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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두칠성은 밤을 지새우면 어느 순간에는 꼭 볼 수 있는 별자리지만 초저녁 무렵에 보기에는 봄철이 제격이다. 별자리마다 그에 얽힌 전설이 있다. 누구든 별을 올려다보면서 상상할 자유는 있었을 테니 민족마다 문명마다 각기 다른 전설을 갖고 있다. 현재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별자리는 88개인데 서양에서 사용하던 숱한 별자리를 정리하고 규격화해서 국제천문연맹에서 정한 것이다. 북두칠성처럼 북반구 어디서나 잘 보이는 별자리에는 바라보는 눈의 수만큼 많은 전설이 생겼을 것이다. 별자리의 전설이 죽음과 관련된 경우가 많은데 북두칠성은 유독 더 하다.

북두칠성은 아라비아 시대에 이미 관을 끌고 가는 모습으로 묘사되기 시작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북두칠성이 죽음을 관장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관 속에 집어넣는 칠성판도 북두칠성에서 유래했다. 북두칠성이 속한 서양 별자리인 큰곰자리의 표준 전설도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 옛날 어느 곳에 칼리스토라는 예쁜 공주가 살고 있었는데 행운인지 불행인지 신 중의 신인 제우스의 눈에 띄게 되었다. 바람둥이 제우스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버렸다.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에게 남자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칼리스토는 온갖 방법으로 저항했지만 신 중의 신인 제우스를 거역할 수는 없었다. 불쌍한 칼리스토는 아르테미스의 다른 추종자들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이 찍혀서 산속에 숨어살게 되었다. 그러고는 산속에서 제우스의 아들인 아르카스를 낳았다.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가 결국은 이 사실을 알아차리고야 말았다. 질투심에 불타서 칼리스토를 찾아온 헤라는 그녀를 흰곰으로 만들어버렸다. 칼리스토는 곰이 되어 산속을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칼리스토의 아들인 아르카스는 그 사실을 모른 채 어느 농부에게 발견되어서 그곳에서 자라게 되었다. 훌륭한 청년으로 자라난 아르카스는 사냥에 큰 재능을 보였다. 비극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훌륭한 사냥꾼으로 성장한 아르카스가 어느 날 숲속에서 흰곰 한 마리와 마주치게 되었다. 그의 어머니인 칼리스토였다. 칼리스토는 자신이 곰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잊어버리고 반가운 나머지 아르카스에게 달려들었다. 아르카스는 침착하게 활을 쏘았고 거의 명중되려는 찰라, 제우스가 나타나서 칼리스토를 구했다. 제우스는 칼리스토를 헤라로부터 숨기려고 별자리로 만들어서 하늘로 올려 보냈다. 큰곰자리가 생긴 연유다. 그 사실을 알고 실의에 빠져 있던 아르카스를 어머니를 곁에서 보호하면서 살 수 있도록 작은곰자리로 만들었다.

하지만 헤라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그들의 존재를 알게 된 헤라는 이들이 행복하게 있는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물도 마시지 못하고 목욕도 잘하지 못하도록 북쪽 하늘에서만 맴돌게 만드는 심술을 부려놓았다. 덕분에 우리는 늘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별마로 천문대에서 들을 수 있는 가상 별자리 설명 (출처 :[LK 488p-491p] 사진제공: 여행작가 임운석)


대학교에서 교양천문학 수업을 하면서 북두칠성이나 카시오페아자리 모양으로 점을 찍어놓은 종이를 제시하고는 자신만의 별자리를 만들어 보는 작업을 시키곤 했었다. 별자리의 문화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작업이었다. 학생들이 만든 별자리에는 당시 그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어떤 학생은 죽은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연과 함께 엄마 별자리를 만들었다. 다른 학생들은 장난스럽게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예쁜 별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사고로 죽음을 당한 자신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별자리 전설로 만들고 그들을 별자리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삼풍백화점 별자리, 성수대교 별자리, 광주민주화항쟁 별자리, 등등. 그들에 대한 연민과 세상에 대한 분노와 성찰이 담긴 결과물이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먼저 떠난 문학동인회 동지이자 중·고등학교 동창인 어느 친구의 별자리를 만들었었다. 그를 잊지 않기 위함이었고 그를 통해서 나를 잊지 않기 위함이었다.

이제 다시 별자리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아직 외로움에 떨며 온힘을 다해 버텨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생존자들을 위한 소망의 별자리 하나와 이미 죽음의 경계를 쓸쓸하고 고통스럽게 넘어간 이들을 위한 위안의 별자리 하나를 만들려고 한다. 다행히 구조된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별자리도 함께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또 하나. 나를 포함해서 부끄럽게 살아남은 자들의 분노와 성찰과 실천을 위한 통곡의 별자리를 만들어야겠다. 결코 잊지 않고 하늘에서 지켜볼 것이다.


이명현 | 과학저술가·천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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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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