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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제일 가까운 별은?”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천문우주 행사를 할 때 단골로 나오는 퀴즈다. 성급한 아이는 “달”이라고 외치고는 금방 후회한다. 잠시 후 다른 아이가 “센타우루스자리 알파별”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주최 측이 원하는 답은 아니다. 정답은 ‘태양’이다. 태양처럼 내부에서 핵융합이 일어나 빛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천체를 ‘별’이라고 한다. 달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지만 스스로 빛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태양빛을 반사하니 엄밀하게 말하자면 ‘별’이 아니다.

센타우루스자리 알파별은 태양계에서 제일 가까운 별이다. 그래도 빛의 속도로 4년을 넘게 달려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이 퀴즈는 별에 대한 정의를 교육시키려는 지극히 계몽적인 목적을 담고 있다. 꽤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너무 까다롭게 굴고 싶지는 않다. 내게는 달도 별이고 지구도 별이고 혜성도 별이고 태양도 모두 같은 별이다. ‘별’은 엄격한 천문학적인 정의로 묶어두기에는 너무나 아깝고 아름다운 단어다.

지구에서 제일 가까운 별은 태양이다. 그렇다! 태양도 별이다. 너무 가까운 곳에 있어서 너무 당연한 존재로 생각하던 태양이 사실은 밤하늘에 떠 있는 숱한 별들 같은 ‘별’이라는 말이다. 태양은 태양계 전체 질량의 99.86%를 차지한다. 앞으로 50억년 이상 핵융합을 통해 빛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 빛에 기대어 지구에서 생명이 살아가고 있다. 화성에서도 한때 그 빛에 기대어 생명이 살았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도 살고 있을지 모른다. 태양이 더 이상 빛을 내지 못하고 일생을 마칠 때가 되면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내 모든 천체들은 숙명처럼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태양은 태양계의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할 만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태양활동관측위성이 지난 12일 태양 표면에서 일어난 폭발의 파장을 촬영한 두 장의 이미지를 합성한 모습. 이날 폭발은 올해 들어 가장 강했다. 미 항공우주국 _ 출처: AP연합뉴스


얼마 전 케플러우주망원경이 지구의 사촌을 찾았다는 발표가 있었다.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 중에서 질량이나 크기나 환경조건이 모두 지구와 가장 비슷한 행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케플러 186f는 암석, 철 그리고 얼음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케플러 186f와 지구는 10만광년에 이르는 우리 은하 전체 크기에 비하면 비교적 가까운 거리인 500광년 떨어져 있다. 가까운 거리에 있기는 하지만 이 행성이 지구의 진짜 사촌은 아니다. 별은 성운에서 생겨나는데 케플러 186f와 태양은 각기 다른 성운에서 태어났다. 그러니 겉보기에는 서로 많이 닮은 사촌 같은 행성이지만 실제로는 피를 나눈 형제자매나 사촌은 아닌 것이다.

성운에서 별이 생기는 과정을 보면 하나의 별만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수천, 수만 개의 별들이 동시에 태어난다. 처음에는 성단을 이루면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태양과 그 사촌 별들이 탄생한 것이 50억년 전이고 그사이 태양은 우리 은하 중심을 스무 바퀴도 넘게 공전했다. 그 세월 동안 같이 태어난 별들이 우리 은하 곳곳으로 흩어졌다. 지금 태양 주위에 있는 별들은 오다가다 만난 이웃사촌인 것이다. 그 넓은 공간 속에서 50억년 전 같은 성운에서 같이 태어난 태양의 사촌 별을 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일지 상상이 갈 것이다. 태양도 알고 보면 외로운 별이다.

좋은 소식이 하나 들려왔다. 태양으로부터 약 110광년 떨어진 곳에 태양보다 15% 정도 더 무거운 HD 162826이라는 별이 있다. 헤르쿨레스자리에 있는 6.5등성이다. 맨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쌍안경으로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별이다. 조사해보니 태양과 50억년 전에 같은 성운에서 탄생한 사촌 별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것이다. 같은 곳에서 같은 시기에 태어났으니 이 별을 연구하면 태양의 탄생 비밀도 덤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별 주위에서 아직 행성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존재할 환경적 개연성이 높다고 한다. 그곳에서도 생명이 탄생해 진화를 거듭한 후 우리 같은 지적 능력을 갖춘 존재가 생겨났을지도 모른다. 그들도 자신들의 태양의 사촌을 애타게 찾고 있을 것이다.

HD 162826을 관찰하기 좋은 계절이다. 헤르쿨레스자리에 속하지만 근처에 직녀성이 있어서 별자리지도를 참고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작은 쌍안경과 함께 잃어버렸던 태양의 사촌을 찾아가는 한여름 밤 시간여행을 즐겨보면 어떨까.

천문학자는 모두 밤을 새우면서 관측을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낮에만 관측할 수 있는 별이 있고 그것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도 있다. 동갑내기 천문학자인 한 친구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자기는 밤에 관측하기 싫어 태양을 전공 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하곤 했다. 그 친구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별 볼 일 없지만 해 볼 만합니다.”


이명현 | 과학저술가·천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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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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