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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세계의 대형 망원경을 취재하러 칠레와 하와이를 다녀왔다. 망원경이라면 어린 시절 문방구에서 파는 1미터짜리 작은 망원경으로 별을 들여다봤던 기억밖에 없는데 집채만한 망원경이 여럿 있는 현장에 가보니 정말 별세계가 따로 없었다. 첫편으로 남미 안데스 산맥의 망원경을 소개한다.  이은정 과학전문기자 



   남미 대륙을 따라 세로로 길쭉한 나라, 칠레는 망원경의 본 고장이다. 안데스 산맥을 따라 길게 뻗은 고산 지대가 지구상에서 가장 별을 관측하기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별은 지대가 높고, 가까이에 불빛이 없어야 하며, 비가 오지 않는 맑은 날이 계속되어야 관측하기 좋다. 그런데 안데스 산맥 지역은 비가 오지 않는 건조한 기후로, 1년 365일 가운데 300일 이상 맑은 날이 계속된다. 또 주변의 불빛이 없고 난기류가 발생하지 않아 망원경이 우주에서 날아오는 별빛을 잡기가 좋다. 칠레는 특히 바로 옆에 있는 태평양 바다도 난기류가 발생을 막아줘 촬영 영상이 선명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바다 잉크’ 라고 부른다.


절벽에 자리잡은 천문대의 모습. 높은 곳에 천문대가 우뚝 서 있는 것이 난류가 발생하지 않아 관측에 유리하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은 수십 년 전부터 칠레에 진출해 천문대를 지어왔다. 현재 안데스 산맥을 따라 자리 잡은 큰 천문대는 모두 5개. 가장 북쪽에 유럽이 운영하는 쎄로 파라날 천문대가 있고 그 아래쪽에 유럽의 라 씨야, 미국 카네기재단이 운영하는 라스 캄파라스 천문대가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다. 또 미국국립천문대가 대표로 운영하는 쎄로 톨롤로 천문대와 그 옆에 칠레 등 7개 나라가 연합해서 세운 쎄로 파촌 천문대가 있다. 이곳의 크고 작은 망원경들을 합하면 40개가 넘어  전 세계에서 최대 규모의 관측 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직접 차를 타고 올라간 고산지대는 남미가 아닌 아프리카 어디쯤 온 것 같았다. 해발 25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인데(백두산이 해발 2750미터 정도이니 얼마나 높은지 짐작이 된다) 잡목은 없고 모래만 가득한 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차를 타고 모래 산맥을 지나 한참을 달리니 고산 한가운데 망원경이 한 두개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처음 만난 망원경이 바로 라스 캄파나스의 마젤란 망원경이다. 이 망원경의 돔은 완전히 둥근 모습이 아니라 각이 진 것이 특징인데 그 때문에 상당히 남성적이고 거친 느낌을 줬다. 마젤란 망원경의 거울 직경은 6.5미터로 대형 망원경에 속한다. 지난 2000년 완공됐는데 감마선 폭발이나 초신성 관측 등을 주로 해왔다. 

남성적 느낌의 마젤란 망원경의 돔.

마젤란망원경 내부 사진. 위쪽의 작은 거울은 부경이며 아래쪽의 큰 거울이 6.5미터짜리 망원경 주경이다.

마젤란 망원경이 촬영한 M82은하


    

   저녁이 되자 천문대의 활동 시간이 시작됐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엔지니어들이 천문대로 올라가 돔의 지붕을 열기 시작했다. 망원경이 본격적으로 밤하늘을 관측하기 전에 미리 문을 열고 관측 조건을 맞추는 것이다.

   천문학자들도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다. 낮에는 천문대에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 관측자 숙소를 지날 때면 떠들지 말도록 주의를 주는데 천문학자들이 자고 있기 때문이다. 천문대 식당도 저녁에 가장 분주하다. 이른 저녁을 먹은 천문학자들은 장비를 챙겨 천문대로 향한다. 대형 망원경일수록 인기가 높아 개인에게 배정되는 시간은 길어도 일주일을 넘지 못한다. 그러므로 자신이 관측할 수 있는 날에 최대한 많이 관측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석양에 물든 쎄로 톨롤로 천문대. 크고 작은 돔들은 서로 다른 크기, 다른 모양의 망원경을 갖고 있다.



   천문대에서 재미있는 일은
아무도 차 문을 잠그지 않고 연구실의 문도 잠그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잘 때도 방문을 잠그지 않고 잔다. 이유는 혼자 밤샘을 하거나 혼자 자고 있다가 의식을 잃는 것과 같은 사고를 당할 수 있는데 문을 잠그고 있을 경우 다른 사람이 구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곳 사람들은 이렇게 문을 잠그지 않아도 물건을 도둑맞을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태평양 바다로 떨어지는 남미의 태양.


   남미의 여름은 길었다. 그리고 일몰도 길었다. 저녁 8시쯤부터 해가 지기 시작해 거의 밤 10시까지 여명이 남아있었는데 해가 수평선 너머로 떨어질 때의 그 광경은 정말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특히 쎄로 톨롤로 천문대에서는 해가 바다에 떨어지기 직전에 잠깐 녹색의 빛이 생겼다 사라졌다. 이곳 사람들은 ‘그린 플래쉬’라고 부르는데 이곳 천문대 사람들에게 물어도 왜 생기는지 정확한 이유를 몰랐다. 아마도 해발 2000미터가 넘는 고원의 특수한 환경이 지상에서는 볼 수 없는 색깔을 나타내는 것 같다. 이 신비한 일몰을 남녀가 함께 본다면 그 낭만적인 아름다움에 자연스럽게 사랑이 싹트지 않을까. 천문학자 가운데 유독 커플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사진 제공 : 한국천문연구원 박병곤, 신재식 및 각 천문대 사이트)



 

필자 이은정 기자는

서울대 미생물학과 졸업. 서울대 의학박사(생명윤리 전공). 1995년 언론계에 입문해 과학분야에 대한 기사를 써왔으며 현재 KBS 과학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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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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