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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연설로 회자되는 스티브 잡스의 2005년 스탠퍼드 졸업식 축사는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말로 끝난다. 이 구절은 70년대 중반 잡스가 애독하던 지구백과라는 잡지가 폐간될 때 편집자가 마지막 호 뒤표지에 실은 고별의 글이다.

 

억만장자인데다가 한참이나 똑똑했던 이가 남들보다 잘나가는 미래가 예측되는 수재들 앞에서 정반대의 조언을 던진 것은 의외였다. 나는 오래도록 왜 잡스가 수십년 전에 접한 이 구절을 기억하고 자서전적으로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았던 연설을 이 구절로 마쳤을까 궁금했었다.

 

교류 전기의 고안자 니콜라 테슬라

 

전기요금 폭탄이 날아올까 조마조마하던 여름에 현대 전기시스템의 근간인 교류전기를 개발한 니콜라 테슬라의 전기를 읽으면서 이 궁금증에 대해 약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2015년 버지니아텍의 과학기술학자 버나드 칼슨 교수가 쓴 <니콜라 테슬라 평전>은 테슬라의 카리스마나 괴벽에 치중한 그동안의 테슬라 전기와 격이 다른 저작이다.

 

에디슨과 테슬라는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처럼 세기의 라이벌이었다. 테슬라는 에디슨과의 전류전쟁에서 이기고도 오랫동안 에디슨에 가려져 역사책이나 과학책에 거의 언급이 없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성을 무너뜨린 잡스처럼 테슬라는 기술과 부를 독점한 에디슨에 대항하는 언더도그라는 이미지로 대중문화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누려왔다.

 

무선전력송신, 라디오기술, 날이 없는 터빈, 레이더 등 수많은 발명에도 불구하고 테슬라가 생존해 있는 동안 실제 산업이나 시장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온 것은 교류전기뿐이었고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구상 단계에 머물렀다.

 

나이아가라폭포의 송전시스템 건설을 두고 에디슨 진영과 경쟁하던 웨스팅하우스가 테슬라의 교류전기 특허를 사들이면서 백만장자가 되었지만 그 후로는 계속 하락세였다. 특히 자신이 가장 애착을 가졌던 전 지구적 무선 송전 시스템의 시연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들였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가면서 쓸쓸한 말년을 보냈다.

 

테슬라의 천재적인 발상들이 현실로 옮겨졌다면 아마 20세기 중반에 이미 전기차와 스마트폰을 쓸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가 그렇게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놓고도 실제 구현을 시도하지 않은 데에는 두 가지 설명이 있다. 하나는 당시 특허 체제의 특징과 관련되어 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특허의 세계는 지금처럼 수많은 회사들이 특허를 내고 제품을 팔아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개별 엔지니어들이 특허를 등록하면 제조 능력을 지닌 몇몇 회사에 팔아 돈을 버는 것이 대세였다. 테슬라 역시 열심히 특허를 내고 팔아 수익을 내는 모델에 매여 있었기에 아이디어 구현이나 제조까지는 신경쓰질 않았다.

 

또 다른 하나는 테슬라의 독특한 발명 방식과 연관되어 있다. 테슬라는 대중매체 인터뷰와 실험노트에서 자신의 발명 방식에 대해 언급했는데 에디슨과 정반대였다.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유명한 에디슨은 당시 수많은 엔지니어들처럼 아이디어를 구상하면 수십번, 수백번 시작품을 만들고 조금씩 개선해나갔다.

 

반면 테슬라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머릿속에서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시작품도 구상하며 그 오류와 문제점을 온전히 머릿속에서 분석하고 개선해나갔다. 이는 정신적으로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이론이 탄탄해야 가능한 것이었다. (사실 테슬라는 평생 기술자보다는 과학자에 더 가까운 면모를 보였다.)

 

문제는 테슬라의 구상의 결과가 아이디어가 아니고 시스템이었다는 것이다. 에디슨을 비롯해 당시 발명가들은 기존의 산업이나 사회 체제에서 부족하거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찾는 데 발명의 주안점을 두었다면, 테슬라는 아이디어나 기술이 떠오르면 이를 구현하기 위해 어떻게 시스템을 바꿀 것인가를 고민했다. 기존의 시스템을 채워줄 기술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잡스의 매킨토시와 아이폰이 시대를 바꾼 것처럼, 테슬라의 구상 역시 기술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었다. 점진적 혁신은 시대의 논리에 충실해야 하나 급진적 혁신은 그 시대와 그 시스템의 아웃사이더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stay hungry, stay foolish”는 나중에 성공해도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을 생각하고 겸손해져라는 도덕적인 충고가 아니라, 파괴적 혁신의 본질을 남김없이 드러낸 요약문인 것이다.

 

김소영 | 카이스트 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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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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