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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1000 Genomes Project와 DNA 염기서열 분석 기술


이한승 교수(신라대학교 바이오식품소재학과)


지난 주 한 유전체 분석과 관련된 워크숍에 참석을 했다. 우연히 한 연사의 발표 자료를 컴퓨터에 옮기는 광경이 화면에 보였다. 내 눈이 간 곳은 그 파일이 아니라 그 USB 드라이브 안에 함께 들어있는 영화 동영상 파일이었다. 그 영화는 <가타카, GATTACA>였다. 내가 그런 것처럼 아마 그도 수업시간에 그 영화를 학생들에게 보여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가타카>가 상상해낸 유전공학 세계의 청사진을 이야기해 주었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20세기에 젊어서 사망한 우생학의 부활(고상하게 말하면 “유전자 결정론”)을 우려했을 수도 있다.
 

유전자 관련 수업 단골손님 가선생! (그런데 안 오실 땐 나그네인가요?)



11월은 타임지가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발명 50 (50 Best Inventions)이 발표되는 달이다. 2년 전인 2008년 최고의 발명품은 단돈 399불짜리 유전자 테스트 키트 (The retail DNA test)인 "23andMe"라는 희한한 제품에게 돌아갔다. 판매하는 키트에 침을 뱉은 후 보내면 23가지 알려진 질병과의 연관성,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연관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68가지 연구결과들과의 연관성을 검사해주는 방식이다. 더욱이 이 키트를 개발한 사람은 구글 창업자의 부인인 앤 워지스키 (Anne Wojcicki)였기에 생명공학기술과 IT가 접목되는 세상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었다.


 

퉤퉤퉤! 23andMe 사용방법 (https://www.23andme.com/howitworks/)


 


그리고 지난 주 과학저널 <네이처> 표지에 A Thousand Genomes라는 헤드라인이 등장했다. 국제적인 컨소시엄을 결성하고 공동 연구를 통해 1,000명의 사람 유전체를 분석한 후 개인간, 인종간 차이를 밝혀냄으로써 소위 개인 유전체학 (Personal Genomics)의 시대를 열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인 The 1000 Genomes Project의 1차 연구 결과가 발표것이다. (관련 논문 : A map of human genome variation from population-scale sequencing) 장장 10년에 걸쳐 27억불을 사용해서 단 1명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휴먼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HGP)의 1차 결과 발표가 2001년이었는데 10년이 채 되지도 않아 1,000명의 유전체를 밝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2010. 10. 28 Nature 표지를 당당히 장식한 '1000 게놈'

 


이러한 유전자 분석기술의 발달 속도는 그야말로 눈부시다. 내 석사과정 때인 1994년에 3,000개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데 딱 1년이 걸렸다. 그 방법은 소위 Sanger법이라고 알려진 매뉴얼 시퀀싱 방법이었는데 1977년에 개발되었다. 단일가닥 DNA를 만들어서 커다란 유리판에 gel을 만들고 전기영동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몸에 좋지도 않은 방사능 동위원소를 사용해 가며 잠도 못자고 고생해서 1년이 걸렸다. 간혹 여러 가지 반응과 전기영동을 다 끝내고 gel을 떼어내다가 gel이 찢어지는 날에는 며칠간 수행한 실험 결과가 날아간 분노에 머리를 쥐어뜯기도 했다. 어디 그 뿐인가! X-ray 필름에 인화한 DNA 밴드를 하나 하나 읽어서 손으로 3,000개의 염기서열을 일일이 다 종이에 적고 그것을 타이핑한 후 확인, 또 확인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X-ray 필름의 DNA 염기 서열을 읽으면서 종이에 기록하는 것은 동시에 하기 힘들기 때문에 애꿎은 후배가 옆에서 선배가 부르는 A, C, G, T를 열심히 받아 적기도 했다. 오, 군대와 다름없었던 실험실의 위계질서에 감사를!!! 

 

그땐 그랬지 - 일일이 받아 적은 DNA 서열을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 중.


