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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 고등학교에서 강연과 대화의 시간이 있었다. 관심 있는 학생들만 모였기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의외로 열기가 뜨거웠다. 많지 않은 경험이지만 청소년들 대상으로 과학 이야기를 하면 흥미를 보이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진행된 과학자들의 재능기부 행사인 ‘10월의 하늘’도 지난주 전국에서 성황리에 마쳤다고 한다. 정작 필드에선 주로 이공계 기피에 대한 이야기만 듣다가 이런 학생들을 만나면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청소년들에게 내가 주로 이야기하는 분야는 주로 생명공학과 그 언저리에 대한 것이다. 최근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 NT(나노기술)가 소위 차세대 기술 혁명 분야라고까지 일컬어지면서 생명공학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정작 중·고등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그런 것 공부하려면 무슨 과에 가야 해요?”라는 것이다. 마침 이번주엔 수능 시험도 있고 하니 오늘은 아예 그 이야기를 해보자.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명공학은 그 범위가 매우 넓어서 한두 개 학과에서만 공부할 수 있는 학문이 아니다. 생명공학(biotechnology)이란 생물이나 그 생산물을 인위적 기술로 다루어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내는 학문으로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다양성만큼이나 다양한 학문이다. 그래서 미국에는 생명공학과(Department of Biotechnology)가 설치된 대학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신 자연과학, 의학, 약학, 농학, 수의학, 공학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학과에서 생명공학 기술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꽤 많은 대학에 생명공학과가 있다. 생명공학과와 생물학과의 차이는 연구의 중점을 응용에 두느냐 기초 원리 탐구에 두느냐로 나눌 수 있지만 생물학과에도 생명공학이라고 부를 만한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이 꽤 많다. 생명공학과에는 학교마다 다양한 연구자들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어떤 연구를 하는 교수들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 좋다. 또한 박사까지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학부에서는 생물이나 화학과 같은 전공으로 기초를 탄탄히 다지고 대학원에서 응용을 공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수 루시드 폴(본명 조윤석)이 스위스에서 생명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출처: 경향DB)


의외로 생명공학 관련 학과를 찾다 보면 식품과 생명공학이 함께 붙어있는 학과들이 많다. 전통적으로 생물을 이용하여 실생활에 응용한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식품 분야이기 때문에 그렇다. 특히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 기술이라든지 여러 생물의 유전자나 단백질을 이용한 분석과 가공기술 등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이용 가능한 곳도 많다. 또한 식품 산업은 산업 규모가 크기 때문에 취업에도 강점이 있다.


과거 입시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로 설움을 당했던 농축산 분야의 여러 학과들도 생명공학을 대표하는 학과들이다. 전통적인 육종 방법에서 분자 육종으로, 화학 농약에서 생물 농약으로, 토양에서 경작하는 전통적인 농사법에서 집에서 채소를 키워먹는 식물 공장까지 농축산업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생명공학하면 누구나 먼저 생각하는 것이 의학, 약학, 수의학과 관련된 보건 의료 분야다. 요즘엔 상위권 수험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너무 심한 데다 의학전문대학원이나 약학전문대학원으로 학생들이 빠져나가 이런 소리 했다가는 과학자들에게 혼이 날지도 모르겠지만, 의대나 약대와 같은 보건 의료분야에 진학해도 생명공학과 관련된 연구를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엔 의사(MD)이면서 박사(Ph.D)인 연구자들이 훌륭한 연구 결과를 내놓은 경우가 매우 많다. 물론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보상이 조금 덜 할 것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위에서 열거한 것 말고도 전기, 전자, 기계, 에너지와 같은 공학을 전공해도 생명공학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다. 수많은 분석 및 진단 기계들이 생명공학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이는 생물학이나 생명공학 전공자들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상동성 유전자 서열 분석을 통해 생물의 계통 분류법을 창시한 칼 우즈는 수학과 물리학 전공자였다. 전혀 상이한 분야 같아 보여도 요즘과 같은 융합의 시대에는 얼마든지 자신의 전공과 이웃 전공을 접목시켜 새로운 통찰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전공을 늘어놓으면 그래서 도대체 어딜 가라는 것이냐는 질문이 되돌아 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대답은 이렇다. “네 가슴에 물어 봐라.” 다양한 사람에게 다양한 조언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결단은 본인이 하는 것이고 책임도 본인이 지는 것이다. 시퍼렇게 젊은 나이니까 잘못 왔다 싶으면 조금 돌아가면 된다. 일생을 직선으로만 정주행한 사람은 거의 없다. 빨리 가는 것보다는 본인에게 맞는 좋은 목표를 잘 찾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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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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