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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의 공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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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궤도 통신위성, 별들의 전쟁 1992년 KAIST 인공위성연구소는 우리별 1호를 개발해 발사했다. 인공위성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이 인공위성 보유 국가 대열에 합류하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우리별, 차세대 소형 위성, 다목적 실용 위성 시리즈 등 다양한 지구 관측용 인공위성들을 개발·발사했고 위성을 수출할 정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하지만 예산 등의 한계로 통신위성 개발에는 다소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2010년 천리안 1호를 발사했으나 통신 전용의 인공위성이 아닌 기상관측, 해양관측 그리고 공공통신을 위한 복합기능의 정지궤도 인공위성이었다. 또한 국내 유일하게 위성통신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정지궤도 무궁화위성은 총 4기로 모두 해외에서 수입해 운용 중이다. 그러다 보니 민간 수요가 가장 많고 국가 기간망으로 활용이 가능하..
미생물 식품 최근 나는 제자들과 미생물 식품의 가능성에 대한 상상력을 풍부히 발휘한 논문을 게재하였는데 이를 요약하여 다뤄보고자 한다.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세계 인구가 2050년에는 100억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식량위기가 큰 걱정거리다. 식량 공급을 늘리기 위한 산림 등의 경작지화는 기후위기를 심화시켜 역으로 식량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아이러니를 만들고 있다. 특히 육류 수요 증가에 따른 축산업의 확대는 가축에 의한 곡물 소비와 이산화탄소 및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의 배출을 늘림으로써 식량 및 기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하면서도 영양이 풍부한 대체 식품의 확보가 필요하다. 미생물은 지속 가능한 미래 식량 자원의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키워서 먹는 데까지 수개월에서 ..
생체 모방 공학 아프리카의 나미비아와 앙골라 남부에 위치한 나미브 사막에는 일년에 10~20㎜ 정도밖에 비가 오지 않는다. 이렇게 척박한 환경에서 생물들이 살아가는 것을 보면 경이롭다. 이른 아침 물기를 머금은 옅은 안개가 이 나미브 사막에 사는 동식물들이 생명 유지에 필요한 수분을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하지만 안개가 하도 옅어서 자체적으로는 응축되기 힘들다. 나미브 사막에 사는 딱정벌레는 진화를 통해 등에 친수성(물과의 친화력 높음) 돌기와 소수성(물과 친화력 낮음) 흐름관을 만들었다. 친수성 돌기에 모인 20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지름의 물방울들이 점점 커지면 물을 잡아두는 힘보다 아래로 흐르는 힘이 커져서 등의 흐름관을 따라 내려가 딱정벌레의 입으로 들어가게 된다. 15년 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분야별 탄소 배출과 대응 현재 약 500억t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세계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탄소중립정책을 추진 중이다. 따라서 어디서 얼마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지를 살펴보고 각 분야에 맞는 감축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6년 클라이미트워치와 세계자원연구소의 자료를 바탕으로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가 잘 정리한 데이터를 통해 알아보자. 산업생산, 수송, 건물 냉난방 등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전체 배출량의 73.2%였다. 농업, 산림과 토지 이용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는 18.4%였으며, 산업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에 의해 발생되는 온실가스를 제외하고 직접적인 산업생산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5.2%였다. 또 시멘트산업에서 3%, 화학산업에서 2.2%, 매립지와 하수처..
단백질 공학 DNA는 대부분 생명체의 유전물질로서 복제되어 후손에게 전해진다. DNA는 전사과정을 통해 RNA가 되고, RNA 중 mRNA는 번역을 통해 단백질이 된다. 어릴 적 생물 수업 시간에 배운 이 분자생물학의 중심원리를 기억할 것이다. 즉 단백질은 유전자의 염기서열에 기반하여 20종류의 아미노산이 연결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백질은 효소(enzyme), 구조 단백질, 신호전달 단백질 등 세포 안과 밖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들 중 효소와 단백질 공학을 통한 효소의 개량 과정에 대하여 살펴보자. 효소는 세포 내외에서 일어나는 반응에서 촉매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화학촉매와 비교하여 반응의 특이성과 선택성이 높고, 반응이 화학촉매반응과는 달리 상온 상압이나 체온과 같이 마일드한 조건에..
메타버스 2000년대 우리나라를 대표하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싸이월드를 기억하는가? 스마트폰으로의 빠른 환경 변화와 세계화에 뒤처지며 페이스북 등 국제적인 SNS에 밀려 사라졌던 싸이월드가 메타버스 기반의 싸이월드Z로 돌아온다고 한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와 현 세상을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가상현실보다 확장되어 마치 현실세계와 유사하게 모든 경제, 사회, 문화활동 등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의미한다. 초고속 네트워크에서 가상, 증강, 확장현실, 인공지능, 블록체인 기술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보다 현실감 있는 가상세계의 구현과 실생활 같은 활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최근 인기 있는 메타버스로 미국의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포트나이트와 전 세계 10대들이 열광하는 로블록스가 있다. 3억5000만명이 ..
재활용과 새활용 전 세계가 환경 문제와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버려지던 제품이나 물질을 다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에게 재활용(recycling)은 분리수거 등의 활동을 통해 익숙하다. 약 20년 전 제시된 개념인 업사이클링(upcycling)은 지난 수년간 매우 빠르게 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제품에 새로운 가치와 용도를 부여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업사이클링의 우리말 표기로 ‘새활용’을 제시했다. 그러면 재활용과 새활용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우선 둘 다 이미 사용되고 버려지는 것을 원료로 쓴다는 점은 같다. 버려지는 페트병을 예로 들어보자. 재활용의 경우에는 페트병이 수거되어 미세하게 쪼개져서 ..