그렇게 분석을 마쳐갈 무렵에 우리나라에 유전자 분석을 해주는 회사가 생겼다.  1986년 캘리포니아 공대(Caltech) 연구진이 개발한 소위 자동염기서열 분석기(automatic sequencer)가 Applied Biosystems Inc (ABI)에 의해 상업화되어 국내에까지 들어온 것이었다. 당시 그 회사에서는 염기서열 1개당 500원을 받으며 상업적 서비스를 시작했다. 1년 동안 수없이 밤새며 실험했던 3,000개 염기서열의 분석에 1개월 조금 넘는 시간과 150만원이면 끝나는 세상이 열린 것이었다. 노동력을 제외하고도 1년 동안 내가 사용한 시약 값의 반도 안되는 가격이었고 시간도 10분의 1밖에 걸리지 않았다. 1년 동안의 수고가 허무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그나마 위안을 받은 것은 얼마 전 새로 부임하신 옆 연구실의 교수님은 매뉴얼 시퀀싱 기구를 비싼 값에 구입하시고 단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하셨다는 것이었다. 남의 불행이 나의 위안이라고나 할까.


그렇다면 16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솔직히 속이 쓰려 글을 쓰기가 힘들 정도다. 3백만개 정도의 염기서열(내가 직접 한 것의 1,000배다.)을 가지고 있는 미생물 하나의 전체 게놈을 밝히는데 걸리는 시간은 1개월, 가격은 1,000만원 조금 넘는 정도다. 이것이 가능해진 이유는 소위 NGS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 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술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The 1,000 Genomes Project에 사용된 기술도 바로 이 NGS 기술이다. 현재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 연구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NGS 기술은 1996년 스웨덴 연구진에 의해 Pyrosequencing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되었고 Roche사에서 GS-FLX라는 이름으로 상용화되었다. 현재 이외에도 Illumina사의 Solexa,  AB의 SOLiD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이젠 인간의 전체 염기서열 30억개(내가 손으로 한 것의 100만 배다!)를 100만원 정도에 분석하려는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소위 3세대 염기서열 분석법 (NNGS, Next 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술이다. 지금까지의 염기서열 분석법이 주로 DNA의 증폭을 필요로 했던데 비해 이 NNGS 기술은 아예 DNA 단일 분자(single molecule)을 이용한 방법이다. 현재 상용화 바로 전단계에 와 있지만 HeliScope사의 Single Molecule Sequencer가 시장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결국 이러한 신기술이 생명정보학(bioinformatics)과 어우러져 이제 <가타카>가 그렸던 미래에 슬금슬금 다가가고 있는 실정이다.

Heliscope사의 Single Molecule Sequencer


하지만 지난 이십년간 DNA 염기서열 분석과 같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분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DNA 염기서열분석은 예외적인 분야에 가깝다. 성미 급한 과학자들과 상상력이 뛰어난 과학 저술가들이 유전자가 지배하는 “멋진 신세계”를 그리고 있고 그 반대편에선 우려 가득한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생명과학의 현실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이번 유전체 분석 워크숍에서 모든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던 말이 있다. “생물학자는 생물을 하세요. 분석은 회사에 맡기고.” 사실 이제 더 큰 숙제가 떨어진 것에 불과하다. 

                                  
이제라도 꾸욱~



필자 이한승 교수는

1969년 서울 출생.
1989년 연세대 식품공학과에 입학하여 계속 같은 과에서 공부하면서
학과가 식품생물공학과를 거쳐 생명공학과로 바뀌는 것을 경험하였고
1998년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동경대학, (주)제노포커스, 미국 죠지아대학 등을 떠돌며
포닥으로 세계일주를 계획했으나
2007년 여름부터 부산의 신라대학교 바이오식품소재학과에 임용되어 재직중이다.
유전자 분석(BLAST) 때문에 남들보다 일찍 인터넷 세계에 입문하여
15년 가까이 홈페이지와 블로그(
http://www.leehanseung.com)로
세상과 소통해 왔으며 극한미생물에 관심이 많아 극한미생물연구회를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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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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