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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중단된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영국에서 새롭게 시작됐다. 의료기관이 아닌 민간업체로서 인간의 유전자를 검사해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을 제공해온 23앤드미(23andMe)가 영국에서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유전자 검사 장비가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의료기기라는 이유로 서비스 중단 명령을 받은 지 1년 만의 일이다. 영국 정부는 미국에서의 논란을 벗어난 범위에서 서비스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미국에서와 동일한 논란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심지어 ‘맞춤형 아기’가 태어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유전정보를 궁금해하고 알 권리가 있다는 업체 측의 주장은 한편으로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유전자 검사 시장이 확장됐을 때 사회 전체의 이익과 손실이 어떻게 드러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지난 2일 영국 보건부 산하의 의약품 규제기관(MHRA)은 23앤드미의 유전자 검사를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검사 가격은 약 22만원이다. 검사 장비에 타액을 넣어 보내면 두 달 후 홈페이지에서 유전정보를 알 수 있다.

23앤드미는 미국에서 다양한 질병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왔다.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심장질환, 유방암, 알츠하이머형 치매 등이 포함돼 있다. 개인별로 특정 약물에 대한 반응의 정도도 알려줬다. 병원에 가는 번거로움 없이 간단하게 자신의 건강을 예측하고 질병에 적극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이끈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 의료기관에서 나온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발병 확률을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영국 보건부는 23앤드미의 서비스가 미국에서와는 다르게 진행된다고 밝혔다. 가령 약물 반응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며, 잘못된 결과가 나올 경우 정부에 신고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등의 단서조항을 제시했다. 어떤 경우에도 100% 신뢰할 수 있는 검사란 없다는 말도 남겼다. 하지만 듣고 보면 미국에서와의 차이를 알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반대 여론이 각계에서 속속 형성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 알츠하이머협회가 제시한 권고안이 상징적이다. 자신의 기억력에 의심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담당 전문가와 상의해야지 집에서 유전자 검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치매와 관련된 다양한 유전자가 확인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유전자의 존재만으로 치매를 정확히 진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검사업체만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소비자에게 검사 장비를 판매한 수익과 함께, 여기서 얻은 유전정보를 다른 기업들과 공유해 새로운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23앤드미는 창립 당시 구글로부터 수백만달러를 지원받았다.

유전가 검사를 하는 유전자 정보센터 (출처 : 경향DB)


지난 8월 구글은 인체 유전자 정보를 대대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명 ‘베이스라인 스터디’ 프로젝트를 발족한 바 있다. 영국은 올해 내내 맞춤형 아기의 허가 여부와 관련해 세계적인 논란의 중심에 선 나라이기도 하다. 세포에서 유전자의 99% 이상은 핵 안에 존재한다. 나머지 유전자는 핵 바깥의 세포질에 분포하는 미토콘드리아에 있다. 만일 여성의 난자에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자식은 치명적인 질환을 앓을 수 있다. 이 여성 난자의 핵과 다른 정상적인 여성 난자의 세포질을 융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계속 논란 중이다. 아기의 선천적 질환을 제거하기 위한 유전자 ‘변형’에 속하는 영역이다.

이에 비해 23앤드미는 유전자 ‘선택’의 영역에서 맞춤형 아기의 생산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3앤드미는 독특한 특허를 취득했다. 부모의 유전정보를 토대로 자식의 유전정보를 예측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만일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체외수정을 시도하는 경우 자신의 유전정보와 여러 후보 정자의 유전정보를 23앤드미에 보낸 후 원하는 특성을 지닌 아기가 태어나도록 정자를 선택할 수 있다. 물론 23앤드미는 가족력을 확인하려는 것일 뿐 이 같은 일을 추진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현재 사회적 반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과학 프로젝트가 어느 시점에 다시 시작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질병의 의학적 진단과 개인의 건강정보 확보라는 애매한 경계 사이에서 새로운 ‘유전자 상품’이 계속 나올 것 같다.


김훈기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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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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