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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로 스윙 연습을 하는 사람을 목욕탕에서 보노라면 골프가 어렵긴 어려운 운동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많은 골프 교본과 비법이 있지만 골프에선 연습이 제일 중요하다고 한다. 골프와 달리 진화론과 같은 과학, 그리고 종교의 교리는 연습보다 이해가 더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경전을 수만 번 반복해서 읽는다고 절로 이해될 리가 없다. 그건 주문 외기에 불과하다. 악기 연주는 연습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악보에 적힌 그대로 건반을 치는 일은 논리상으로는 정말 간단한 일이다. 수영할 때 팔다리를 번갈아 저으며 그때마다 한 번씩 숨 쉬는 것이 맘대로만 된다면 물에 빠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같이 일상의 삶에서는 연습이 중요한 경우도 있고 이해가 중요한 경우도 있다.

요즘 교육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코딩은 어디에 속할까. 코딩은 골프나 수영, 바이올린 연주만큼이나 연습이 중요한 분야이다. 하나의 문제를 수많은 방법으로 달리 표현하는 코딩은 같은 악보로 다른 소리를 만드는 연주와 비슷하다. 훌륭한 코딩을 직접 보는 것이 교재를 백번 읽는 것보다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코딩이 음악과 같은 또 다른 면이다. 그래서 코딩교육은 교재가 아니라 강사의 화려한 실연이 중요하고 여기에 학생들은 매료된다.

좀 늦었지만 당국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영국, 이스라엘, 에스토니아, 독일, 덴마크에 비해서는 늦었지만 코딩이 문명의 새로운 전환점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면에서는 다행스럽다. 미래학자들에 따르면 코딩 능력은 디지털 세상을 살기 위한 최소한의 교양이라고 한다. 초등부터 시작되는 소프트웨어 교육의 목적을 프로그래머 예비군 양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가장 흔한 오해이다. 직업 프로그래머가 될 사람의 수는 많지 않다. 대신 미래에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단순 능력보다는 그 생산 과정을 이해하고, 그렇게 만드는 능력이 삶의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이 사이버 공격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소프트웨어의 제작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자기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호신술이 될 것이다. 그걸 이해하지 못하면 영원한 디지털 호구로 살아갈 것이다. 미래에는 각종 기기를 각자 코딩으로 조작해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만일 집안 기기의 변경, 수리 때마다 서비스 프로그래머를 불러서 해결한다면 그 비용은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공항 입·출국 때의 무인 셀프기기가 보여주듯이 미래에는 코딩 능력이 우월함의 인간 지표가 될 것이다.



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매장에서 어린이교육용 소프트웨어를 고르는 주부와 어린이._경향DB



문제는 아이들에게 계산적 사고, 코딩을 어떻게 가르치는가 하는 것이다. 당국에서는 새로운 전공교사 대신 기존의 타과목 교사들에게 추가 교육을 시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런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소프트웨어 교육은 이해가 아니라 연습의 문제이기 때문에 단기간 교육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대학 4년간 수백 개의 프로그램을 만든 전공자들 중에서도 교사 수준에 이르는 졸업생은 소수이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원래 전공 분야를 몇 개월의 교육으로 다른 분야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은 교육당국의 안타까운 소망일 뿐이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에서 이런 돌려 막기가 기획되고 있다는 것이 개탄스럽다. 지금도 수많은 컴퓨터과학,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배출되지만 이 최신의 기술과 경험을 가진 청년들이 초·중등 교육현장에 투입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러니 겉보기에는 멀쩡하게 교육이 진행되는 것 같지만 그 안의 실상은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것이다. 전공을 바꿀 교사에게는 적어도 2년 이상의 충분한 교육이 되어야 하고 이 과정에 다른 업무는 완전히 면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최고 수준의 초·중등 소프트웨어 교육 전문가가 1000명이나 준비되어 있고 영국 역시 이 층이 매우 두껍다. 그런데 당국은 긍정적 결과의 전시효과에만 목말라할 뿐 그 뿌리인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에는 무신경하다. 창조경제도 이런 식으로 마감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결국 코딩교육은 돈, 예산의 문제이며, 또한 효율적 배분의 문제로 귀착된다. 하긴 23조원이나 되는 돈을 강바닥에 처박아 넣은 일에 대해서도 그게 뭐가 문제였는지 별 반성이 없는 상황이니, 이번 일에도 큰 기대가 안되는 것이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조환규 부산대 교수·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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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