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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고은의 ‘가을 편지’ 첫 구절이다. 글로만 옮겨 놓아도 김민기의 낮은 목소리가 가을 안개처럼 몰려올 것만 같다. 1977년에 발사했던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와 2호가 태양계를 벗어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사실 ‘태양계의 끝’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태양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들이 따라붙는다. 태양의 어떤 영향 말인가? 그리고 얼마나? 과학자들이 태양계의 끝에 대해 토론하는 동안에도 보이저호는 지구인의 ‘편지’를 간직한 채 고독한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일러스트 : 김상민



보이저호에는 ‘골든 레코드’라고 불리는 LP판 3장이 실려 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중심이 되어 만든 우주를 향한 지구인의 메시지다. LP판을 작동시켜서 그 속의 정보를 읽을 수 있도록 바늘도 넣었고 작동법도 적었다. 그림 118장도 들어 있다. 임신한 여인의 모습부터 지구의 자연과 문명을 ‘그대’가 될 수 있는 미지의 외계인에게 알리는 지구인의 편지인 것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소리부터 아기 울음소리와 키스 소리까지 지구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소리도 담겨 있다. 칼 세이건과 막 사랑에 빠져들고 있던 (나중에 세 번째 부인이 되는) 앤 드루얀의 뇌파도 기록되어 있다. 54개 언어로 인사말도 녹음했다. ‘안녕하세요?’도 들을 수 있다. 클래식과 월드뮤직을 망라한 27곡의 음악도 담았다. 한국 음악이 없는 것이 좀 아쉽다.


골든 레코드는 우주공간에서 수억년의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세월이 흘러서 운 좋게 골든 레코드가 외계인의 손에 들어갔을 때 즈음이면 인류는 아마 멸종했을 것이다. 존속한다고 하더라도 진화를 거듭해서 지금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기계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골든 레코드는 인류의 유서일 것이다. 자화상일 것이고 지구인 자신을 위한 헌정 앨범일 것이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헤매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낙엽처럼 우리는 사라질 테지만 ‘그대’가 되어 우리들의 유서를 읽어 줄 외계인이 있다면 세상은 찬란하게 아름다울 것이다. 가을이다. 편지를 보내자. 우주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이 시간 이 공간에서 삶을 공유하고 있는 소중한 가을 연인에게.



이명현 | 과학저술가·천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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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