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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네팔 여행을 다녀왔다. 자주 갈 때는 거의 매년 나들이를 하다시피 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몇 년 동안 발길이 끊어졌었다. 네팔에 갈 때마다 시간을 내서 꼭 찾는 곳이 있다. 카트만두에 있는 힌두교 사원인 파슈파티나트다. 네팔에서 제일 번창한 힌두교 사원이기도 하고 인도와 통틀어서도 4대 힌두교 사원에 속하는 곳이다. 나는 힌두교 신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원 안에 들어갈 수가 없다. 사원 안의 모습이 늘 궁금하긴 했지만 힌두교인으로 가장해서 구경하는 것은 무례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사원 앞에는 작은 강이 흐르고 있고 그 강을 따라서 화장터가 있다. 강 건너에는 작은 탑들이 즐비한 언덕이 있다. 내가 즐겨 찾는 곳이 바로 그 언덕이다. 그곳에 앉아서 화장터와 사원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이다. 시간이 허락하면 한나절을 그러고 있기도 했었다. 장작더미 속으로 타들어가는 죽은 사람들을 그냥 무심히 바라볼 때 생기는 묘한 마음의 난류를 즐기곤 했었다. 내 몸이 그 장작더미 속에서 타는 듯한 환각을 즐기곤 했었다.

다시 찾은 파슈파티나트는 옛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기 때문인지 사원 주변은 정리와 단장으로 한창 바빴다.

언덕으로 올라갔다. 내가 늘 앉던 자리를 찾아봤다. 그대로였다. 그런데 화장터가 꽉 차 있었다. 이런 광경은 처음 봤다. 보통 두세 군데에서 화장이 치러졌는데 언뜻 봐도 열 군데가 넘는 곳에서 화장이 행해지고 있었다. 대기하고 있는 시신도 여럿 보였다. 며칠 전 추락한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던 사람들의 시신을 화장하는 날이라고 옆에 있던 상게 세르파가 귀띔을 해줬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그곳이 나는 좋다. 파슈파티나트 맞은편 언덕은 어릴 때 뛰놀던 마을 뒷동산 같은 나의 정서적 고향이다.

오지탐험가 김형욱의 손끝에 닿은 세상 5 /사진: 김형욱(출처:경향DB)


네팔을 갈 때마다 꼭 찾아보는 것이 또 있다. 토끼자리다. 3등성 네 개와 그보다 더 어두운 별들로 이루어진 토끼자리를 보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의 밤하늘에서는 최적의 조건이 갖춰진 추운 겨울날에나 어쩌다 한번 운좋게 만날 수 있다. 도시의 불빛이 없는 곳으로 가면 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지만 고도가 낮아서 보는 데 어려움이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토끼자리를 찾는 것은 쉽다. 다만 보기가 힘들 뿐이다.

토끼자리는 오리온자리 바로 밑에 있다. 오리온자리의 사각형 오른쪽 아래에 위치한 별이 1등성 리겔이다. 밝아서 눈에 잘 띄는 이 별을 먼저 찾고 바로 그 아래로 눈길을 돌린 다음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가 오른쪽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면 토끼자리를 찾을 수 있다. 오리온자리 바로 밑에 있으니 위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3~4등급 이하의 어두운 별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 모양을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남쪽 하늘 낮게 깔려 있기 때문에 더 보기가 힘들다.

리겔 바로 밑에 3등급 별이 하나 있다. 먼저 이 별을 찾은 다음 주위를 훑어보면 희미하게 찌그러진 사각형 모양을 구성하고 있는 3등급 별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게 바로 토끼자리다. 토끼자리를 보는 핵심은 지금까지 내가 이야기한 별자리 모양을 상상하고 그곳에 별들이 그런 모양으로 있다고 마음을 잡고 상상하는 것이다. 그러면 보일 것이다. 내가 어릴 때부터 3~4등성을 도시 밤하늘에서 찾아서 보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보자. 리겔 바로 밑에 있는 토끼자리 뮤 별 바로 위에 더 어두운 별 두 개가 나란히 있다. 이 두 별을 뮤 별과 이으면 토끼의 한쪽 귀 모양이 된다. 이 정도면 토끼자리의 형상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토끼자리는 찾기 힘든 별자리지만 인공 불빛이 없는 곳이라면 충분히 맨눈으로 즐길 수 있다.

네팔에서는 상상 요법 없이도 토끼자리를 맘껏 볼 수 있다. 네팔은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좀 더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북극성은 더 낮은 곳에 떠 있고 오리온자리는 더 높이 떠 있다. 당연히 토끼자리도 더 높이 떠올라서 보기가 편하다.

네팔은 상대적으로 인공 불빛의 방해가 덜하기 때문에 별을 보기에는 아직은 무척 좋은 곳이다. 이번 여행 중에도 네팔에 온 나를 반겨주기라도 하듯 온전한 모습을 수줍게 드러내는 토끼자리를 다시 만났다. 토끼자리를 만나고 싶은 설렘도 나를 네팔로 이끄는 구심력 중 하나다. 나와 같은 토끼띠인 아내는 토끼자리를 네팔토끼자리라고 부르곤 했었다. 마치 오랜 친구에게 하듯 네팔에만 가면 토끼자리를 보면서 인사를 하곤 했었다. 이번 여행에 동행한 토끼띠인 딸아이와도 토끼자리 구경을 실컷 했다. 말띠인 아들 녀석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우리는 네팔토끼자리를 사랑하는 토끼 가족이다.


이명현 | 과학저술가·천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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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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