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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온 국민이 방사선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다는 농담들을 합니다. 이전까지는 듣도 보도 못했던 시버트(Sv)라는 단위가 익숙해지고, 포털에서는 지역별 실시간 방사선 수치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방사선 피폭 사고가 남일이 아닐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일 겁니다.


방사선이 처음 발견된 건 19세기 말이었습니다. 독일의 뢴트겐이 1895년 음극선관에서 두꺼운 검은 종이를 뚫고 나오는 빛을 발견했습니다. 음극선은 두꺼운 종이를 뚫지 못하므로, 뭔가 다른 선이 있다고 추측하고 X선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방정식에서 미지수를 X로 쓰듯이 말이죠. X선은 납과 백금을 제외한 나무와 유리, 고무 등 대부분 물질을 투과했고, X선 사진의 첫 모델은 뢴트겐 아내의 손이었습니다. 뢴트겐은 X선을 발견한 덕분에 1901년 제1회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1896년 뢴트겐의 X선을 접한 프랑스의 베크렐은 형광물질과 방사선의 관계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감광판을 마분지로 싸고 구리로 만든 십자가를 놓은 뒤 여러 형광물질들을 쏘았는데, 우라늄염에서 처음 십자가의 그림자가 나타났습니다. 날씨가 안 좋아서 햇볕을 쪼이지 못할까봐 서랍 속에 넣어뒀던 사진 감광판도 검게 변한 것을 보고 우라늄에서 독자적인 빛이 나온다는 것을 알았죠. 그는 이 현상을 ‘방사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퀴리부부는 토륨과 역청우라늄광의 방사선을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폴로늄과 라듐이라는 새 방사성 원소를 발견해냈죠. 퀴리부부와 베크렐은 1903년 노벨 물리학상을 함께 받았는데, 이들은 또 의학사에도 큰 도움을 줬습니다. 라듐을 다루면 피부에 화상이 생긴다는 걸 처음 알게된 사람들이거든요. 비정상적 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항암치료법의 가능성을 보여준 겁니다. 그러나 마리 퀴리는 방사성 물질을 머리맡에 두고 잘 정도로 유해성에 무지했던 과거 때문에 결국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리 퀴리가 두 번째 노벨상을 받을 즈음에 세간의 손가락질을 받아야만 했던 이야기는 예전 글을 참고하세요. 노벨상 두번 받고도 외로웠던 여자 (클릭)

뢴트겐은 아내를 설득해 X선에 손을 노출시켰다. 뼈 위에 있는 반지는 상당히 커보인다.


방사선의 종류를 체계화하면서 동시에 핵분열의 핵심인 중성자의 발견에 기여한 사람이 뉴질랜드 출신의 러더퍼드입니다. 그는 방사선을 알파선과 베타선으로 구별했습니다. 알파선은 헬륨 원자핵으로 이뤄져있어서 질량이 크고, 쉽게 흡수되지만 공기 중에서 멀리 이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옷이나 종이 한 장으로도 차단 가능합니다. 그러나 삼키거나 흡입하면 위험합니다. 베타선은 전자로 이뤄져 있는데 알파선보다는 멀리 가지만 1.3m 두께의 공기나 1.5cm 두께의 물, 몇 mm 정도의 고체로도 차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위험한 감마선도 있었습니다. 감마선은 X선처럼 투과력이 매우 높아서 수m 두께의 납이나 콘크리트로 차단해야 하며 화상과 암, 유전자 변형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사선의 영향을 검토할 때 내부 흡수선량으로 표시하는데, 그 단위가 그레이(Gy)와 시버트(Sv)입니다.

러더퍼드는 방사성 물질이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여러 단계를 거치면 최종적으로 다른 원소로 전환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우라늄은 여러번 붕괴를 거치면 납이 되는 것이 나중에 실험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는 또 질소 원자핵에 알파선을 쏘아 산소 원자핵으로 변화시키는, 옛날로 치면 연금술에 가까운 실험에도 성공합니다.

알파선으로 원자핵을 다른 원자핵으로 바꿀 수 있게 되니 인공 방사성 원소를 만드는 게 가능해졌고, 마리 퀴리의 딸인 이렌 졸리오퀴리가 남편과 함께 이 업적으로 1935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렌 졸리오퀴리도 엄마와 같은 병으로 죽습니다. 얄궂게도.)

 

러더퍼드의 원자모형. (양성자와 중성자가 모인) 원자핵이 중심에 있다는 것을 처음 제시했다.

