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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원 | 서울시립대 교수·철학



오늘날 우리는 나노물질이 들어간 다양한 기능성 제품들 가령 나노식품, 나노의약품, 나노화장품, 전자제품, 에너지제품, 각종 소비재 등을 우리 생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 10년간 나노 산업과 관련 시장은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였고 앞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나노 바이오 및 제약 산업 분야를 구체적인 예로 들면, 우리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신약 개발이나 약물전달 시스템 및 진단 영상 개발 등과 관련한 시장 규모가 2011년 175억달러, 2012년 216억달러에서 2017년 535억달러로 연간 20%의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외에 전자 산업, 에너지 산업, 식품·화장품 산업 등 수많은 나노 산업 분야들에서도 새로운 기능성을 무기로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미국 환경청(EPA)은 2005년 이래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나노물질 및 제품을 인체 및 환경에 대한 안전성을 근거로 규제하고 있다. 가령 2009년 국내의 모 전자회사가 수술실에서 사용되는 전자제품들의 항균성을 높이고자 은 나노항균제가 코팅된 키보드·마우스 등을 생산하여 미국에 수출했지만, 독성시험 자료 등 나노제품의 특성에 대한 자료 등록의무 위반으로 20만달러 정도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그보다 앞선 2006년에는 같은 전자회사에서 개발한 은 나노세탁기에 대해 그것의 살균성을 이유로 수입금지 규제조치가 내려진 바 있다.


 

나노물질 측정 장비 AFM(atomic force microscope, 원자현미경) 사용례. (출처: 경향DB)



한편 최근에는 강철 대비 강도가 최대 100배이고 구리 대비 전기 전도성이 최대 1000배나 되어 군사 분야나 차세대 반도체 분야 등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새로운 나노물질인 탄소나노튜브에 대해 2009년 이후부터 일반 화학물질 및 제품에 적용되고 있던 ‘제조 전 유해성 심사’를 반드시 받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탄소나노튜브 또는 그것을 포함한 제품이 미국으로 수입되려면 제조사가 해당 제품에 대해 90일 전에 사전 신고하고 환경청으로부터 안전성 여부를 심사받아야 한다. 신고와 관련해서는 제품에 사용된 나노물질 입자가 제품으로부터 방출되는지의 여부, 방출된 나노입자의 물리화학적 특성 및 독성에 관한 자료, 방출된 나노입자에 인간이 어느 정도 노출되는지에 관한 자료 등 주로 안전성과 관련한 까다롭고 매우 복잡한 자료들을 제조사가 직접 등록·제출해야 한다.


2010년 이후로는 산업 활용도가 매우 높은 다중벽 탄소나노튜브가 대량으로 수입되는 경우 별도의 추가 자료를 제출토록 하는 등 규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등록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고발 조치됨은 물론 매일 약 3만달러에 해당하는 벌금을 위반한 일수만큼 내야 한다. 현재 새로운 규제법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까닭에, 나노물질이 화학물질로 분류되어 있는 만큼 기존의 화학물질 규제법을 나노물질 및 제품에까지 확대 해석하여 적용하는 방식으로 나노물질 및 제품의 안전성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EU)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화학물질에 적용되던 ‘물질의 등록·평가·허가 및 제한에 관한 법’(REACH법)을 나노물질에 확대·적용하여 EU로 대량 수입되는 모든 나노물질 및 제품에 대해 미국의 경우와 유사하게 안전성 관련 자료들을 등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2011년에는 EU 환경위원회와 의회가 “전기전자제품 내 특정 유해물질의 사용금지에 관한 법”(RoHS법)을 새로 만들어 EU로 수입되는 모든 전자제품에서 은 나노와 다중벽 탄소나노튜브의 사용을 제한하고자 시도하였으나, EU 집행위원회의 반대로 지금은 시행이 유보된 상태다.


이렇게 세계 각국이 최근 들어 부쩍 나노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나노제품에 들어간 나노물질의 잠재적 독성 때문이다. 나노 독성은 정상적인 물질이라 하더라도 그 크기를 나노 수준으로 잘게 쪼개면 물질의 표면적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표면에서의 화학작용이 활발하게 증가하여 발생한다. 때로는 나노물질의 구조적 생김새가 독성을 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노물질의 이러한 독성은 나노물질과 다른 물질을 결합하여 나노제품을 만드는 까닭에 나노제품 자체에서는 일반적으로 잘 발현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나노제품 사용 중에 어떤 이유로 나노제품에 포함된 나노물질이 입자형태로 방출되어 떨어져 나오는 경우, 농도가 낮은 상태이더라도 미약하나마 독성이 발현될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제품의 안전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된다.


아직까지는 전 세계적으로 나노제품의 안전성으로 인한 우려할 만한 사고가 보고된 바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세계 각국이 나노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과거 꿈의 신소재로 각광받았던 석면이 40년의 긴 시간을 거쳐 중피종이라는 높은 치사율의 악성 폐암을 일으키는 독성물질로 판명된 뼈아픈 역사적 경험 때문이다. 무분별한 개발과 발전이 아니라 안전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개발과 발전이 앞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떠한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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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