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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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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비둘기 새끼를 본 적이 있는가 김홍표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 비둘기 새끼를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병아리 새끼나 개를 어미 삼아 쫓아다니는 오리 새끼를 본 기억이 있다 해도 말이다. 왜 비둘기 새끼는 보기 어려울까? 아마 그 이유는 둥지를 잘 숨기는 데다 새끼가 자랄 때까지 한곳에 머무르는 비둘기의 습성 때문일 것이다. 닭처럼 가축화되진 않았지만 비둘기는 인간 집단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생명체다. 본디 절벽이나 암벽에 구멍을 내고 둥지를 트는 습성이 있던 비둘기는 개구쟁이들의 눈길을 피해 아파트나 빌딩 구석에 은밀하고 안온한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비둘기는 새끼에게 액상 치즈처럼 노랗고 점도가 높은 젖을 먹인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암수 비둘기 모두 젖을 공급할 수 있는 까닭에 새..
모든 세포는 세포로부터 얼추 10만개에 달하는 우리 머리카락의 평균수명은 대략 5년이다. 이 머리카락 한 가닥을 기다란 원통이라고 해보자. 몇 올의 머리털을 세로로 나란히 세우면 폭이 1㎜가 될 수 있을까? 이는 머리카락의 직경이 얼마쯤 되겠느냐는 질문과 같다. 한국인 머리칼의 평균 직경은 80마이크로미터(㎛)다. 그러므로 약 13개의 머리카락을 일렬로 세우면 1㎜가 된다. 우리는 머리카락을 눈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세포는 어떤가? 주먹 쥔 손등을 뚫어지게 본다한들 피부세포가 보일 리 만무하다. 인간의 눈은 자신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를 보지 못한다. 인간이 가진 세포의 평균 직경이 머리카락보다 훨씬 작기 때문이다. 얼마나 작을까? 인간의 세포 약 다섯 개를 나란히 세워야만 머리카락 하나 정도의 폭이 된다. 세포(cell..
잎 없이 꽃을 피운다는 건 가을 잎이 봄꽃보다 붉다는 한시 구절을 들어가며 사람들은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을 찬탄한다. 여기서 봄꽃은 붉은 매화쯤 될 것이다. 봄의 꽃, 가을의 단풍 둘 다 ‘붉지만’ 쓰임새는 분명 다르다. 매화꽃은 벌을 불러들이지만 가을 단풍은 하릴없이 떨어질 뿐이다. 하지를 지나 낮의 길이가 짧아지기 시작하면 활엽수 잎은 푸름을 버릴 채비를 한다. 붉은 잎은 더 이상 광합성을 하지 않겠다는 식물의 결연한 선언에 다름 아니다. 이런 식물의 계절성을 열역학적으로 표현하면 ‘봄은 가을이 될 수 있지만 그 반대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정도가 될 것이다. 가을 햇빛은 화학에너지 형태(탄수화물)로 저장되지 않고 다만 잠시 단풍잎을 따뜻하게 덥힐 뿐이다. 가을은 저절로 봄이 될 수 없다. 잘린 도마뱀 꼬리가 다시 도마뱀이 ..
‘귀지’의 생물학 20세기 초반 비타민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던 영국의 프레더릭 홉킨스는 식물을 연구하는 동료 과학자들을 탐탁잖게 생각했다. 배설기관이 따로 없는 식물을 ‘더럽다’고 여긴 까닭이다. 장차 아파트가 들어설, 한바탕 땅을 뒤집어 놓은 척박한 곳에 자리 잡은 버드나무를 의 저자 페터 볼레벤은 개척자 식물이라고 칭했다. 몸피가 허연 자작나무도 또한 개척자 식물이다. 개척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버드나무와 자작나무는 강한 햇살과 목마름을 기꺼이 버티고 견딘다. 그리고 수시로 나무껍질을 떨구어 손상된 세포나 조직을 버린다. 나무껍질은 배설기관이다. 수정을 끝내고 하릴없이 떨어지는 꽃잎도 가을 저물어 떨구는 이파리도 마찬가지로 배설기관이다. 질소와 같은 필수적인 영양소를 몸통에 남긴 채 나무껍질도, 낙엽도 하릴없이 땅으로 ..
생물학 제1법칙은 ‘고귀함’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생물학 제1법칙으로부터 얘기의 실마리를 풀어보자. 너무 당연하다고 여긴 탓인지 교과서에서조차 법칙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지만 나는 ‘어미아비 없는 자식은 없다’는 명제가 생물학의 으뜸 법칙이라고 본다. 이 법칙의 면면을 살펴보기 위해 족보를 예로 들어보자. 가령 경주 김씨는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아들을 시조로 한다. 족보는 시조로부터 시작해서 아래쪽 방향으로 내려오는 계보를 그린다. 보학이 흔히 차용하는 방식이다.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특정 계보의 생물학적 반감기는 7세대 정도라고 한다. 풀어 말하면 7세대가 지나서도 나의 후손이 생존할 가능성은 50%라는 말이다. 보학을 송두리째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이런 얘기를 접하면 시조 한 구절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