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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석 교수(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필자가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 사이트인 페이스북에 있는 친구 수를 세어 보니 166명이다. 현재 필자의 친구 수인 166명은 적당한 것일까? 아니면 너무 많거나 너무 적은 것일까? 166명이라는 친구 수는 어떻게 보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적다고도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적당한 친구 수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있는 것일까?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문화인류학자인 로빈 던바(Robin Dunbar) 교수는 1990년대 초 침팬지와 원숭이 등의 영장류 30여종의 사교성을 연구하다가
대뇌의 신피질(新皮質)이 클수록 교류하는 친구가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신피질은 대뇌 반구의 표면을 덮고 있는 층으로 학습, 감정, 의지, 지각 등 고등한 정신작용을 관리하는 영역이라고 한다. 던바 교수는 1992년 발표한 논문에서 신피질의 크기를 감안할 때 인간이 최소한 1년에 한 번 이상 연락하는 친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약 150명이라는 결론을 얻었는데, 이 150을 던바의 수(Dunbar's number)라고 부른다.

대뇌 신피질의 크기와 소셜그룹 크기의 관계.


던바 교수의 이론에 따르면 필자의 페이스북 친구 수는 던바의 수 150보다 많은데, 필자가 페이스북 친구를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니 현재 친구로 되어 있는 사람들 중에 1년에 한 번 이상 연락하는 친분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의 수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던바의 수는 사람들이 친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대값인 것 같고, 실제로 1년에 한 번 이상 연락하는 친분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의 수는 100명 내외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잠깐 시간을 내어 페이스북이나 휴대폰에 등록된 사람들 중에서 현재 친분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수를 세어 보고 이것을 던바의 수와 비교해 보면 자신의 사회관계망의 규모가 적정한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1967년 하버드 대학 심리학과의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 교수는 여섯 단계 분리(six degrees of separation)라고 부르는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하였다. 밀그램 교수는 네브라스카주의 오마하에 사는 사람을 임의로 추출해서 160통의 편지를 보스톤에 사는 한 증권 브로커에게 전달하게 하였는데, 이 편지에는 증권 브로커의 이름을 보고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이 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것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발송해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160통의 편지 중 최종적으로 이 증권 브로커에게 전달된 편지는 42통이었는데, 전달된 편지가 몇 사람을 거쳐서 증권 브로커에게 도착했는지를 세어보니 평균 5.5명불과했다고 한다. 즉, 이 실험의 결론은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여섯 단계만 거치면 서로 연결이 된다는 것인데, 이것을 작은 세상 효과(small-world effect)라고 부른다.

'케빈 베이컨 이론'도 비슷한 네트워킹 효과를 보여준다. 어떤 배우 이름을 대도 6단계면 케빈 베이컨과 연결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밀그램의 실험 이후 실시된 다른 연구자들의 실험 결과는 밀그램의 실험에 비해 성공률이 현저하게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미국과 같이 빈부 격차가 심하고 다양한 인종으로 이루어져 있는 사회에서 무작위로 선택된 사람들 사이를 6 단계 만에 연결시키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전 국민이 지연, 학연, 인연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몹시 궁금하다.

밀그램의 실험을 던바의 수와 결합해서 생각해 보면, 한 사람이 약 100명 정도의 사람들과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모르는 두 사람 사이에는 여섯 단계, 즉, 5명의 사람을 거친다고 했으므로, 전 세계 인구는 대략 1005 = 10,000,000,000, 즉, 100억 명 정도가 되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가 자주 사용하고 있는 월드 와이드 웹과 같은 네트워크는 어떤 모양으로 생겼을까? 이 분야에서 독창적인 연구 결과를 내고 있는 연구자는 KAIST 물리학부의 정하웅 교수인데, 정 교수는 1999년 미국 노트르담 대학의 바라바시 교수와 함께 웹의 모양이 '척도 없는 네트워크(scale-free etwork)'라는 것을 밝혀내었다. 척도 없는 네트워크와 대응되는 것은 '무작위 네트워크(random network)'인데, 정 교수가 쓴 글 중에 나오는 아래 그림은 무작위 네트워크와 척도 없는 네트워크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땅 위의 길과 하늘 길의 차이.


