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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상가에 갔더니 한 회사 선배께서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쏘댕씨 전공이 뭐였지? 뭐? 재료공학? 그럼 집에서 폭탄도 만드나?"

제 얼굴이 폭탄이라는 말을 돌려서 하신 건지, 

패션 테러리스트적인 옷매무새를 지적하신 건지 알 수는 없었습니다만, 

문득 ‘폭탄의 달인’ 맥가이버의 전공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지더군요.


지금 들고있는 게 장난감이라면 참 난감하겠음.


짜잔~ 포털 검색 결과, 맥가이버의 대학 전공은 물리학이었다는군요. 

그러나 껌같은 플라스틱 폭탄 외에 직접 폭탄을 만들 때는 화학적 지식도 종종 동원됐는데

실제 저는 고등학교 화학실험 시간에 금속 나트륨이 물을 만나 폭발하는 걸 보면서 

마치 제가 맥가이버라도 된 듯 감격의 도가니탕에 빠졌더랬습니다.

(나트륨은 반응성이 매우 높아서 

칼로 자르면 반짝 빛나자마자 산소와 반응해 빛이 바래고

물이라도 만나면 아주 열렬히 반응해 수소를 내뱉습니다.)


맥가이버가 영웅이긴 했지만, 머리만 썼지 체력은 약한 이미지였습니다.

체중을 실어 주먹을 뻗어야만 겨우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었고,

항상 같이 넘어졌다 일어나서 손을 털곤 했더랬습니다. 

하지만 너무 완벽하지는 않은 그 모습이 의외로 사랑을 불러일으킨 부분도 있었습니다. 


최근 드라마에서도 살짝 한구석이 결핍된 과학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괴짜 과학자들의 이미지를 유머러스하게 다룬 <빅뱅이론>이 대표적입니다. 

현재 <시즌4>가 방영중인 이 시리즈는 실험물리학자 레너드와 이론물리학자 쉘든이 사는

-그리고 우주공학자 하워드와 천체물리학자 라제쉬가 자주 널브러지는-방 건너편에 

금발의 배우지망생 페니가 이사오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그립니다. 


왼쪽부터 쉘든, 페니, 레너드



드라마의 배경은 물리, 화학 등 기초분야가 강하다는 칼텍이고

레너드와 쉘든이 처음 걸어오면서 하는 이야기가 '두 슬릿 사이를 통과하는 양자' 이야기일 만큼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꽤 많은 부분이 물리학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물리학 이외의 관심사라곤 게임이나 스타트랙 시리즈인데 

할로윈 분장을 하자고 하면 너도나도 플래시맨이고, 

도플러효과를 옷으로 표현하는 사태도 벌어집니다. 

미국 오타쿠’의 세계도 그리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드라마 소개에 심지어 ‘양덕후‘라고 표기됩니다.)

짜고 치는 고스톱도 아닌데, 이렇게 통할 수가...

저는 얼룩말이 아니에요오우우이이이이잉~


그나마 가장 정상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주인공 레너드마저 찌질남의 전형입니다. 

박사학위를 딴 똑똑한 남자라지만 앞집 문을 똑똑 두드려봐야 헛물만 켭니다.

(우여곡절끝에 앞집녀랑 잘 되기는 합니다.)


그보다 쉘든이라는 캐릭터는 더 독특한데요. 

10대 초중반에 대학에 진학한 아이큐 180의 천재이다보니, 

쉬운 말 놔두고 전문적인 용어만 골라써서 남들을 민망하게 하곤 합니다. 


방안 공기의 흐름과 온도 습도를 따져 가장 적합하다는 쇼파 자리에 

누가 앉아있기라도 하면 안절부절 못하거나, 

앞집에 어질러진 물건을 정리하지 못해 안달이 날 정도로 강박증이 심합니다.

사회성이 정말 떨어지고 남들에게 민폐만 끼치는데도 

보다보면 이상하게도 주인공 레너드보다 더 정이 가는 캐릭터에요.

(그는 이 드라마로 2010 에미상 코미디부문 남우주연상도 받았습니다.)


물리퀴즈대회 마지막 문제가 파인만도형일 만큼

어려운 물리이야기들이 등장한다고는 하나 그래도 시트콤입니다.

고2 때 100점 만점의 4점이라는 찬란한 점수와 함께 물리와 결별한 저였지만 

이 드라마를 보는 데에는 거의 지장이 없었습니다. (정태호씨처럼, 도저~언하세요)


그에 반해 아직 정들지 못한 괴짜형 천재 과학자도 있습니다. 드라마 <프린지>에서 

현대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온갖 상황들을 “그거 내가 발견했던 거 같은데”라고 하시는 

실험실에 소 데려다 놓고 젖짜는 게 취미이신 월터 비숍 옹이 바로 그분입니다.

"안녕하세요 프린~G에요!" 왼쪽 두번째의 천재 과학자 월터 비숍 옹은 이 그룹에서 '유머' 담당입니다. 가운데 올리비아 더넘요원은 '심각함'을 담당하고 있고요.

 

사실 저는 이분을 보면 가끔 짜증도 좀 냅니다. 저랑 코드가 잘 안 맞는 게지요. 

다들 심각한 상황에서 혼자 천진난만하시어 심각한 드라마에 유머를 더하려는 의도인 듯하나

그 모든 걸 다 했다는 주장이 마뜩지 않은데다 자식에게 민폐끼치는 부모는 당췌 적응이 안돼서요.


<빅뱅이론>의 괴짜 과학자들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 중에 

Geek이나 Nerd에 가까운 듯합니다. 

Geek은 '전자 공학이나 지성(intellectuality) 등의 한 분야 혹은 여러 분야에 탁월한 특이한 사람'

Nerd는 ‘멍청하고 따분한 사람’과 ‘컴퓨터만 아는 괴짜를 뜻하죠. 

말하자면 <테가 부러져 흰 반창고를 붙인 안경을 쓴, 맹한 비호감 청년>입니다.

치열이 고르지 않거나 이에 철길을 깔기까지 하면 금상첨화이고요.

큰 뿔테는 스테디셀러.

찬조출연 부시시 부시


세상은 공평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는

다소 결핍된 구석이 있는 괴짜 과학자를 사랑하는지도 모릅니다.

(현실에선 완벽한 과학자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한 거였어요. ㅠㅠ)


어쨌건 예나 지금이나 어린이들의 장래희망으로 과학자가 꽤 등장하는데

그래놓고 대입 원서 쓸 때는 이공계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그 중에 "저는 커서 괴짜 과학자가 되겠어요"라고 쓰는 어린이가 나온다면

정말 그대로 꿈을 이룰지도 모른다는 헛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임소정 기자(트위터 @sowhat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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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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