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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들은 지금까지 물 쓰듯이 물을 쓰면서 살아 왔다. 2009년 영국의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150ℓ였다고 하는데, 이것은 이웃인 독일이나 네덜란드의 120ℓ에 비하면 많은 양이다.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이 심각하다고 하지만 독특한 수도요금 체계 때문에 영국인들 중에 물을 아껴 써야 할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영국에서 수도 계량기가 설치된 가정은 전체의 30%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계량기가 없는 가정의 경우 계량기가 설치된 가구의 평균 사용량을 산출한 다음 부동산 시세에 비례하여 수도요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계량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저소득층 가구의 경우에는 굳이 물을 아껴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물 쓰듯이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2010년 8월 SK텔레콤이 톱스타 장동건을 내세워 ‘언제 어디서나 막힘없이 콸콸콸’ 3G 데이터를 쓰라고 사용자들을 선동한 이후 통신사들의 예상과는 달리 사용자들은 정말 데이터를 물 쓰듯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0년 당시 통신사들은 전체 가입자 중의 10% 정도가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한 사용자는 전체 가입자의 50%를 넘어서고 있다. 현재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유튜브에서 보고 싶은 동영상을 마음껏 즐기고, 실시간 고화질로 프로야구나 TV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 정만원 사장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l 출처:경향DB

 

물이나 전기와 마찬가지로 데이터 통신망도 유한한 자원이다. 가뭄이 오면 물을 아껴 써야 하고, 원전이 멈추면 전기를 아껴 써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데이터도 지금처럼 물 쓰듯이 쓰다가는 통신 대란을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점점 더 동영상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무선 데이터 통신망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하지만 통신망을 증설하는 데는 매년 천문학적인 투자비가 필요하다. 최근 카카오톡에서 보이스톡을 출시하면서 통신사들은 보이스톡이 통신망을 포화시키는 주범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통신망은 이미 2년 전 무제한 요금제가 출시된 이후의 ‘데이터 폭발 현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해서 당장 통신사들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없애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통신 3사가 담합하여 동시에 무제한 요금제를 없애면 모를까 어느 통신사라도 무제한 요금제를 없애는 순간 많은 사용자들이 경쟁사로 이동할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 폭발로 인한 통신 대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사용자들이 데이터 통신망이 유한한 자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데이터를 아껴 쓰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가끔씩은 스마트폰으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으로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사회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이 쓴 책 중에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책이 있다. 프롬은 이 책을 통해 하나뿐인 자신의 목숨을 바칠 정도로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되는 ‘자유’가 과연 언제나 그러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며, 오히려 자유로부터 도피하여 속박되고자 했던 인간들의 모습을 조명하고 있다.

 

프롬의 책 내용과는 관계없이 책 제목만을 빌려와서, 필자는 도무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으로부터의 도피를 권하고 싶다. 전국 어디서나 콸콸콸 잘 터지는 스마트폰 때문에 휴가지에서도 쉴 새 없이 업무를 보아야 하는 사람들이 참다운 휴식을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 모든 전자기기의 반입을 제한하는 휴양지에 대한 기사를 본 일이 있는데, 참다운 휴식을 위해 모든 전자기기를 집에 두고 떠나는 휴가는 어떨까?

 

한창 성장 중인 중·고등학생들에게도 스마트폰으로부터의 도피를 권한다. 필자는 창의성은 절대 학습한다고 길러지는 것이 아니며, 창의성을 기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를 심심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얼마 전 중학교 1학년인 필자의 아들이 학교에서 1주일간 스마트폰을 압수당한 적이 있는데, 집에 와서 할 일이 없어진 아이는 침대 옆에 책을 쌓아두고 읽기 시작하고, <최종병기 활>이라는 영화에서 본 활을 만든다고 화단에 있는 벽돌을 주워 와서, 주워 온 벽돌에다 화살과 활대를 갈면서 온통 집안을 어지럽히는 모습을 보니 역시 아이를 심심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하게 되었다.

 

그런데 필자는 이번 휴가 때 단 1주일만이라도 스마트폰으로부터의 도피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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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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