위 그림에서 왼쪽에 있는 것은 무작위 네트워크의 예로 미국의 고속도로 연결망을 보여주고 있고, 오른쪽에 있는 것은 척도 없는 네트워크의 예로 미국의 항공기 연결망을 보여주고 있는데, 대부분의 작은 공항들은 몇 개의 주요 대도시들에 연결되는 적은 수의 연결선을 갖는 반면 대도시들은 많은 수의 연결선을 갖는 불균일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결국 대부분의 점들이 비슷한 숫자의 연결선으로 이어져 있는 고속도로와는 대조적으로 항공노선은 수많은 항공편을 가진 몇 개의 허브가 수백 개의 작은 공항들을 연결하는 모양이다. 이러한 불균일성은 멱함수 분포(power law distribution)를 가지고 있는 척도 없는 네트워크의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웹의 경우에도 이러한 멱함수 분포를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의 웹 페이지는 단지 몇 개의 링크만을 가지고 있지만, 포털과 같은 대형 사이트의 경우에는 수십만 개의 링크를 가지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트워터나 페이스 북과 같은 사회관계망 사이트에서도 발견되는데,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친구를 가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일부 유명인들의 경우에는 수천 명에서 수만 명에 이르는 친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상점에서 팔리는 책도 멱함수 분포를 따르고 있는데, 대부분의 책들이 1년에 몇 권 정도만 팔리는 것에 비해 몇 권의 베스트셀러들은 1년에 수십만 권씩 팔리고 있다. 또한, 아마존의 경우 취급하는 책의 종수가 오프라인 서점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데, 그 이유는 오프라인 서점의 경우 공간적인 제약으로 인해 1년에 몇 권씩만 팔리는 책을 모두 보유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추억이 되어버린 '아이러브스쿨'.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이 서비스의 원조격인 아이러브스쿨이다. 아이러브스쿨의 경우 처음에는 동창회 개념을 온라인에서 접목하는 참신한 발상으로 급격하게 회원 수를 늘릴 수 있었지만 결국은 동창회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제는 근근이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브스쿨 이후에 서비스를 시작한 싸이월드는 미니 홈피와 일촌 맺기라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국내에서 많은 사용자를 확보했지만,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로는 확대되지 못하면서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러브스쿨과 싸이월드 같은 국내 서비스들이 국내라는 좁은 울타리에만 머물지 않고, 세계인을 대상으로 인맥을 넓힐 수 있는 서비스로 과감하게 진화했더라면, 지금의 페이스북 자리를 아이러브스쿨이나 싸이월드가 차지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소셜 네트워크라는 영화를 보면,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가 대학 내에서 아무리 사고를 치고 버릇 없이 굴어도 하버드 대학에서는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내치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미국 사회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젊은이들의 실수와 실패에 대해 우리보다는 훨씬 너그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마크 주커버그가 우리나라 대학에서 그런 사고를 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나라에서도 페이스북과 같은 세계적인 IT 기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해 주고, 젊은이들의 실수와 실패를 성공을 위한 밑거름으로 포용해 주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할 수 있는 대학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필자 채진석은

1964년 서울생. 어린 시절을 부산에서 보냈고,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서 1998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 한국학술재단 부설 첨단학술정보센터에서 전국 대학도서관의 목록 데이터를 통합하여 종합목록을 구축하는 사업에 참여했으며, 1998년 8월부터 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과 친구되기 운동을 펼치는 사회복지법인 한벗재단에서 이사로 일하면서, 장애인들의 컴퓨터 사용을 도와주는 정보통신 보조기기와  접근성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쓰고 있다. 정보화 역기능 및 정보격차 해소에 기여한 공로로 2009년 12월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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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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