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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크리스마스 연휴에 난생 처음 번개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필자가 트위터를 통해 관계를 맺은 20여명의 트윗 친구들이 포항에 함께 모인 것이다. 연말에 갑자기 들이닥친 한파와 폭설, 그리고 기승을 부린 독감으로 몇 사람이 아쉽게 포기했지만, 서울, 광주 등에서 이번 번개모임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걸음을 하였다. 한 번도 직접 만나보지 못한 낯선 “트친”들을 포항 한 구석에 모으는 힘은 무엇일까?
 

새들의 군무와 복잡계


필자는 트위터를 지난 7월에 우연히 시작하게 되었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는 국내에서 1999년 아이러브스쿨, 2003년 싸이월드로 시작하여 활성화되기 시작했지만 눈팅만 하고 보냈다. 그런데 2005년 페이스북, 2006년 트위터의 서비스 시작과 2009년 말 아이폰 등 국내 스마트폰시장의 활성화가 연동되며 작년에 소셜네트워크가 대중적인 열풍을 타고 국내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필자도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이 거대한 흐름에 동참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트위터 인구의 수가 약 200만명으로 추산되며, 올해 중으로 500만명, 내년에는 1,000 만명이 트위터에 동참할 전망이라고 한다. 전 세계의 트위터 사용자수도 2억을 돌파하고 2013년까지 10 억명을 유치할 전망이라 하니, 가히 세계적 메가트렌드라 할 수 있다.

 

전신의 발명 이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보’ 서비스는 얼마 전 사라졌다. 하지만 그 단문의 정신은 트위터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 트위터는 개인기반 서비스로 140자 이내의 ‘ 트윗’을 통해 많은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해줄 수 있는 서비스이다. 트위터는 뉴스, 정보, 생각을 단문에 담아 실시간으로 쉽게 내보낼 수 있어, “당신의 지금”을 신속하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이다. 이전의 1:1 방식의 인터넷 기반 커뮤니케이션에 비해 트위터는 쌍방향성이 높고 다수대 다수간의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따라서 개인 정보가 순간적으로 확산, 전파될 수 있고, 개인 간에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이 손쉬워, 빠른 속도로 소셜네트워크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트위터는 작년 아이폰과 갤럭시S 등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국내에서도 날개를 달았다. 스마트 폰은 언제 어디서나 트위터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트위터의 “타임라인”은 일종의 '문자 라디오'로서 트위터는 실시간 정보네트워크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최근 발생했던 일련의 지진, 홍수 등 재난관련 뉴스가 트위터를 타고 포털 사이트, 검색 사이트, 뉴스 사이트보다 훨씬 신속하게 확산되며 트위터의 위기모니터링과 대응 능력이 정부와 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트위터 상에서 사진, 음악, 동영상도 실시간으로 보낼 수 있게 되어, 생활 정보와 엔터테인먼트의 공유가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한편 트위터에서는 신뢰와 권위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며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쌓아가는 것이다. 특히 트위터는 리플라이와 리트윗을 통해 사용자의 입소문을 강력하게 전파해주는 데, 예를 들어 위치 정보와 연동하여 맛집과 명소 등을 추천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트위터가 신뢰받는 '경험공동체'이자 비즈니스의 블루오션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남극대륙의 펭귄 무리가 만드는 패턴.(출처:AFP)


필자의 경우 이론물리학자로서 복잡계과학을 연구하고 있다. 따라서 복잡계의 대표적 사례로 일컬어지는 소셜네트워크에 대한 필자의 관심은 보다 이론적이고 근원적 측면을 가진다. 필자가 주목하는 새로운 ‘소셜 시대’의 기본 철학은 ‘개방, 공유, 참여’이다. 각 개인의 주도로 끊임없는 자발적인 상호소통을 통해 개방적이고 건강한 소통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소셜네트워크는  ‘신속성, 다수성, 다양성, 경제성, 신뢰성’ 이라는 특성에 힘입어 스스로 조직화하고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소셜네트워크의 성장과 진화는 복잡계과학에서 연구하는 응집물질, 생태계, 뇌 등 복잡계의 자기조직화 원리 및 적응진화와도 매우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포항 번개는 포스텍 캠퍼스에 소재한 아태이론물리센터 (APCTP)에서 “과학, 소셜,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한 모임으로 시작했다. 이 모임에는 소셜네트워크에 무지한 복잡계과학의 연구자, 복잡계에 무지한 소셜네트워크 커뮤너티, 학생, 벤처기업가, 기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여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현장에서 바로 트위터 계정을 열고 팔로잉하며 소셜네트워크에 첫 발을 들여놓은 사람도 있었다.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스스로를 소개하며 왜 여기까지 왔는 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주제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26일 포항 호미곶 인근 청어과메기집 풍경. 광주에서 폭설을 헤치고 온 @jys337님(소셜비즈니스사업가)님이 전면에 등장하셨습니다. @leokim75님(SNA벤처 연구개발자) 얼굴도 잘 나왔군요. @shhan님(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연구원), @pinggu99님(과학문화프리랜서 강사), @meteo119님(창의재단 창의인성교육 연구원), @Namu_Yim님(고려대 뇌공학과 학생)등 여성멤버들도 참석하셨습니다. 저 안쪽으로는 @chawong27님(Amkor Tech Inc. 연구개발자)님이 보입니다. @beomgija님(KBS의 소셜네트워크 팀 범기영기자)도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shinyoungyoon(과학동아의 윤신영기자)는 사진 셔터를 누르느라 불행히도 사진 속에 등장하지 못했습니다. (필자 @swanworld는 어디에 숨어있을까요?)


