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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터데스크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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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내 페이스북에 친구의 생일을 알리는 메시지가 하나 떴다. 매일 있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그날은 좀 특별했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어느 천문학자의 생일을 알리는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잠시 망설이다가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로 들어가 봤다. 벌써 몇 사람이 글을 남겨놓았다. ‘박사님! 페이스북에서 생일이라고 연락이 오네요. 어찌 생각을 해야 하는지 착잡합니다. 잠시 술 드시고 허허허 웃으시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내 심정도 그랬다.

봄이다. 겨울철 내내 밤하늘을 지키던 오리온자리가 초저녁인데 벌써 서쪽 하늘로 넘어가버릴 기세로 기울어있다. 별 4개가 큰 사각형을 이루고 있는 오리온자리의 가운데에는 별 3개가 약간 비스듬하게 놓여 있다. 삼태성이라고 부른다. 그 바로 아래쪽을 보면 도시에서도 별 한두 개는 찾을 수 있고 날씨가 좋으면 그 별들 주변의 희뿌연 무엇인가를 볼 수도 있다. 바로 오리온성운이다. 맨눈으로도 희미하지만 식별할 수 있는 밤하늘에서 제일 밝은 성운들 중 하나다. 오리온성운이 밝은 이유는 간단하다. 가깝기 때문이다. 지구로부터 빛의 속도로 달려서 1344년 정도 가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물론 엄청나게 먼 곳이지만 성운들 중에서는 가장 가까운 곳이다. 가스와 먼지가 구름처럼 뒤섞여있는 천체를 성운이라고 한다. 가스구름이 뭉쳐서 별이 탄생하는 장소가 성운이다. 별이 일생을 살고난 후 폭발하거나 해체되면서 돌아가는 곳도 성운이다. 그래서 성운을 별들의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생태계에 비유하곤 한다.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성운이 오리온성운일 것이다. 천체사진가들이 가장 많은 사진을 남긴 성운도 아마 오리온성운일 것이다. 물론 밝아서 쉽게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문학자 메시에가 1771년에 그린 세밀한 스케치화가 남아있다. 사진기술이 발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1880년에 이미 오리온성운을 찍은 사진이 등장한다. 붉은색과 푸른색을 내뱉는 가스구름과 말처럼 생긴 먼지구름인 말머리성운이 막 태어난 젊은 별들과 섞여있는 오리온성운의 사진은 어떤 버전으로 언제 봐도 장관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이 포착한 별이 막 탄생하고 있는 원시행성계의 모습은 우리 태양계의 탄생을 보는 것 같은 숭고함과 경이로움을 던져준다. 지금도 별의 탄생 비밀을 풀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오리온성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별자리 '오리온 별자리' (출처: 경향DB)


한국천문연구원에 있는 14m 전파망원경이 외부에 처음으로 개방되었을 때 나는 대학원을 막 졸업하고 네덜란드 유학길에 오르기 직전이었다. 운이 좋게도 나는 외부 관측자로서 전파관측 프로젝트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때 관측한 대상이 바로 오리온성운이었다. 관측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는 강한 겉보기 전파신호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가까운 까닭이다. 아직은 불안정했던 새로 만들어진 전파망원경으로 테스트 관측을 수행하기에는 아주 적합한 대상이었다. 관측을 도와주는 오퍼레이터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엊그제 생일을 맞이했던 고인이 된 천문학자였다. 전파관측이 낯설기는 그나 나나 마찬가지였다. 여러 날을 밤낮없이 수행하는 관측이어서 우리는 꼼짝없이 붙어서 지내야만 했다. 서로에게 많이 의존했고 천문학 이야기뿐 아니라 다른 많은 이야기도 나누었다. 고생한 만큼 정도 많이 들었다.

몇 년 전의 일이다. 나는 한국형 외계지적생명체 탐색 프로젝트의 실무를 맡게 되었는데 마침 그가 이 프로젝트에 활용할 전파관측 자료를 제공받을 전파천문대의 책임자 자리에 있었다. 둘 다 전파천문학을 전공했다. 둘 다 천문학을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초창기 전파관측을 고생하면서 같이 수행한 동지이기도 했다. 외계지적생명체 탐색 프로젝트가 더 수월하게 진행될 것 같은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전파관측 자료 제공을 위한 실무협의가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우리는 공적, 사적으로 몇 차례 만나서 의견을 조율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하고 있었다. 그가 왜 관측자료 제공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프로젝트는 더 높은 차원에서 타결이 되어서 진행되기 시작했다. 실무 책임자로서 우리는 어색한 동거를 시작해야만 했다.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공적인 만남은 계속되고 있었지만 내 마음 한구석은 늘 개운치 않은 채 남아있었다. 한번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갑자기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내 몸이 조금 회복이 되어갈 무렵 그가 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곧이어 그의 부고를 알리는 연락을 받았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속내를 털어놓을 기회를 영원히 잃고 말았다. 겨울을 뒤로하고 서쪽 하늘로 넘어가는 오리온자리가 오늘따라 무척 쓸쓸해 보인다. 별의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오리온성운을 생각하니 문득 별먼지로 돌아간 그가 그리워진다.


이명현 | 과학저술가·천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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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이언스 톡톡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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