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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승 교수 (신라대 바이오식품소재학과)


   “네가 어떤 식품을 가져와도 그 속에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거나 항암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여줄 수 있다.”

   위의 말은 식품 성분을 연구하는 사람들 사람들이 하는 농담 중 하나다. 의약품과 달리 식품 속에는 수많은 성분이 함께 들어 있다. 특히 대중들이 좋아하는 “천연식품”은 더욱 그렇다. 때문에 그 속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함께 들어 있다. 문제는 얼마나 들어 있고 얼마나 섭취하는가이다. 어떤 물질을 완전히 피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마치 세균을 우리 주변에서 박멸하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지난 2월 중순 포탈 사이트에서 콜라 속 발암물질(
정확하게는 콜라에 사용되는 색소 속의 극미량 불순물)에 대한 뉴스를 봤다. 포탈 사이트야 자극성있는 뉴스 클릭으로 먹고 사는 곳이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저녁 TV 뉴스에 그 뉴스가 나왔다. 콜라 색소가 나쁘다는데 뭐가 얼마나 나쁘다는 것인지 내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뉴욕타임즈 사이트를 뒤져 보았다. 내 검색 실력으로는 관련 뉴스가 검색되지 않았다. 영국 BBC도 뒤져 보았다. 역시 관련 뉴스는 검색되지 않았다. 2주가 지난 지금도 이들 언론에서 관련 뉴스를 찾아보긴 힘들다. 왜 일까? (혹시 검색 실력 부족은 아니겠지?)

   물론 ABC 뉴스를 비롯한 여러 외국 언론에서는 이 뉴스를 보도했다. 대다수 보도의 내용은 Center for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CSPI)의 주장이었고 말미에 업계의 반론이 첨가되어 있었다. 조금 더 자세한 내용과 뒷이야기는 시사주간지 타임의 온라인 뉴스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Do the Chemicals That Turn Soda Brown Also Cause Cancer?(타임지 기사 클릭)

이 속에 뭔가가? (출처: http://www.flickr.com/photos/8010083@N07/2310466235)


    간단히 요약하면 CSPI의 주장은 National Toxicology Program (NTP) 의 2007년 연구 보고(클릭)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 연구의 내용은 콜라 등 여러 가지 식품에 사용하는 카라멜 색소를 만드는 공정상의 부산물인 4-methylimidazole(4-MEI)가 쥐에서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발암물질 공인 인증기관(?)이라는 IARC(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에서는 아직까지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캘리포니아 주에서 선도적으로 4-MEI 함량을 규제하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좀 더 보고서를 따져보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일단 NTP 보고서에 따르면 4-MEI의 발암성은 생쥐(mice)에서만 발견되었고 쥐(rat)에서는 없거나 일관적이지 않았다. 게다가 4-MEI의 섭취량을 625ppm에서 2500ppm까지로 실험하였는데 밴더빌트 대학 Fred Guengerich 교수에 따르면 이 실험량은 사람에게 하루 콜라 1000캔(잔?)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하니 과연 이런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만 하는 것일까.

 

하루에 이 정도는 마셔줘야??



   그런데 더 황당한 이야기가 있다. 4-MEI라는 물질이 쥐(rat)에서 발암성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암예방 활성(tumor preventive activity)이 있지 않은가 하는 논문이 Food and Chemical Toxicology라는 저널에 올해 1월에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논문도 좀 이상하다. 이 저자는 과학자가 아니고 소속도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아니라 비즈니스 회사이다. Food and Chemical Toxicology이라는 저널이 그렇게 나쁜 저널도 아닌데 이런 논문을 실어주다니 의외다. 논문 마지막엔 미국 음료 협회의 자금을 받았다고 되어 있다. 아마 관련 업계의 대응책 중 하나일 것이다. 아무튼 여기까지가 이번 논란의 대략적인 줄거리와 배경이다.

"4-MEI가 쥐에서는 종양 예방 활성이 있지 않냐?"는 조금 수상한 논문


   그렇다면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뉴욕타임즈나 BBC같은 유수의 언론사들은 왜 이 논란을 보도하지 않았을까? 물론 내가 그 언론사 편집자가 아닌 이상 그 정확한 답은 모른다. 하지만 추측컨대 선정적인 이슈이긴 하지만 문제 제기의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해도 쓰기만 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데 가치가 없다고 기사를 버릴 수 있을까? 발암성이 있건 없건 탄산음료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직후에 "죄악세“를 부과하겠다고 할 정도로 미국 사회 ‘공공의 적‘인데 말이다. 


몸에 나쁜 탄산음료, 세금을 먹이든지 내가 먹든지..(출처: http://articles.nydailynews.com/2009-09-08/news/17934410_1_sugary-drinks-soda-consumption-health-care-reform)


   재미있는 것은 며칠 후 뉴욕 타임즈에 콜라 관련 기사가 나왔는데 이번 문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목이 무려 “Recipe for Coke? One More to Add to the File(클릭)”(코카 콜라 레시피? 하나 더 알려지다.)였는데도 말이다.

   나는 아직도 왜 뉴욕 타임즈가 그 보도를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판단하기에 포탈 사이트에 올라 왔던 콜라에 발암물질, 운운하는 내용의 보도라면 하는 것보다는 안하는 편이 바람직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식품 안전에 대해서는 아주 엄격하게 때로는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고 나 역시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그러한 주장은 엄밀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내가 집에서 해봤는데, 방송이나 신문에서 해봤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안된다.

 

미술의 폭력성 실험에 관한 보고서


   그간의 과학적 데이터와 역사를 조금 뒤돌아보면 오히려 지금은 이런 문제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는 편이 육체 건강과 정신 건강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나 싶다. 소세지에 사용하는 아질산이 체내에서 발암물질 나이트로소아민으로 전환되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걱정하지만 우리가 먹는 “항암식품” 채소 속의 질산이 나이트로소아민으로 전환된다는 것은 아무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중요한 것은 유무가 아니라 함량과 섭취량이다.

(참고로 위 연구를 수행한 NTP는 1981년 발암물질로 규정했던 사카린을 2000년 발암물질 목록에서 삭제했고 2010년 12월 14일엔 드디어 미국 환경보호청 EPA마저도 사카린을 '인간 유해 우려 물질' 리스트에서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커피전문점에 가면 설탕이나 시럽 외에도 여러 가지 감미료가 있는데 파란 봉지에 든 것은 아스파탐, 노란 봉지에 든 것은 슈크랄로스, 빨간 봉지에 든 것은 사카린이다. 설탕을 포함해서 이들 감미료들은 모두 발암물질이라고 고소(?)를 당했다가 슬슬 무죄 방면되고 있다.^^)

낙타건 사람이건, 너무 많이 마시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필자 이한승 교수는

1969년 서울 출생. 1989년 연세대 식품공학과에 입학하여 계속 같은 과에서 공부하면서 학과가 식품생물공학과를 거쳐 생명공학과로 바뀌는 것을 경험하였고 1998년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동경대학, (주)제노포커스, 미국 죠지아대학 등을 떠돌며 포닥으로 세계일주를 계획했으나 2007년 여름부터 부산의 신라대학교 바이오식품소재학과에 임용되어 재직중이다. 유전자 분석(BLAST) 때문에 남들보다 일찍 인터넷 세계에 입문하여 15년 가까이 홈페이지와 블로그(http://www.leehanseung.com)로 세상과 소통해 왔으며 극한미생물에 관심이 많아 극한미생물연구회를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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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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