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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석 교수(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2010년 12월 1일, 2400만명의 페이스북 친구와 700만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기며 디지털 죽음(digital death)을 선언하였다.

레이디 가가는 죽었다. 나는 에이즈와 싸우기 위해 나의 ‘디지털 생활’을 희생할 것이다. 생명을 구할 돈을 모을 때까지 팬들을 위한 업데이트는 없다. (Lady Gaga is dead. I will sacrifice my digital life to fight HIV/AIDS. No more updates little monsters until we buy life.)

레이디 가가가 선택한 디지털 죽음은 아프리카와 인도의 에이즈에 감염된 가족들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인 'Keep a Child Alive'의 모금 활동을 돕기 위해 100만 달러의 모금액을 채울 때까지 한시적으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사회관계망 활동을 중단했던 것을 말한다. 레이디 가가를 비롯하여 이 행사에 동참한 톱스타들은 디지털과의 인연을 끊는 의미로 관에 누운 모습과 행사의 취지를 알리고 후원을 독려하는 마지막 트윗 등이 담긴 광고를 촬영하기도 했는데, 행사 시작 후 6일째인 2010년 12월 6일 아침 세계적인 갑부 중의 한 사람인 스튜어트 라르가 한꺼번에 50만 달러(한화 약 5억 5천만원)를 기부해 스타들의 디지털 목숨을 구해냈다고 한다.
 

알리샤 키스가 관에 누워있는 모습.

                    관련 동영상은 http://youtu.be/ylmmkQWd22s


디지털 죽음에는 이렇게 후원금 모금 등의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단절하는 의미도 있지만, 개인의 생물학적 죽음과 함께 실제로 디지털 생명이 중단되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생물학적 죽음은 장례를 치르고, 동사무소에서 사망 신고를 하는 등의 절차를 통해 처리할 수 있지만, 디지털 죽음의 경우에는 어떤 절차에 따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침이나 규정이 없어서 앞으로 많은 혼란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는 디지털 시대가 시작된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이 축적해 놓은 디지털 자산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통해 디지털 자산을 쌓아 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게 되면, 이 사람의 사후에 이런 디지털 자산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여 진다. 아직까지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의 온라인 사이트에 저장되어 있는 디지털 자산은 법적으로 상속이 불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어서, 부모 자식 간에도 사후에는 디지털 자산을 상속할 수 없고 오로지 해당 사이트를 폐쇄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고인이 생전에 축적했던 모든 디지털 자산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현재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경우, 회원 가입하고 있는 웹 사이트는 보통 수십 군데에 이르며, 언제 어떤 사이트에 가입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곳도 많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블로그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계속해서 디지털 자산을 생산하고 있을 것인데, 사후에 이 사람이 가입한 수많은 사이트에 어떻게 사망 사실을 알리고 회원 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자신이 가입한 사이트를 그때그때 메모해 놓지 않는 이상 절대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또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알고 있는 누군가가 계속해서 자신의 이름으로 블로그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글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인데, 이렇게 되면 이 글을 읽고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죽은 사람과 대화하게 되는 결코 유쾌하지 않은 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디지털 죽음은 생물학적 죽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장환 지음, 김영사, 2011

2011년 1월에 발간된 <굿바이 욘더>라는 소설은 디지털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남자가 그녀의 뇌기억이 다운로드되어 있는 가상의 공간 ‘욘더’에 가서 아내와 재회했지만, 그곳이 아내를 진정하게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닌 것을 깨닫고 영원한 죽음의 세계로 보내 안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욘더라는 가상의 공간은 생물학적으로는 죽었지만 아직 디지털 죽음을 맞지 못한 이들이 살고 있는, 디지털 세계의 이승과 저승을 연결시켜주는 중간계인 것으로 보이는데, 소설과는 달리 두 사람이 모두 생물학적으로 죽은 상태에서 두 사람의 뇌기억만이 욘더에서 만나는 일이 가능하게 된다면 욘더에서 영원한 디지털 생명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 진다.

지금까지 살펴 본 것과 같이 디지털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생물학적 죽음을 준비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며, 어떤 의미에서 보면 생물학적 죽음에 비해 훨씬 복잡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평소에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즐겨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다음과 같은 유언장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닐까?

나의 사망이 확인되는 즉시 내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다음과 같은 사이트에 연락하여 회원 자격을 중지시키고, 내가 지금까지 쓴 글이 저장되어 있는 다음과 같은 블로그는 나를 기억하는 방문자들을 위해 최소 5년간 존속시키며, 내가 마련해 놓은 다음과 같은 추모 사이트를 통해 나를 기억하기 바랍니다. 추모 사이트의 경우 사람들의 방문이 뜸해 지게 되면 적절한 시점을 기해 폐쇄하기 바랍니다.
 

현재 페이스북에서는 사망한 회원을 추모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필자 채진석은

1964년 서울생. 어린 시절을 부산에서 보냈고,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서 1998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 한국학술재단 부설 첨단학술정보센터에서 전국 대학도서관의 목록 데이터를 통합하여 종합목록을 구축하는 사업에 참여했으며, 1998년 8월부터 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과 친구되기 운동을 펼치는 사회복지법인 한벗재단에서 이사로 일하면서, 장애인들의 컴퓨터 사용을 도와주는 정보통신 보조기기와  접근성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쓰고 있다. 정보화 역기능 및 정보격차 해소에 기여한 공로로 2009년 12월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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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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