1500조원 시장임을 감안하면 시장 규모는 훨씬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대사공학과 합성생물학은 미래 생명공학산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며 난치병을 치료하고, 건강에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며,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들을 해결하는 등 우리 인류의 건강과 환경 보호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파란 장미의 꿈이 이루어졌듯이.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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