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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채진석 교수


  2011년도 수학능력시험 사회탐구 영역에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문제> 다음 그림은 애플사의 로고이다. 무엇을 형상화한 것인가?  
 

 
① 아담의 사과(Adam's apple)  

② 뉴턴의 사과(Newton's apple)

③ 튜링의 사과(Turing's apple)

보기 중에 답이 없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답을 할지는 잘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문제가 수능에 나온다면 복수정답 시비에 휘말릴 것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위키백과에서는 애플사의 로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애플의 한 입 베어 먹은 듯한 모습의 사과 로고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스티브 잡스가 평소에 존경하던 앨런 튜링이 독이 든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 죽었다는 점에 착안하여 그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성경에 나온 아담이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어 인류의 운명이 바뀐 것처럼 컴퓨터가 인류의 문명을 바꿀 것이라는 스티브 잡스의 확신에 의한 것이라는 설, 그리고 처음에 도안을 내놓았을 때 토마토인지 사과인지 구분할 수 없어 한 입 베어 먹은 모습으로 만들었다는 설도 있으며, 단순히 아이작 뉴턴을 기념하는데서 시작되었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유래가 어떤 것인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위키백과의 설명에 따르자면 이 문제의 정답은 ①, ②, ③ 모두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필자는 ③번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많은 독자들도 필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위키백과에 나온 것과 같이 앨런 튜링은 자신이 독을 주입한 사과를 한 입 베어 먹고 자살했다. 자살하면서 튜링은 다음과 같은 유서를 남겼다고 한다.

  “사회가 나에게 여자가 되라고 강요했으므로, 가장 여성스러운 방법으로 죽음을 맞는다.”

  튜링은 사과에 독을 넣으면서 계모가 준 독사과를 먹고 죽은 백설공주를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앨런 튜링은 천재였지만 그 시대에는 중범죄에 해당하는 동성애자였다. 자신의 동성애 파트너가 자신의 집을 도둑질한 것을 경찰에 신고하면서 튜링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데, 이후 영국 법원은 그에게 여성 호르몬을 주사하도록 판결하였고 일상생활에서 당하는 수치를 견디지 못한 튜링은 자살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컴퓨터의 기본 개념을 창안해 낸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 중의 한 명은 만 42세도 되기 전에 이 세상에서 쓸쓸히 사라져 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때 튜링이 베어 먹었던 사과의 품종이 매킨토시였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실제로 매킨토시는 사과껍질이 초록색과 붉은색 두 가지를 가지고 있고, 사과의 속살은 흰색이며, 초가을에 수확을 하는 사과 품종의 이름이다.

애플사의 첫 로고는 아이작 뉴턴이 사과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고 있는 그림이었다.(1976)

무지개 무늬 로고(1976~1998) 이후 색이 차분해졌다. 무지개 무늬가 동성애를 상징하고, 앨런 튜링이 사과를 한입 베어먹고 죽었다는 사실에 주목해보자.



  튜링은 이렇게 세상에서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소중한 유산들은 수많은 컴퓨터과학도들에 의해 면면히 계승되고 있다.


  근대적인 의미에서 컴퓨터의 구조를 설계한 사람이 바로 튜링이다. 튜링은 1936년에 쓴 논문에서 추상적인 기계(이론상의 계산 기계)를 정의하였는데, 이 기계는 유한상태의 기계로서 테이프를 가지고 있고 테이프에는 부호를 기록하여 이를 다시 읽을 수 있으며, 또 이 부호를 변경할 수 있고 테이프를 앞뒤로 움직일 수도 있다. 이 기계는 초보적인 외부기억장치와 각 상태에 따른 내부기억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원형(原形)이 되는데, 튜링이 설계한 이 기계를 튜링 기계(Turing machine)라고 부른다.


  튜링이 남겨 준 또 다른 유산으로는 튜링 테스트(Turing test)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에 지능이 있는지를 판별하는데 사용된다. 튜링은 1950년에 쓴 논문에서 기계가 지능적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 조건을 언급하였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컴퓨터를 상대로 지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질문한 다음 컴퓨터의 반응과 인간의 반응을 구별할 수 없다면 컴퓨터는 지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미국에서는 최근까지도 튜링 테스트 경연대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컴퓨터는 없다고 한다.


앨런 튜링(1912-1954)


 컴퓨터과학자들은 이러한 튜링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튜링상(Turing Award)을 제정하여 1966년부터 컴퓨터과학 분야에서 많은 공헌을 한 개인에게 이 상을 수여하고 있다. 튜링상은 컴퓨터과학 분야의 노벨상이라고 할 만하다.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튜링상을 받은 학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컴퓨터과학의 역사를 쓸 수 있을 정도이다. 인공지능의 대가 민스키(Marvin Minsky), 수많은 알고리즘을 개발한 다익스트라(Edsger W. Dijkstra), 컴퓨터 역사상 최고의 서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기술(The Art of Computer Programming)"의 저자 크누스(Donald E. Knuth), 포트란(Fortran)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든 배커스(John Backus), 관계 데이터베이스의 이론적인 배경을 정립한 코드(Edgar F. Codd), 파스칼(PASCAL)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든 워스(Niklaus Wirth), 공개키 기반 암호화 알고리즘인 RSA 알고리즘을 만든 리베스트(Ronald L. Rivest), 샤미르(Adi Shamir)와 애들만(Leonard M. Adleman) 등 튜링상 수상자 명단에는 필자가 지금까지 공부한 전공 관련 교과서에 나왔던 익숙한 이름들이 올라가 있다.


역대 튜링상 수상자 명단은 다음 사이트를 참조 http://en.wikipedia.org/wiki/Turing_Award


  수상자 명단을 살펴보면 안타깝게도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튜링상을 수상한 한국인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아직도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학 분야의 필드상, 컴퓨터과학 분야의 튜링상 수상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과학 교육이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중요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아닐까?    



필자 채진석은

1964년 서울생. 어린 시절을 부산에서 보냈고,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서 1998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 한국학술재단 부설 첨단학술정보센터에서 전국 대학도서관의 목록 데이터를 통합하여 종합목록을 구축하는 사업에 참여했으며, 1998년 8월부터 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과 친구되기 운동을 펼치는 사회복지법인 한벗재단에서 이사로 일하면서, 장애인들의 컴퓨터 사용을 도와주는 정보통신 보조기기와  접근성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쓰고 있다. 정보화 역기능 및 정보격차 해소에 기여한 공로로 2009년 12월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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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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