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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시험. 일반인에게 다소 섬뜩하게 들리겠지만 새로운 종류의 식품을 개발하고 심사할 때 당연히 거치는 과정이다. 미생물의 유전자가 삽입된 콩이나 옥수수 같은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을 사람이 먹어도 괜찮은지에 대해 심사할 때도 마찬가지다. 외래 유전자가 농산물의 유전자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지, 혹시 농산물의 기존 유전자에 변형이 생겨 새로운 종류의 독성물질이 만들어지지 않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주요 수단이다. 독성시험은 주로 쥐와 같은 실험동물에게 GMO를 일정 기간 투여하고 그 결과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국인이 섭취하는 GMO는 모두 정부의 안전성 심사를 통과했다. GMO 개발사는 독성시험 결과를 제시해야 하고, 심사위원들은 이를 포함한 다양한 자료를 검토해 수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어느 나라든 독성시험 기준은 동일할 것 같다. 동양인이든 서양인이든 동일한 식품에 대해 독성 기준이 다르게 적용될 리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국가별로 기준이 다르다. 한국의 기준을 보면 의아스러움은 더욱 커진다.

GMO의 동물 섭취 실험기간은 90일이라고 흔히 알려져 있다. 사실은 유럽연합의 기준일 뿐이다. 유럽연합에 GMO를 수출하려면 개발사는 90일간 실험동물에게 먹인 결과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이른바 ‘반복투여 독성시험’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사춘기 정도까지 GMO를 먹여보는 셈이다. 90일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식품이 개발됐을 때 적용하는 시험기간이다.

 

서울환경연합, 소비자시민모임, 한국 YMCA 전국 연맹 등으로 구성된 유전자조작 식품을 우려하는 시민모임이 4일 서울 동대문구 한 식품회사 앞에서 GMO(유전자변형식품) 수입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2012년 프랑스 칸 대학의 세랄리니 연구진은 이 기간에 문제를 제기하는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쥐의 평균수명인 2년 내내 GMO와 여기에 살포되는 제초제를 먹였더니 보통의 쥐에 비해 큰 종양이 많이 생기고 여러 장기의 기능에 장애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논문은 과학계의 많은 논란 속에서 취소를 당하고 다시 게재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비전문가의 눈으로 논란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90일 실험이 과연 완벽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남는다.

 

그런데 한국의 기준은 90일에도 훨씬 못 미친다. 일정한 용량의 GMO를 실험동물에게 한 차례 투여하고 14일간 체중 변화, 자극에 대한 반응도, 호흡이나 행동의 특성 등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이를 ‘단회투여 독성시험’이라 부른다. 불과 14일이라는 기간 안에 실험동물에게서 이상 징후가 발견된다면, 상식적으로 상당히 독성이 높은 물질이 투여된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장기적으로 독성을 드러내는 물질이라면 14일 안에 그 존재를 알아채기 어렵다. 사람이 평생 먹을 GMO에 대한 시험 기간이라고는 납득하기 어렵다.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국내에서 시판이 승인되기 위해서는 90일 실험이 적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GMO가 건강기능식품보다 안전하다는 의미일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개한 GMO 심사자료 중 14일 시험을 수행한 사례가 많다. 물론 90일 시험도 있다. 개발사가 유럽연합 수출을 목표로 만든 GMO가 한국에도 수입됐기 때문인 듯하다. 그럼에도 한국의 독성시험 기간이 14일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 기준이 마련된 과학적 근거가 무엇일까.

 

GMO 규제와 관련된 제도에 국가별로 다른 사안이 있기는 하다. 표시제도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두 가지 면제조항 때문에 소비자가 GMO를 재료로 만든 가공식품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없다. 최종 제품에 외래 유전자 또는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은 식용유, 당류, 간장 등은 모두 표시가 면제된다. 재료 함량 5순위 내에 들지 않는 GMO 성분 역시 표시하지 않아도 됐지만, 내년부터는 이 조항이 사라진다. 최근 국내 시민단체의 요구로 어렵사리 GMO를 수입하는 업체들의 이름이 공개됐다. 두 번째 면제조항이 사라진다 해도 이들 업체가 만드는 GMO 제품이 대부분 첫 번째 면제조항의 대상이라면 실제로는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다.

 

현재 국정감사장에서 GMO의 완전표시제 요구가 이뤄지는 이유이다. 유럽연합은 한국의 면제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국가별로 표시제의 기준은 다양하다. 국민의 요구와 수입 또는 개발 업체의 요구가 어떤 양상으로 드러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하지만 독성시험 기준이 국가별로 다르게 설정된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현재대로라면 국내에서 개발 중인 GMO에는 14일 시험이 적용된다. 한국의 독성시험 기준은 새롭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훈기 | 홍익대 교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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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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