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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 과학 칼럼

[기고]나로호 목표는 한국형 발사체 디딤돌 놓기

허환일 | 충남대 교수·항공우주공학



전 국민의 환호 속에 성공할 듯이 보였던 나로호 1차 발사의 진한 아쉬움과, 폭발로 인해 명백한 실패로 판명된 나로호 2차 발사의 명암을 뒤로한 채 우리는 나로호의 세 번째 발사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발사 준비 중에 결함이 발견돼 발사가 무기한 연기됐다. 


이번 발사는 10여년에 걸쳐 예산 5205억원을 투자한 세 번째이자 마지막 시험대이다. 5000만 국민 1인당 약 1만원씩을 나로호 개발사업에 지원해 준 셈이다. 나로호 공동개발 과정에서 이미 많은 기술적인 것들을 배웠지만, 기술이전이 되는 것과 기술이전이 불가능한 것을 구분하는 능력을 배운 것도 큰 자산이다. 기술이전이 전혀 안되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기술은 이를 악물고 개발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어서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3’이라는 숫자는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하나, 둘, 셋!’, 출발을 하거나 도약을 준비할 때 우리는 꼭 셋이라는 숫자를 세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숫자 3의 의미는 ‘균형’ ‘완벽’을 뜻한다고 한다. 또 ‘작심삼일’도 있다. 3일, 세 번째 날이 ‘고비’임을 의미하는 것일 게다. 결국 세 번째라는 것은 도약을 위한 고비라고 요약할 수 있다. 


나로호 3차 발사의 의미를 숫자 3의 의미와 결합해 지난 2번의 발사 실패로 인해 세 번째 추가발사 기회를 잡았다고 애써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삼세번’ 도전의 기회는 우리에게 고비임에 틀림없다. 


나로호 개발과 발사는 그 자체가 우리의 최종목표가 아니라 2021년 목표로 잡아 놓은 한국형 발사체 개발의 디딤돌이다. 세 번째의 나로호 발사는 한국형 발사체로의 도약을 위한 준비과정인 셈이다. 2단 로켓인 나로호가 3단 로켓인 한국형 발사체로 성장, 도약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비록 발사가 연기되었지만 ‘균형’ ‘완벽’을 뜻하는 숫자 3이 우리에게 행운을 줄 것으로 믿고 ‘삼세번’째 나로호 발사의 성공에 기대를 거는 까닭이다.



나로호 3차 발사 D-1 (출처; 경향DB)



우리는 지금 진정한 의미의 자력 발사, 우주독립국가라는 목표를 위해서 나로호의 15배 위력이 있는 한국형 우주발사체의 독자개발을 목표로 다시 10년을 투자하려고 한다. 100㎏의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나로호가 2021년에는 1500㎏의 위성발사가 가능한 한국형 발사체로 15배 성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의지와 의욕만으로 로켓을 개발할 수는 없다. 나로호 개발과 발사로 얻은 경험을 밑거름 삼아 한국형 우주발사체의 기술개발에 매진하면서 우주개발 예산의 확충과 적절한 시기에 정확한 집행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리의 과학기술자들을 믿고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긍정의 힘은 과학기술계에 기적을 낳곤 한다.


얼마전 한 여론조사기관이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4%가 “나로호 3차 발사의 성공 또는 실패에 상관없이 우주발사체 개발을 적극 지지한다”고 답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과학기술은 국가지도자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여론의 지지는 국가지도자의 관심을 유도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나로호 발사의 시행착오와 상관없이 국민의 지지와 국가지도자의 관심은 한국형 우주발사체 개발로 이어져 10년 내에 진정한 의미의 자력 우주발사체 보유국가라는 자부심으로 돌아올 것이다.


‘돼지 꼬리 잡고 순대 달란다’는 속담이 있다. 무슨 일이든 이루기 위하여서는 일정한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성급하게 요구한다는 말이다. 15세기 로켓 대신 신기전을 개발한 후예들이 560여년 만에 나로호 발사 성공과 진정한 한국형 우주발사체 개발을 위해서 땀을 흘리고 있다. 


15세기 로켓강국 조선의 힘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힘차게 부활하기를 기대하며 우리 과학기술자들의 능력과 꿈을 믿고 조용히 기다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