대사공학과 합성생물학의 미래 빨간 장미, 노란 장미, 분홍 장미, 흰 장미 등 장미는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세시대부터 수많은 육종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란색의 장미는 만들 수가 없었기에 파란 장미의 꽃말은 ‘불가능’이었다. 염색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 파란 장미들만 있던 상황에서, 1990년대 일본의 산토리사와 호주의 플로리젠사가 파란 장미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피튜니아에서 파란색을 낼 수 있는 유전자를 장미에 도입하고 색에 영향을 미치는 액포의 pH 등을 조정하는 조작을 통해 2004년 드디어 세계 최초로 파란 장미를 만들었다. 파란 장미의 꽃말이 ‘기적’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생명체의 대사회로를 설계하고 만들고 바꾸어 원하는 뚜렷한 목적을 달성하는 공학을 대사공학이라고 한다. 1990년대 ..
배양육과 대체육 나는 2018년 1월 말 다보스포럼 중 저녁식사를 겸한 아주 흥미로운 세션에 토론주재자로 참여하였다. 그날 제공된 음식은 고기 파스타였는데 여기 들어간 고기는 미국 임파서블푸드사의 대체육이었다. 임파서블푸드의 CEO 패트릭 브라운이 이 식물성 단백질 성분으로 만들어진 대체육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고 맛을 보았다. 맛과 식감이 실제 고기와 상당히 유사하였다. 예전에 맛이 없고 식감도 영 아니올시다였던 식물성고기와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이었다. 세션 종료 후 브라운 박사에게 육류 맛을 내기 위한 핵심이 뭐냐고 물었더니 사람을 포함한 동물에서 산소 전달에 필수적인 헴(heme)이었다고 한다. 임파서블푸드사는 대두로부터 헴을 포함한 레그헤모글로빈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를 클로닝하여 효모에 도입해 생산하였다. 이렇..
탄소중립 추진 전략 전 세계는 기후변화를 넘은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온실가스 감축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탄소중립(net zero) 정책을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일본 등 70여개국이 2050년 혹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도 지난해 10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하고 12월에는 정부의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세계 각국이 이렇게 선언했지만 현재 석탄, 원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의존한 에너지 소비와 산업 구조를 보면 이를 달성하기가 만만치 않다. 혹자는 불가능하다고도 한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말을 하나 만들자면, ‘탄소 거의 중립(almost net zero)’이라도 달성하게 되면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올해 떠오른 ‘10대 기술’ 매년 중국 톈진과 다롄에서 번갈아 가면서 개최되던 세계경제포럼의 하계 다보스포럼이 코로나19로 인해 개최되지 않았다. 대신 올해는 온라인으로 변화의 선구자 서밋을 개최했고, 나도 폐막 기조세션에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 세션에선 클라우스 슈밥 회장의 마무리 발언을 포함해 지난 10일 발표된 10대 떠오르는 기술들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세계경제포럼은 2012년부터 매년 10대 떠오르는 기술들을 선정해 발표해 왔다. 올해도 흥미롭고 파괴력이 상당할 기술들이 선정됐다. 나도 참여하여 해설한 내용을 요약해 본다. 첫 번째는 고통 없는 주사와 진단을 위한 마이크로니들이 선정됐다. 마이크로니들은 신경을 안 건드리고 피부 내로 들어가므로 통증을 느끼지 않으며 약물 투여뿐 아니라 피검사 등을 가능케 하여 병원에 가지 ..
늦출 수 없는 바이오파운드리 반도체산업은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 중 하나이다. 반도체가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크게 설계, 생산, 패키징 및 조립, 품질검사 그리고 판매 및 유통의 과정이 있다. 실제 웨이퍼를 생산 가공하는 설비들을 갖춘 팹(fab)은 제조설비의 약자로서 이를 갖추는 데만도 수조원의 많은 돈이 든다. 이러한 팹을 갖추고 반도체 설계는 직접 하지 않으며 다른 기업이 설계한 반도체의 생산만을 전담하는 기업을 파운드리라고 부르며, 반대로 설계만을 하는 기업을 팹리스라고 한다. 반도체산업에서의 파운드리와 유사한 개념으로 바이오 분야에는 바이오파운드리가 있다. 바이오제품에는 치료제, 백신, 친환경 석유화학 대체 화학물질, 다양한 기능의 천연물질, 바이오플라스틱 등 많은 것들이 있다. 하지만 현재의 바이오파운드리는 이런 제품들을 직..
[이상엽의 공학이야기] 융합전략, 생명공학 강국의 발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생명공학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뜨겁다. 오래전 유럽에서는 생명공학을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색깔로 구분하였다. 의학·생명에 관련된 생명공학은 우리의 피 색을 나타내는 레드(red) 바이오텍, 농업·식품과 관련된 생명공학은 나뭇잎 색인 그린(green) 바이오텍, 산업 화학물질 및 소재 생산과 환경에 관련된 생명공학은 화이트(white) 바이오텍으로 부른다. 바이오 시장 규모는 어디까지 포함하는가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전 세계 레드, 그린, 화이트 바이오텍 시장 규모는 약 1800조원으로 추정되고 급속히 성장 중이다. 우리나라의 바이오 시장 규모는 34조원 정도로 전 세계 시장의 2%가 안 되는 상황이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사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