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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식스(HE6)라는 록밴드가 있다. 어린 시절 나는 히식스의 음악에 매혹되었는데 그들의 음악을 듣기 위해서 별을 팔아먹은 적도 있다. 이미 히식스가 풍미하던 시절이 지나간 후였으니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그들의 음악을 듣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마침 동네에 살고 있던 한 친구 집에 전축도 있었고 히식스의 음반도 있었다. 나는 그 친구에게 ‘히식스 별’을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 집을 자주 드나들었다.


황소자리에 있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바로 히식스 별이다. 물론 공식적인 것은 아니고 내가 그냥 그렇게 이름 붙인 것이었다.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수많은 젊은 별들이 모여 있는 별들의 집단이다. 도시에서도 맨눈으로 서너 개의 별은 볼 수 있고 날씨가 아주 좋으면 여섯 개까지도 볼 수 있다. 별들이 옹기종기 모여서인지 ‘좀생이 별’이라고도 부르고 ‘모재기별떼’라고도 부른다. 별들이 모여 있는 것이 록밴드 히식스의 모습 자체라는 것이 당시 내 주장이었다. 별 하나하나에 히식스 멤버들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내 친구는 히식스 별에 감동하기보다는 어이없어 했지만 다행히 내가 그 친구의 집을 드나들며 음악을 듣는 것을 막지는 않았다.





겨울의 문턱에 와 있는 요즈음 동쪽 하늘에서 떠오르기 시작하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좀 늦은 밤에는 높이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동쪽 하늘에서 머리 위까지 훑어보다가 희뿌옇게 별이 몇 개 뭉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있다면 플레이아데스 성단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히식스 별이 ‘소녀시대 별’로 보이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내 마음도 변한 것이다.


별은 보통 혼자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같이 태어난다. 플레이아데스 성단의 별들도 약 1억년 전쯤 함께 태어난 형제자매들이다. 이 성단에 속한 별들은 대부분 파란색을 띠고 아주 뜨겁다. 나이도 1억살 정도로 아주 젊다. 태양은 우주에서는 좀 평범한 별인데 수명이 100억년이고 지금 나이는 50억살 정도 된다. 여기에 비하면 플레이아데스 성단의 별들은 유아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플레이아데스 성단에는 1000개가 넘는 별들이 있지만 맨눈으로 볼 수 있는 6등성보다 밝은 별은 9개가 있다. 젊은 별 9개의 모습이 마치 소녀시대의 우아하면서도 매혹적인 군무처럼 보인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9개의 별에 부모와 일곱 자매의 이름을 붙여 놓았지만 나는 그 이름을 소녀시대에게 다시 붙여주고 싶다. 태연은 알키오네, 제시카는 아틀라스, 써니는 엘렉트라, 티파니는 마이아, 효연은 메로페, 유리는 타이게타, 수영은 플레이오네, 윤아는 켈라에노, 그리고 서현은 아스테로페. 망원경으로 보면 더 많은 어두운 별들이 보인다. 이 별들이 아직 소녀시대만큼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숱한 걸그룹 가수들 같아서 연민이 생긴다. 이 성단에는 미처 별이 되지 못한 별인 갈색왜성도 많다. 가수의 꿈을 미처 이루지 못한 가수 지망생들의 모습이랄까.


플레이아데스 성단의 사진에서는 주변의 가스구름이 별빛에 반사되어 부드러운 깃털처럼 드러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플레이아데스 성단의 별들이 우주공간을 여행하다가 가스구름과 우연히 마주치면서 만들어낸 장관이다. 문득 서현과 트로트 가수 주현미가 디지털 싱글 ‘짜라짜라’를 발표하면서 같이 활동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소녀시대의 밝은 별빛이 한동안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주현미라는 가스구름을 반사시켜서 다시 빛나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시카의 별빛을 박명수가 한껏 반사시키면서 부르던 듀엣곡 ‘냉면’ 생각도 난다.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현재 오리온자리 방향으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이 성단의 별들은 지금은 함께 움직이고 있지만 그 시간이 그렇게 길 것 같지는 않다. 천문학자들은 약 2억5000만년 후면 플레이아데스 성단의 별들이 완전히 뿔뿔이 흩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소녀시대도 언젠가 핑클이나 SES 같은 걸그룹의 멤버들처럼, 플레이아데스 성단의 별들처럼 각자의 길을 찾아 나설지도 모른다.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소녀시대 별이다. 이 말을 스타를 연구하는 천문학자인 내가 스타인 소녀시대 아홉 멤버에게 천문대에서 소녀시대 별을 보면서 직접 들려주는 흐뭇한 장면을 생각해봤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이명현 | 과학저술가·천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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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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