미래는 어떤 세계이고, 미래를 이끌어갈 메가트렌드는 무엇인가? 유엔미래포럼의 박영숙 대표에 따르면 미래의 메가트렌드는 “고령화, 융합과 다문화, 기후변화, 집단지성, 디지털 세상, 똑똑한 개인 권력의 부상” 등으로 소셜네트워크도 핵심 축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유엔 밀레니엄프로젝트도 “2030년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의미가 사라지고, 클라우드 컴퓨팅이 인터넷을 넘어서고, NBIC기술이 컴퓨터, 기계와 인간을 연결하는 시대가 온다”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해 누구도 자신있게 말하기는 어렵다. 사실 최근 과학기술의 혁명은 점점 더 가속화해가고 있고, 와해성 혁신이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미래를 선도하고 있다. 첨단 기술과 기업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명멸한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대표적 소셜 기업들의 새로운 부상도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상상을 할 수 없던 것이었다. 또한 이런 거대 기업들조차도 자신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 예측하지 못한다. 10년 후에는 소셜네트워크의 지평도가 지금과는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진화, 재편될 것이다.


반딧불 떼가 스스로 만드는 패턴


점차 가속화하는 과학기술의 혁명적 발전과 소셜네트워크의 진화. 이제 세계는 정보화 사회에서 '경험경제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주도권은 기관과 전문가가 아니라 각 개인에게 있다. 개인들이 모여 소셜네트워크를 이루고, 이를 기반으로 사회적 관계와 집단행동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개방형 집단'을 이루는 것이다.

이 흥미로운 문제를 과학적 방법론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까? 최근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사회 물리학(social physics)’은 사회를 이루는 ‘원자’로서 인간과 사회의 근원적 문제를 마치 자연을 이해하듯이 접근하고자 시도한다. 주가의 등락, 교통의 흐름, 패션의 유행, 집단적 히스테리 등 인간 사회의 집단을  움직이는 패턴 혹은 법칙을 찾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로서 무리를 짓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서로를 모방하고, 적응하며 산다. 소셜네트워크는 온라인상에서 모든 활동이 실시간적,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므로, 시공간을 초월한 방대한 소셜 데이터의 축적이 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소셜네트워크는 사회물리학과 복잡계 과학의 좋은 실험실이자 엄청난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행동과 마음을 완벽하게 기술하는 물리 방정식은 불가능하겠지만, 소셜 시대의 도래로 자연 과학의 방법론과 컴퓨터의 도움으로 인간 사회의 집단행동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사회 속 '원자' 인간 무리가 만드는 패턴


트윗 번개 모임은 처음에는 '복잡계와 과메기의 결합'에 대한 단순한 논의에서 시작했다. 주제에 대한 토론이 어느 정도 성숙되자, 번개 참여자들이 이제 과메기로 관심을 옮겨가기 시작했다. 사실 참여자 중 몇몇은 과메기 때문에 포항까지 원정을 감행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우리는 지체없이 포항 호미곶으로 향하는 바닷가에 호젓하게 위치한 한 횟집으로 향했다.

이 곳은 요즈음은 드물지만 원조 “청어 과메기”로 유명한 곳이다. 포항의 과메기는 갓 잡아 내장을 제거한 신선한 청어나 꽁치를 12월 겨울부터 바닷가에 내다 걸어 차가운 해풍에 말린 반 건조 생선이다. 바닷가 횟집에 도착하니 유난히 차갑고 매서운 바닷 바람이 휘익하고 지나갔다. 본래 과메기는 이렇게 추워야 제격으로, 차가운 바람에 얼고 녹고를 반복하며 숙성된다. 청어는 건조시간이 더 많이 걸리지만 이번 한파 덕에 오히려 청어과메기가 우리 번개 모임에 시간을 맞추어 준비되었다. 주인장이 올해 첫 청어과메기를 들고 나타났다. 몇몇 참석자들이 인증샷과 트윗 중계를 위해 휴대폰을 들이대었다. 주인장은 자랑스러운 청어과메기 네 마리를 한 손에 쫙 펼쳐들고 멋진 포즈를 잡는다. 즉석에서 살을 갈라낸 청어과메기의 깊은 맛에 참석자들의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한파 덕에 맛본 청어과메기.(사진을 올리는 쏘댕기자의 입 안에도 침이...)


센터에서 바닷가 횟집으로, 다시 학생들의 애환이 담긴 효자시장으로, 소셜네트워크의 과제와 미래에 대한 논의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달아올랐다. 자리 한 쪽에선 과대포장된 소셜네트워크과 자기 성찰에 대한 열띤 논쟁이 붙었고, 다른 한 쪽에서는 진화한 소셜네트워크가 집단유기체로서의 집단지능 또는 집단지성이 발현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모임이 진행되며 오가는 건배 속에 온라인에서 느끼지 못했던 트친들의 사람 냄새를 느꼈다. 소셜 시대는 이들 개인이 주도적으로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며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번개처럼 지나간 포항번개의 추억을 뒤로 하고 다시 트위터로 돌아와 “과학, 소셜, 그리고 미래”의 미완의 주제에 대한 트윗을 이어가고 있다.



필자 김승환 교수는

포스텍 물리학과에 재직하며 아태이론물리센터 사무총장 겸 엣지이론과학연구소 IES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도미하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하였다. 미국 프린스턴의 고등연구소 연구원, 코넬대학교 수리과학연구소 연구원, 캠브리지대학교 방문교수를 지냈다. 카오스, 프랙탈로 시작하여 복잡계 및 뇌과학을 연구하며, 세상과 사회와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트위터/페이스북에서 @swanworld을 찾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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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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