 중성자의 존재는 러더포드가 예언했고 그의 제자 채드윅이 실체를 밝혔습니다. 중성자의 발견은 핵분열 실험의 성공으로 돌아옵니다. 독일의 오토 한은 1938년 중성자를 우라늄염에 충돌시켜 최초의 핵분열 실험에 성공합니다. 우라늄 원자가 바륨139와 크립톤92라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조각으로 갈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고, 그는 1945년 노벨 화학상을 받게 됩니다. 그는 파라핀 감속재를 써서 중성자의 속도를 느리게 만들었는데, 속도가 느려야 원자핵 내부의 양성자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원자력발전소들에서 감속재를 쓰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우라늄처럼 질량이 큰 원소의 원자핵은 불안정하고, 이런 상태에서 중성자와 충돌하면 질량이 작은 2개의 핵으로 갈라지면서 2~3개의 중성자가 튀어나오게 됩니다. 이 중성자들은 주변의 다른 핵을 다시 분열시키게 되므로 연쇄적 반응이 가능하다는 것은 이탈리아의 페르미가 1942년 실험으로 보여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은 아주 작은 질량으로도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방사성 붕괴 전후의 질량을 비교하면 나중 물질이 아주 조금 가벼운데요. 아인슈타인의 질량과 에너지의 등가성 공식 E=mc2에서 빛의 속도인 c가 3x108m/s이기 때문에 아주 작은 질량 차이(m)로도 막대한 규모의 에너지가 태어납니다.

그러나 방사선과 중성자 연구에 선구적 역할을 했던 러더퍼드도 핵에너지의 과학기술적 이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고 합니다. 하이젠베르크가 그런 구상을 묻자, “웬 뚱딴지같은 생각이냐”고 쏘아붙였다는 군요. 러더퍼드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듯합니다.


아인슈타인과 보어가 양자역학을 두고 설전을 벌였던 1927년 국제 물리학 솔베이학회 다섯 번째 회의. 맨 뒷줄에는 하이젠베르크(오른쪽 세 번째), 슈뢰딩거(여섯번째)가, 가운데 줄에는 보어(오른쪽 첫 번째), 드 브로이(세번째), 디랙(다섯번째)이, 맨아랫줄에는 아인슈타인(오른쪽 다섯 번째), 로렌츠(여섯번째), 퀴리 부인(일곱번째), 플랑크(여덟번째) 등이 보인다.


그동안 인류에게 원자력발전이라는 양날의 칼을 쥐어줬던 핵분열과 정반대인 핵융합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별과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방법에서 착안한 핵융합의 기본은 2개의 수소 원자핵이 모여 헬륨 원자핵이 되는 과정에서 높은 속도로 운동하던 중성자 하나가 멈출 때 발생하는 열을 활용하는 겁니다. 이런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기체 상태의 물질이 1억도 이상의 온도로 가열하고, 이온화된 원자핵과 자유전자로 이뤄진 플라즈마를 전자기장으로 가두는 ‘토카막’ 방식을 사용합니다.

핵융합로는 연료를 공급하지 않으면 즉각적으로 멈추고, 핵분열과 달리 연쇄 반응도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원전 사고가 생긴다고 해도 대폭발로는 이어지지 않는답니다. 또 수소를 활용하니까 지구상의 물 속에 존재하는 중수소를 연료로 이용한다면 인류가 10억년간 사용할 에너지가 만들어낼 수 있다고도 합니다.

현재 핵융합로 공동 개발 프로젝트인 국제 열핵융합 실험로(ITER)는 2015년 완공 예정이며, 한국의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 KSTAR를 2007년 완공해 그 이듬해 플라즈마를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토카막 장치는 아직 장시간 가동이 어렵고, 핵분열 원자로에 비해 적긴 하지만 방사성 폐기물이 나오는 부분은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입니다.

이밖에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루비아가 ‘에너지 증폭기’라는 새로운 원자로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 원자로는 우라늄 매장량의 5배인 토륨을 사용하고, 핵무기에 활용되는 플루토늄은 소량밖에 발생하지 않으며, 분열할 때 알파선을 배출하기에 상대적으로 방사능 차단이 쉽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여러 과학자들은 다른 방사성 원소를 생산할 가능성에 대해 논란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도넛처럼 생긴 토카막 장치. 지금까지는 핵융합을 위한 최적의 방식으로 꼽힌다.


여기까지 <교양과학 오디세이> 시리즈 12권 '사물의 핵'을 중심으로 방사능과 관련한 연구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원자 물리학 입문서로 나쁘지 않은데, 150페이지도 안 되는 길이에 비해서는 읽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시간 순이 아니라서 이야기가 겹치는 등 일목요연한 느낌은 약한 것은 아쉽습니다.

"체르노빌 같은 상황만 아니면 안전하다"고 했던 게 원자력 관계자들의 이야기였습니다만, 그런 사고가 또 일어어나겠느냐는 믿음은 깨지고 말았습니다. 독일은 정권이 바뀌면서 원자력정책을 활성화했다가, 이번 일본 원전 사태를 보고 다시 원자력 출구전략을 가동했다고 하죠.

처음 방사선이 발견될 당시에는 그 위험성을 몰랐으니 어쩔 수 없다지만, 이제는 더 신중해야할 것 같습니다. 한번 지어진 원전은 폐기처분하려해도 방사능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니, '원자력 르네상스'는 좀 더 안전한 방식의 원자로가 개발된 뒤에 꿈꾸는 게 낫지 않을까 싶군요. 

                                                                                                       임소정 기자(트위터 @sowhat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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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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