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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석 교수(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IT 업계의 두 공룡 애플과 삼성전자가 맞짱 뜰 모양이다.

얼마 전 애플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가 아이폰의 디자인을 따라 했다고 고소하자, 삼성전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애플이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통신 표준과 관련된 특허를 침해했다고 맞고소하면서 사태는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고소 건에서 삼성전자는 애플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긋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고소 이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집무실을 찾은 이건희 회장은 기자들로부터 애플 소송과 관련된 질문을 받자 “못이 나오면 때리려는 원리겠지”라며 “애플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우리와 관계없는, 전자회사가 아닌 회사까지도 삼성에 대한 견제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경쟁자로 생각하고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삼성전자에게 있어서는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그래픽 출처: 경향신문

필자는 사실 이번 소송의 결과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어차피 두 공룡이 맞고소를 한 상태에서 이번 소송 건은 시간만 끌다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승패가 갈린다고 해도 두 회사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점에서 필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소송의 결과가 아니라 이번 소송이 모바일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다. 비단 모바일 생태계만이 아니라 모든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은 다양성이다. 영국의 과학저술가 리처드 리키와 로전 르윈이 쓴 <제6의 멸종>이라는 책에 보면 직접적인 사냥이나 환경 파괴로 인해 매년 3만여종의 생물들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하면서, 지금처럼 생물 종의 다양성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에는 캄브리아기부터 현재까지 발생했던 5번의 대멸종 사태에 맞먹는 제6의 멸종이 일어날 수 있음을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다.

지구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모바일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모바일 관련 기업체와 제품의 다양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애플과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보이며, 애플과 삼성전자 외에도 다양한 회사들이 뛰어 들어서 모바일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현재까지 출시된 모바일 기기에만 한정시켜 이야기하면, 아이폰과 아이패드와 같은 애플의 모바일 기기들은 폐쇄성에 기반을 두고 있는 반면에, 갤럭시S나 넥서스 원과 같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들은 개방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여기서 폐쇄성과 개방성의 옳고 그름을 따질 생각은 없다. 사용자가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전자의 갤럭시S 중 어느 제품을 선택할지 결정할 때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철학이 맞느냐 틀리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제품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서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폐쇄성을 비꼰 "애플 제한구역 입장" 팻말. 옆에 선 남자의 복장은 목폴라와 청바지, 이른바 스티브 잡스 패션이다.


다양성의 반대는 독점이다. 어느 분야에서나 독점이 생기게 되면 생태계는 파괴된다. 제6의 멸종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도 인간의 독점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태계 파괴가 아니겠는가.

지금까지 IT 업계에서 가장 심각한 독점 구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였는데, 아직도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운영체제는 세계적으로 90%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단지 운영체제라는 한 가지 제품군에 대한 독점 구조만을 가지고 있음에 비해, 애플의 경우에는 운영체제를 포함하여 하드웨어와 응용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IT 전 분야에 걸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애플의 독점으로 인한 영향은 마이크로소프트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

폐쇄성에 기반을 두고 있는 애플과 같은 기업의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현재까지 애플은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필자는 애플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런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 중의 한 가지는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천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애플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스티브 잡스라는 이 시대의 천재가 애플에 있었기 때이 아닐까? 그러나 스티브 잡스가 영원히 살 수는 없을 것이고, 인류 역사를 돌아볼 때 그만한 천재는 자주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티브 잡스 이후에도 애플의 미래가 여전히 희망적일지는 불확실하다.

애플에 잡스가 없다면...

19세기 스위스의 역사가인 야코프 부르크하르트는 ‘세계사에 관한 고찰’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이따금 역사는 갑자기 하나의 인물 속에 자신을 응축시키고, 세계는 그 후 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좋아하는 법이다. 이런 위대한 개인에 있어서는 보편과 특수, 멈추는 것과 움직이는 것이 한 사람의 인격에 집약되어 있다. 그들은 국가나 종교나 문화나 사회의 위기를 구현하는 존재다……. 위기에는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이 뒤섞여 하나가 되고, 위대한 개인 속에서 정점에 이른다. 이런 위인들의 존재는 세계사의 수수께끼다.

과연 스티브 잡스라는 위대한 개인에 의해 승승장구해 온 애플은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  



 
필자 채진석은

1964년 서울생. 어린 시절을 부산에서 보냈고,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서 1998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 한국학술재단 부설 첨단학술정보센터에서 전국 대학도서관의 목록 데이터를 통합하여 종합목록을 구축하는 사업에 참여했으며, 1998년 8월부터 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과 친구되기 운동을 펼치는 사회복지법인 한벗재단에서 이사로 일하면서, 장애인들의 컴퓨터 사용을 도와주는 정보통신 보조기기와  접근성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쓰고 있다. 정보화 역기능 및 정보격차 해소에 기여한 공로로 2009년 12월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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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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