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비둘기 새끼를 본 적이 있는가

김홍표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

 


비둘기 새끼를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병아리 새끼나 개를 어미 삼아 쫓아다니는 오리 새끼를 본 기억이 있다 해도 말이다. 왜 비둘기 새끼는 보기 어려울까? 아마 그 이유는 둥지를 잘 숨기는 데다 새끼가 자랄 때까지 한곳에 머무르는 비둘기의 습성 때문일 것이다. 닭처럼 가축화되진 않았지만 비둘기는 인간 집단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생명체다. 본디 절벽이나 암벽에 구멍을 내고 둥지를 트는 습성이 있던 비둘기는 개구쟁이들의 눈길을 피해 아파트나 빌딩 구석에 은밀하고 안온한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비둘기는 새끼에게 액상 치즈처럼 노랗고 점도가 높은 젖을 먹인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암수 비둘기 모두 젖을 공급할 수 있는 까닭에 새끼는 두세 달 동안 둥지에서 무사히 성체 크기로 자라난다.

 

비둘기는 자신과 몸무게가 비슷한 집쥐와 비교했을 때 훨씬 오래 산다. 집쥐의 수명이 약 2~3년인 데 반해 비둘기의 수명은 거의 20년이 넘는다. 그렇다면 비둘기 떼에서 어린 비둘기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몸집에 비해 부리가 큰 비둘기는 어릴 가능성이 높다. 몸집이 약간 더디게 성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빛에서 더 정확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어린 비둘기는 눈빛이 갈색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붉은빛이 강한 주황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몸집이 작은 동물들은 대개 임신 기간이 수주 정도에 불과하다. 닭이나 비둘기 모두 3주면 알에서 깨어나고 쥐도 마찬가지다. 이와 달리 몸집이 비교적 큰 염소나 양은 6개월 정도 자궁에서 성숙한 새끼를 낳는다. 그렇다면 이들은 언제쯤 새끼를 낳을까? 동물 생태학자들은 새끼들이 태어나 주변에서 안정적으로 음식물을 얻을 수 있는 시기에 맞춰 생식이 이뤄진다고 말한다. 임신 기간이 짧은 동물들은 교미와 부화, 새끼 기르기를 겨울을 피해 여름에서 가을 사이 완결한다. 수태 기간이 긴 동물들은 겨울에 암컷의 안전한 태반에서 태아를 키워 봄에 낳고 초목이 무성할 때 그들이 음식물을 맘껏 섭취하고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기를 고대한다.

 

공룡이 육상을 호령하던 약 2억5000만년 전에 처음 포유류가 등장했을 때 지구는 따뜻하고 건조한 단 하나의 대륙, 판게아로 존재했다. 세월이 흘러 공룡이 사라지고 지구가 지금처럼 몇 개 대륙으로 갈리면서 곳곳에 포진한 포유동물은 4000종이 넘지만 이들은 지금도 생존율이 가장 높은 시기를 골라 새끼를 낳고 키운다.

 

포유동물의 생식에는 암컷의 투자가 월등하게 많다. 따라서 암컷에게 난자를 성숙시키고 배란하도록 결정하는 기제가 작동하리라 짐작할 수 있다. 암컷의 배란은 온도가 적당한지 그리고 주변에 음식물이 충분한지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사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일은 곧 음식물 대사의 직접적인 결과라 할 수 있기에 결국 생식의 성공은 음식물에 의해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춥지는 않지만 물과 먹을 것이 줄어드는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의 건기에 새끼를 낳는 일은 피해야 하는 것이다. 내분비학자들은 후뇌에 있는 세포가 혈액에 떠도는 대사 연료 물질인 포도당과 지방산의 양을 계측하고 성호르몬의 분비를 조절한다는 가설을 증명하고자 노력한다. 고위도에 사는 동물들은 빛도 중요한 단서로 받아들여 자신들의 생식 전략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생식에서는 어떤 주기성을 찾아볼 수 있을까? 오래전부터 통계 자료를 작성한 북유럽 국가의 예를 보면 사람들의 생일은 봄이 시작되기 전인 1~3월에 최고조에 달한다. 그리고 가을 무렵에 두 번째 좀 작은 봉우리가 그려진다.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인간 생식의 이런 계절성은 점점 무뎌진다. 그렇다곤 해도 포유동물로서 인간이 취하는 생식 전략은 다른 종들과 본질에서 그리 다르지 않다. 다만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양상을 두드러지게 드러낼 뿐이다. 사람들도 아기가 태어나 ‘웃으며 뛰어놀고 행복하게 숨 쉬며’ 함께 살아갈 세상을 늘 꿈꾼다. 거기에는 단지 소유를 위한 방편이 아닌, 안온히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주거 공간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포함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8060300015&code=99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