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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를 변형해 뿔 없는 젖소를 개발하겠다고 나선 미국의 연구진이 화제다. 소끼리 서로 상처를 입히거나 때때로 인간에게 위협적인 날카로운 뿔이 아예 자라지 않도록 유전자를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축산농가에서는 어린 송아지의 뿔 부위에 고온으로 달군 쇠를 갖다 대거나 특정 연고를 발라 뿔이 만들어지지 않게 했다. 이런 방식으로 수많은 소를 일일이 처리하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 달군 쇠로 뿔을 제거하는 과정이 일반인에게 알려지면서 사회적 반감이 형성되기도 했다.

그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첨단 유전공학 기법을 적용한 뿔 없는 젖소이다. 다만 기존의 유전자변형생명체(GMO)와 생산방법이 크게 다르다. 연구진은 이 젖소로부터 생산된 우유가 기존의 우유처럼 인체에 안전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기존의 GMO처럼 제도적으로 규제할 근거를 찾기 어려운 듯하다. 그러나 과학적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만으로 시장 진입이 가능할지는 미지수이다.

최근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한 분자유전학 연구진은 유전체교정(genome editing) 기술을 활용해 뿔 없는 소를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우유 생산력이 뛰어난 얼룩무늬 젖소인 홀스타인이 개발 대상이다.

미국에서 홀스타인 가운데 상위 30위에 포함되는 고품질 종류는 모두 뿔이 있다. 연구진은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스타트업 기업을 설립했고,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도 출원한 상태이다.

기존의 GMO는 전혀 족보가 다른 생명체의 유전자를 이식해 만들어졌다. 미생물에서 제초제에 잘 견디거나 병해충을 없애는 유전자를 찾아 콩이나 옥수수에 삽입한다. 이에 비해 미네소타대학 연구진은 외래 유전자를 사용하지 않는다. 먼저 젖소 홀스타인의 세포에서 뿔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 부위를 잘라낸다. 여기에 같은 계통의 젖소 가운데 뿔이 자라지 않는 개체에서 관련 유전자 부위를 찾아 삽입한다. 유전자 일부가 교정된 이 세포는 핵이 제거된 난자와 융합을 일으켜 복제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의 개체로 자라난다.

유전체교정 기술은 생명공학 분야에서 최첨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원래 생명체 내 비정상적인 유전자 부위를 가위처럼 도려내고 세포의 자체 복구 능력을 이용해 정상 유전자로 자연스럽게 교정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이론적으로는 미네소타대학의 사례처럼 새로운 유전자를 마음대로 삽입할 수 있다.

연구진은 뿔 없는 젖소가 기존의 GMO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을 피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소에서 얻은 유전자가 삽입됐기 때문이다. 뿔이 있든 없든 오랫동안 인간이 섭취해온 소의 유전자라면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판단을 미루고 있는 분위기이다. 현재의 규제 장치로는 새로운 기법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

연구진의 기대대로라면 뿔 없는 홀스타인에게서 얻은 우유가 대거 유통될 것이다. 혹시 복제 기술이 적용된 사실에 의구심을 가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몇 년 전 FDA는 복제한 소의 살코기와 우유를 먹어도 된다고 공식 발표한 상황이다.

강원도 철원의 한 농장의 젖소가 콧김을 내뿜고 있는 사진 (출처 : 경향DB)


그럼에도 소비자로서는 썩 달가워할 만한 얘기가 아니다. 소비자의 반감과 문제제기는 단지 과학적 안전성만으로 해소될 수 없다. 특히 동물의 유전자를 변형하는 일은 본능적인 거부감을 일으키는 듯하다.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판명됐지만 10년 넘게 FDA의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슈퍼 연어가 대표 사례이다. 콩과 옥수수도 마찬가지이다. 안전성 문제는 차치하고 소비자가 식품에 GMO가 포함돼 있는지 확실히 표시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세계적인 분위기이다.

축산농가로서도 반갑지 않은 일이다. 특허가 등록된다면 당연히 종자의 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대안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한다. 지난 7월 234마리의 소 유전체를 비교 분석한 국제 프로젝트가 완료됐다. 여기서 원래 뿔 없는 소 가운데 우수한 생산력을 지닌 개체가 새로 발견됐다. 굳이 생명체를 변형하지 않고 잘 찾아내기만 해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첨단 과학기술은 끊임없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먹거리의 경우 소비자는 일방적으로 수동적인 수요자의 위치에 서게 마련이다. 소비자의 적극적인 판단과 의사표현이 없다면 말이다.


김훈기 |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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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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