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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떤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그 책의 대표저자가 책은 무사히 서점까지 잘 나가고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팔리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인데 그 이유는 책 이름을 너무 평범하게 지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좀 더 ‘섹시한 이름’으로 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선정적인 정보를 비판하는 책의 내용에 맞춰 책 이름을 무난하게 지었더니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분명 타당한 분석이다. 첫 눈에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하면 헛수고가 되어버리기 쉬운 세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은 점점 선정적으로 되어 간다. 책 제목이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걸리는 언론 기사 제목만 그런 게 아니고 과학도 그렇다.


최근 쥐의 단백질에 관한 한 편의 논문이 뉴스에 소개되었다. 활성산소에 의한 세포 손상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단백질이었다. 그런데 이번 논문에서 이 단백질이 제왕절개로 태어난 쥐보다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쥐에서 많이 발현된다는 것과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이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못하게 하면 쥐의 행동에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을 밝혔다. 그리고 이 연구 결과는 이렇게 보도되었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의 지능이 떨어진다.” 


물론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지만 지극히 선정적인 결론이다. 하나의 단백질을 가지고 행동과 지능을 이야기하는 것도 무리인데 이건 논리 삼단뛰기가 아니라 삼십단 정도를 뛰어넘어야 나올 만한 결론이다. 이 기사 제목대로라면 제왕절개 분만 비율이 매우 높은 나라인 대한민국의 앞날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힉스로 추정되는 입자의 존재를 발표한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 관계자들 이 (출처: 경향DB)



그러나 대중에게 과학이 소개되는 방식이 선정적인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어렵다고 느끼는 과학 분야엔 눈길조차 주지 않던 사람들에게 연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물론 가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해석되어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정작 문제는 이런 논리 삼십단 뛰어넘기가 왜 나오는가이다. 많은 연구자들이 자신이 수행한 연구의 한계를 알고 있음에도 이런 식으로 연구 결과를 포장해 내놓는 것은 대중에게 연구를 쉽게 알리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다음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다. “그거 하면 돈 되냐?” 유사한 질문으론 이런 것도 있다. “그거 해서 뭐하는데?” 


며칠 전 정액 속에 있는 한 단백질이 배란을 유도하고 임신을 촉진하는 효과를 나타낸다는 논문이 소개되었다. 만일 이 단백질이 사람의 배란과 가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불임의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망도 함께 실렸다.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고 부부 7쌍 중 한 쌍이 불임이라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논문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생물은 워낙 다양해서 인간처럼 때가 되면 배란을 하는 종도 있고, 정액이 들어와야만 배란을 하는 동물도 있다. 전자는 ‘자연배란’, 후자는 ‘유도배란’이다. 이 논문은 유도배란을 하는 동물인 라마(낙타과의 동물)에서 시작된 이야기로 그동안 가설로 떠돌던 배란유도인자(OIF, ovulation-inducing factor)를 여러 동물에서 처음으로 확인하고 그 역할에 대해 실험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자연배란을 하는 암소에게 이 단백질을 주입했더니 배란은 되지 않았지만 임신과 관련된 반응들이 관찰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인간의 불임과 배란유도인자의 관계는 아직 미지수고 불임 치료를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앞서간 것이다.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좋은 쪽뿐만 아니라 나쁜 쪽으로도 열려 있다. 그러나 영리한 연구자라면 나쁜 쪽으로의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랬다가는 연구비를 따기 힘들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걸 연구하면 돈이 된다는 긍정의 힘이 필요하다.


하지만 세상의 수많은 과학적 혁신들은 처음부터 의도를 갖고 연구해서 나온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호기심에 시작했던 연구 결과들로부터 관련 지식이 점점 축적되면서 간혹 몰랐던 중요한 의미가 발견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큰 의미 없이 남겨지는 연구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그런 연구들을 가치 없는 것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돈이 되는 연구냐”는 질문은 상당히 폭력적이다. 


물론 학문 분야에 따라서는 당장 실생활에 연결되는 실용적이고 응용 가능한 기술에 대한 연구가 있다. 하지만 응용 분야가 발달하려면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어쩌면 모두가 아는 이야기다.


대선을 앞두고 거의 모든 대선 후보들이 과학기술부 부활 공약을 내놓고 있다고 한다. 듣던 중 반가운 이야기지만 5년마다 한 번씩 있는 정부조직 개편에 그쳐서는 안된다. 조직도 필요하지만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연구들을 더욱 활발히 진흥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돈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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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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