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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 법칙’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총괄 사장이었던 황창규 박사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황의 법칙’은 플래시 메모리의 용량이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것으로, 이것은 전자공학의 고전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무어의 법칙을 넘어서는 것이다. 

황창규 박사

인텔의 공동설립자인 고든 무어는 1965년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집적도가 18개월에 2배씩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동안 이 예측은 거의 들어맞아서 오늘날 ‘무어의 법칙’으로 부르고 있는데, 황 박사는 2002년 미국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메모리의 경우 18개월이 아니라 12개월에 2배씩 용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황의 법칙’이 성립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1999년에 256메가비트 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하고, 2000년 512메가비트, 2001년 1기가비트, 2002년 2기가비트, 2003년 4기가비트, 2004년 8기가비트, 2005년 16기가비트, 2006년 32기가비트, 2007년 64기가비트 제품을 개발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메모리의 용량을 매년 2배로 늘리는 것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지속적인 기술혁신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퍼즐 맞추기를 할 때 동일한 크기의 퍼즐 조각이 500개에서 1000개, 2000개로 늘어난다고 생각해 보자. 처음 500개일 때는 금방 맞출 수 있겠지만, 1000개로 늘어나게 되면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되고, 2000개일 때는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퍼즐의 조각이 4000개, 8000개로 늘어난다면? 이렇게 되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필자는 1986년을 잊지 못한다. 난생 처음으로 IBM PC XT라고 부르는 개인용 컴퓨터(PC)를 구입했기 때문이다. 이 PC에는 640킬로바이트의 메모리와 20메가바이트의 하드디스크 1개와 5.25인치 플로피디스크 2개가 설치돼 있었다. 당시 IBM PC에서는 2개의 플로피 디스크 중 위에 있는 것을 ‘A:’, 아래에 있는 것을 ‘B:’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하드디스크를 ‘C:’라고 불렀다. 이때 불렀던 디스크 이름이 관행으로 굳어져서, 최근에는 플로피디스크를 사용하지 않고 있음에도 첫 번째 하드디스크를 ‘C:’라고 부르고 있다. 

컴퓨터가 개발되던 초창기에 메모리는 매우 값비싼 장치였다. 최초의 컴퓨터 메모리라고 할 수 있는 자기 코어 메모리의 경우 1비트에 1달러 정도였다고 하는데, 만일 이러한 자기 코어 메모리를 사용하여 640킬로바이트 PC를 만들기 위해서는 메모리 가격만으로 512만달러(약 60억원)가 필요하다. 따라서 당시에는 프로그램에서 메모리를 어떻게 절약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컴퓨터의 보조기억장치인 하드디스크의 경우 메모리보다 더 극적으로 용량이 증가해 왔다. 1986년에 필자가 최초로 구입했던 20메가바이트 하드디스크의 가격이 20만원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로부터 25년이 흐른 지금 같은 가격인 20만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하드디스크의 용량은 약 2테라바이트이다. 인플레이션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동일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하드디스크의 용량은 25년 만에 10만배가 늘어난 것이다. 하드디스크에는 데이터를 기록하는데 사용되는 헤드라는 것이 있는데, 고밀도의 기록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헤드가 디스크에 가능한 가까워야 한다. 일반적으로 헤드의 높이는 담배 연기 입자 1개의 크기보다도 낮게 유지되어야 하는데, 이 정도 높이로 헤드를 움직이도록 제어하는 것은 747 여객기가 지상 10m 정도를 유지하며 비행하도록 제어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최근 메모리 개발과 관련된 초미의 관심사는 누가 얼마나 작게 메모리에 들어가는 반도체 소자의 크기를 만들 수 있느냐이다. 2004년 과학동아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플래시 메모리의 선폭이 2010년에는 55나노미터까지 작아질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예측보다 더 빨리 선폭이 작아지고 있는데, 삼성전자에서는 2010년 7월에 30나노급 메모리를 양산하기 시작했고, 2011년 9월에는 20나노급 메모리를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이론적으로 현재의 기술로는 5나노미터 이하의 반도체 소자를 만들 수 없다고 한다. 반도체 소자에 있는 게이트의 길이가 5나노미터 이하로 작아지면 터널링 현상이라는 것이 일어나게 되는데, 게이트에 전압을 가하지 않았는데도 전자가 나오는 소스와 전자가 흘러들어가는 드레인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전자가 스스로 소스와 드레인 사이를 뛰어넘어 버린다는 것이다. 점점 이론적인 한계에 다가가고 있는 삼성전자가 앞으로 어떻게 이 한계를 뛰어 넘어 ‘황의 법칙’이 성립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지 몹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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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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